시진핑에 등돌리고 앉은 남성들 정체는? “정권 현주소 보여준 화면”

박숙자
2024년 02월 15일 오후 10:1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5일 오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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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 “시진핑에 대한 공격 막기 위한 배치 추측”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의 신년 단배회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신화통신이 공개한 이 사진에는 연로한 퇴직 관료들 사이에 경호원으로 의심되는 젊은 남성이 테이블마다 배치돼 있다.

지난 8일 오전, 중국공산당 당국은 베이징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단배회(團拜會)를 열었다. 단배회는 설을 맞아 공산당 중앙과 국무원이 단체로 신년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그런데 관영 신화통신이 공개한 현장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연로한 퇴직 관료들 사이에 경호원으로 의심되는 건장한 남성이 테이블마다 배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이 자신의 안전에 대해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고, 중국공산당 정권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속 시진핑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회의장 맨 앞쪽의 큰 원탁에 앉아 있고, 그 뒤에는 수십 개의 테이블에 각각 10명 내외의 내빈이 앉아 있었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 동영상에는 맨 앞줄에 연분홍색 테이블보가 깔린 큰 원탁이 9개 있고 시진핑 등 상무위원들이 자리한 테이블이 가운데 놓여 있었다.

메인 테이블 외에는 테이블마다 같은 색깔의 양복차림에 짧은 머리를 한 건장한 체격의 젊은 남성이 한 명씩 앉아 눈길을 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의 당 지도부 2024년 단배회 보도 화면. 테이블마다 앉은 젊은 남성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2024.2.8 | CCTV 영상 캡처
중국 중앙방송(CCTV)의 당 지도부 2024년 단배회 보도 화면. 마찬가지로 경호원으로 추측되는 남성들이 테이블마다 착석했다. 2024.2.8 CCTV 영상 캡처

중국 민주화운동의 학생지도자 왕단(王丹)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기고한 글에서 “초대된 손님 대부분이 70~80대 노인들로, 은퇴한 지방 및 장관급 고위 간부들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테이블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중앙경위국이나 다른 경호부대 경호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연로한 당 고위층 안전을 위해 배치됐을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시진핑에 어떤 위해를 가하는 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호원들이 간간히 진행 상황에 맞춰 연단 쪽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시진핑 뒤편에서 등을 돌리고 앉은 채 참석자들을 밀착 감시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왕단은 또한 이런 경호가 과도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참석자들은 모두 중국공산당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자 이익집단 구성원들”이라며 “연회에 참석하는 공산당 고위 간부들은 모두 중앙판공청과 각급 보안 부서의 엄격한 심사를 거쳤으며 이미 연령이 높아 시진핑에게 불만을 품었더라도 위해를 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관영언론의 보도 화면을 통해, 시진핑이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숙청에도 여전히 자신의 안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왕단은 “개인적인 편집증이든 실질적으로 위험이 존재하든 모두 이 정권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설명한다”며 “한 정권의 독재자가 매일 공포의 그늘에서 산다면, 그는 끊임없이 자신 주변에 있는 ‘나쁜’ 사람들을 숙청하고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진핑이 정보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보안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마찬가지로 정권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