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칭’ 블라인드 글 작성자에 계정 판매한 30대 검거

한동훈
2023년 09월 06일 오후 3:22 업데이트: 2023년 09월 06일 오후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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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을 사칭해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올린 남성에게 계정을 판매한 판매자가 붙잡혔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은 가짜 이메일 주소로 블라인드 계정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상 침입,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로 IT업계 직원 A씨(35)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올해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삼성, LG, SK 등 대기업과 경찰, 교육부 등 공공기관 소속으로 표시되는 블라인드 계정 100개를 만들어 개인 간 거래 사이트를 통해 개당 5만 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는 이 과정에서 500만 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5년 차 개발자인 A씨는 올해 초 이직을 준비하면서 이직 예정이던 회사의 직장 내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해당 회사 블라인드 계정을 구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메일 주소로 블라인드 계정을 생성한 후 이메일 인증을 우회하는 법을 알아냈다.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발신자를 조작해 블라인드 측에서 보조 인증을 받는 식으로 정식 계정을 획득했다.

A씨가 만든 가짜 계정을 구매한 사람들 중에는 지난달 ‘강남역 흉기 난동’을 예고한 30대 남성 B씨도 포함됐다.

일반 회사원인 B씨는 지난달 21일 블라인드에 “오늘 저녁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칼부림한다. 다들 몸 사려라”라는 글을 올렸다가 다음 날 경찰에 협박죄, 정통망법상 침입죄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특히 B씨는 경찰을 사칭해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올려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경찰이 살인 예고 글에 대해 엄중하게 단속하겠다며 나선 상황을 비웃듯 경찰 계정으로 문제의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회 구성원들을 위협하고 경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글 작성·게시자를 반드시 확인해 엄정 처벌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고, B씨는 글을 올리고 하루 만에 서울에 있는 주거지 인근에서 긴급 체포됐다.

블라인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팀 블라인드가 서비스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다. 회원 가입 과정에서 이용자가 근무하는 직장을 공개하고 이를 인증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사칭 계정이 더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블라인드 측에 정보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으며,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해 블라인드 본사 압수수색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살인 예고 게시자를 끝까지 추적‧검거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