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이하 현지 시간) 새벽 인도 뉴델리 경찰 당국이 현지 인터넷 언론사 뉴스클릭(NewsClick)을 기습 조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 AP통신 등이 4일 보도했다.
관계자 46명 심문, 설립자·인사담당자 체포
매체에 따르면 뉴델리 경찰은 뉴스클릭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매체 전현직 직원, 프리랜서 기고자, 지원부서 직원을 포함해 최소 46명을 심문하고 이들의 노트북,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와 문서를 압수했다.
경찰은 불법행위방지법(UAPA)을 위반한 혐의로 뉴스클릭 설립자 프라비르 푸르카야사와 인사 담당자 아미트 차크라바티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UAPA는 인도판 ‘테러방지법’이다. 이 법에 의하면 체포된 사람이 보석으로 풀려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찰은 아직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압수수색 이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NYT “뉴스클릭, 친중 미국인 재벌 지원 받고 있다”
2009년 설립된 뉴스클릭은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독립언론으로 알려졌다. 2021년 인도의 외국인 집적 투자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세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8월 5일, 각국 친중 단체에 자금을 제공해 온 정보통신(IT) 업계 출신 미국인 재벌 네빌 로이 싱엄 폭로 기사에서 뉴스클릭을 언급했다.
신문은 급진적 좌파 성향의 싱엄이 중국 관영 언론과 긴밀히 협력하며 수많은 비영리단체, 유령 회사를 방패 삼아 전 세계에 중국 공산당 선전 캠페인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싱엄이 운영하는 네트워크는 인도 뉴델리에 있는 온라인 매체 뉴스클릭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매체의 사이트는 중국 당국의 선전 핵심을 담은 뉴스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2주 뒤인 8월 17일, 인도 당국은 뉴스클릭을 기소했다.
같은 달 아누라그 타쿠르 인도 정보방송부 장관은 뉴스클릭이 ‘반인도 의제’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 관리 “압수수색은 中 커넥션 조사의 일환”
지난 3일 뉴스클릭과 관련된 30곳에 대한 압수수색은 최근 몇 년간 인도 경찰이 시행한 언론사 압수수색 중 가장 광범위하고 규모가 컸다.
이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한 인도 언론인 클럽은 “언론인을 지지한다”며 정부에 사건 관련 세부 사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야당 연맹은 집권 당국이 “권력층에 진실을 전하는 매체와 언론인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뉴스클릭이 중국 당국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은 이러한 조사의 일환이며 언론탄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도 관리는 FT에 “중국 당국의 선전을 퍼뜨리기 위해 이른바 ‘언론인’에게 자금을 지원한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은 증거 자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증거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압수한 디지털 장비에 저장된 기록을 추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신, 압수수색 배경은 ‘인·중 관계 악화’
FT는 인·중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 당국이 이번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인도와 중국은 오랫동안 국경 분쟁을 이어왔다. 지난 2020년 인도 북부 라다크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최소 20명의 인도군이 사망하고 중국군 4명이 숨졌다.
이후 모디 정부는 중국 기업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틱톡을 포함한 중국 당국이 지원한 앱 수십 개를 금지하고 중국 휴대폰회사에 대한 세무 조사를 시행했다. 또 자국 기업이 중국과 기타 주변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받기 전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중국 정부는 국경의 일부를 봉쇄해 인도 순찰대의 진입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