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검토할 문제인지 불확실” 항소 기각
트럼프 “민주당의 절박한 시도를 거부한 것” 환영
미국 미시간주 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수정헌법 14조 3항 ‘반란 조항’을 근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경선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앞서 19일 콜로라도주 대법원에서 같은 조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고,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에서 배제하라며 내린 판결과 정면으로 반대된다.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서는 4대 3의 표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사당 난동과 관련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미시간주 대법원은 트럼프에게 출마 자격이 없다는 미시간주 주정부의 항소에 대해 “법원에서 검토해야 할 문제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심리를 기각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시간주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란 가담 여부 혹은 수정헌법 14조 3항 적용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며 단순히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법관들의 표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각 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은 1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엘리자베스 웰치 대법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시간주는 미국 대선 주요 경합지 중 하나다.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주 공화당 경선 투표용지는 물론 대선 투표용지에도 계속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대선 가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 역시 이번 기각 결정이 트럼프 측에 더 큰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시간주 소송, 좌파 단체와 일부 유권자가 주도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해달라는 미시간주 소송은 좌파 단체인 ‘국민을 위한 언론의 자유’가 유권자 그룹과 함께 지난 9월 제기했다.
소송의 근거가 된 수정헌법 14조 3항은 헌법을 수호하기로 맹세한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여 개 이상 주에서 관련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다만, 이 규정은 남북전쟁 직후 남부 반란군이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는 점에서, 트럼프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이어져 왔다.
콜로라도주 1심 법원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가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이 조항을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트럼프, 미시간주 대법원 결정 환영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시간주 대법원은 2024년 대선의 선두 후보인 나를 투표에서 제외시키려는 민주당의 절박한 시도를 단호하고 정당하게 부인했다”며 반겼다.
그는 “선거를 조작하려는 이 한심한 책략은 역사적으로 민주당에 크게 기울어진 주를 포함해 전국에서 실패로 끝나고 있다”며 “콜로라도주는 계획의 희생양이 된 유일한 주”라고 평가했다.
이어 “2024년 선거가 2020년 때처럼 도둑맞고 조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2020년 대선은 부정선거였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공화당 의원 중 일부는 반란 혐의가 적용돼야 할 것은 오히려 남부 국경을 어지럽힌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지아주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재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바이든 대통령을 투표용지에서 제외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주당 판사들의 법 해석에 따른다면 조 바이든은 공직에 출마할 자격이 100% 없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성명에서 “트럼프를 제거하려는 민주당의 정신 나간 정당성은 남부 국경에서의 ‘반란’과 가족의 중국과의 부패한 사업 거래 혐의에 따라 바이든에게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콜로라도주 대법원 결정, 남은 쟁점은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란 혐의가 적용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두려움이나 호의에 의해서가 아니며, 대중의 반응에도 흔들림 없이 법의 요구에 따라 법을 적용해야 할 엄숙한 의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낸 3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인 카를로스 사무르 대법관은 트럼프에 대한 결정이 적법한 법 절차 없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사무르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정부는 적법한 절차 없이 누군가의 공직을 맡을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며 “설령 내란에 가담했음을 확신하더라도 그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선언하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결정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은 향후 이 사건이 연방대법원으로 옮겨질 경우, 재판부의 판단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