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업체 “中서 1조3천억 규모 제조업 철수”

정향매
2024년 01월 31일 오후 5:00 업데이트: 2024년 01월 31일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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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반도체 규제 영향 인정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테라다인(Teradyne)이 중국에서 10억 달러(1조3322억 원) 규모의 제조 사업을 철수했다고 29일(현지 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라다인은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의 한 공장을 반도체 테스트 장비의 주요 생산지로 두고 있었다. 해당 공장은 싱가포르 전자기기 위탁생산 서비스 업체 플렉트로닉스(Flextronics)에 하청을 주었다.

의도치 않게 자유 국가의 첨단 기술로 중국 인민해방군을 지원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행정부는 2022년 10월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장비 대(對)중국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테라다인은 생산 라인을 중국 밖으로 이전했다.

테라다인은 그해 연례 보고서에서 투자자에게 반도체 수출 규제가 회사 운영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이듬해 10월에는 미 행정부의 규제가 특정 중국 기업에 제품을 판매하거나 제품을 제조하고 개발하는 데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브라이언 아메로(Brian Amero) 테라다인 글로벌 컴플라이언스·윤리 담당 이사는 매사추세츠주 수출 센터 연례 수출 엑스포에 발표자로 참석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를 준수하면서 사업적 분별력을 유지하기’라는 주제 발표에서 테라다인의 중국 사업 철수 경험을 공유했다.

아메로 이사에 의하면 중국에서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던 테라다인은 반도체 규제 발표 이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긴급 허가를 받아야 했다. 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회사는 거금을 들여 제조 시설을 중국 밖으로 이전했다. 그는 “일부 공급 업체는 허가를 받았음에도 테라다인에 납품하지 않아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2023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더 강력한 반도체 규제를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실리콘 웨이퍼 검사장비 생산 관련 예외 조항도 마련했다. 테라다인을 비롯한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가 수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승인한 셈이다.

아메로 이사는 “테라다인은 반도체 수출 규제가 겨냥한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며 “회사가 받은 영향은 시장 점유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년 7~9월 테라다인 제품의 전체 매출 중 12%가 중국에서 일어났다. 전년 동기(16%) 대비 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