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폐 이식 3건” 中 의사 SNS ‘자랑’에 네티즌 “어디서 났나?”

강우찬
2023년 08월 25일 오후 9:37 업데이트: 2023년 08월 25일 오후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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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폐 이식 전문의가 소셜미디어에서 다량의 이식수술 경험을 자랑해 장기 출처 논란이 일고 있다.

상하이의 국립 퉁지(同濟)대학 부속 상하이시폐과(肺科)병원 흉부외과 후양(胡洋) 부주임은 지난달 27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하루 폐 이식 3건”이라는 글을 올렸다.

후 부주임은 이 글에서 “올해 상반기에 (우리) 병원에서 60여 건의 폐 이식 수술을 집도했는데, 환자는 대부분 말기 폐질환이었다”며 환자들은 폐 이식 수술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이 글은 소속 병원의 장기 운송 시스템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후 부주임은 글에서 “이식 수술의 효과를 결정짓는 것은 폐의 신선도”라며 “현재 우리 병원의 폐 수송은 대부분 항공운송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가 “하루 폐 이식 3건”이라고 한 것과 “상반기 폐 이식 60여 건”이라고 한 것이 수치상으로 맞지 않는 것은 수술이 몰렸던 특정한 날을 사례로 들어 폐 이식을 자주하고 있음을 강조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 부주임의 글은 펑파이 신문 등 다수의 중국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부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한 네티즌은 “상반기 60여 건이면 월에 10건, 사흘에 폐 이식 1건이라는 소리”라며 “이게 정상적인 장기 기증 시스템으로 가능한 수치냐”고 물었다.

논란이 일자 후 부주임은 “많은 분들이 폐 기증이라고 하면, 남쪽 어떤 국가의 사악한 세력을 떠올리며 수요가 있으면 살인도 한다고 하는데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해명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후속 게시물에서 장기이식 비용이 높은 이유를 수술비와 약물 비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1~2개월이면 퇴원할 수 있다면서 장기 운송의 신속성을 재차 강조했을 뿐, 장기를 어디서 제공받는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폐 이식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중국에서 부쩍 높은 관심을 받는 의료 분야가 됐다.

여기에는 ‘중국 폐 이식 1인자’ 천칭위(陳靜瑜) 장쑤성 우시(無錫)인민병원 전 부원장의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도 한몫했다.

천 전 부원장은 수술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거나 사진을 게재하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웨이보에 올리며 자신을 드러내고 이식수술에 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대중의 관심에는 그가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초기,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양쪽 폐이식 수술을 시행해 성공한 의사로 외신에 보도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건이 뒷받침이 됐다.

그는 폐 기능이 손상돼 손을 쓸 수 없는 59세 환자를 상대로 5시간의 수술 끝에 양쪽 폐를 모두 이식했다. 이 소식은 중국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중국의 의료 수준을 선전하는 본보기가 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마침 뇌사자가 폐를 기증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수술이 가능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권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고로 뇌사자가 생긴 것이 아니라 고의로 뇌사자를 만들어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원발성 뇌간 손상 충격장치’라는 기구가 존재한다. 둥근 금속공으로 두개골을 가격, 정확히 뇌간에 엄청난 충격을 줘 뇌사상태로 빠뜨리는 장치다.

이 기구는 충칭시 공안국장 왕리친이 재임 기간에 연구해 개발한 것으로 2012년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에 특허를 등록했다. 특허 등록 문서에는 “(이 장치의 충격으로) 뇌간이 죽으면 사람은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추고 뇌의 다른 부분은 혼수상태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인공호흡기로 호흡과 혈액순환만 유지시키면 다른 뇌조직과 신체조직은 손상받지 않기에 장기를 적출하기에 가장 좋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천 전 부원장에게 뇌사자가 기증한 장기가 넉넉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환자 폐이식 수술에 성공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1천 건이 넘는 폐 이식 수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폐 이식 수술은 통상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한 천 전 부원장은 “2~3일에 한 번씩 폐 이식 수술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연간 120~180건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중국 연간 전체 폐 이식 수술 건수의 절반이 훌쩍 넘는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의료보건매체인 ‘건강시보’는 2017년 3월 “중국 폐 이식 수술의 70%가 천징위와 그의 팀 몫”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폐이식등록시스템에 보고된 중국의 연간 폐 이식 수술 건수는 2015년 147건, 2016년 204건, 2017년 299건, 2018년 403건, 2019년 489건이었으며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6년 천 전 부원장 팀이 맡은 수술은 136건으로 그해 전체 건수의 66%였다.

천 전 부원장은 지난 2021년 8월 저장성의대 제2부속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이곳에서 다시 폐 이식팀을 이끌고 있다. 같은 해 폐 이식 건수는 우시인민병원이 176건, 저장성의대 제2부속병원이 90여 건을 기록했다. 천 전 부원장과 관련된 의료진이 연간 280건을 소화하는 셈이다.

두 병원의 2023년 수술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예년과 비슷한 추세일 경우 “상반기에만 60여 건의 폐 이식을 했다”는 상하이시폐과병원 후 부주임의 발언과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이 세 곳만 합쳐도 중국의 연간 폐 이식 건수인 400여 건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의 작년 8월 발표 기준, 중국에서 인체 장기 이식수술 자격이 부여된 의료기관은 186개, 이 중 폐 이식이 승인된 곳은 54곳에 이른다(링크[중문]). 여기에는 우시인민병원, 저장성의대 부속병원, 상하이시폐과의원 외에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중일우호병원도 포함된다.

이 밖에 중국에서는 무허가 장기이식 병원이 최소 수백 곳 난립하는 것으로 국제 인권단체는 추산하고 있다.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을 추적하는 국제단체인 WOIPFG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제 장기적출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병원과 의료진 800여 개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명단에는 우시인민병원, 상하이시폐과병원이 실려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중국 전역의 크고 작은 병원에서 불법적인 장기적출을 시행했다. 적출된 장기는 이식수술 자격을 갖춘 병원에 공급하거나 일부 소규모 병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병원에서도 장기이식에 사용됐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에서 유행한 중국 원정 장기이식의 증가와 맞물린다.

WOIPFG 는2020년 3월 업데이트한 보고서에서 당시 기준 위건위로부터 인체장기 이식수술 자격을 부여받은 중국 의료기관 178곳을 재조사한 결과, 다수 의료기관에서 강제 장기적출 범죄가 여전히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