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때문” VS “방류 탓”…물 빠진 中 수해지역 전염병 창궐 우려

강우찬
2023년 08월 10일 오후 4:56 업데이트: 2023년 08월 10일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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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기사 본문 중 가축 사체 사진이 혐오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달 초 홍수로 광범위한 피해를 입은 중국 북부 허베이성 지역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당국과 관영매체는 폭우가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당국의 잘못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입장이다.

중국 SNS에는 지난 6일 허베이성 바오딩시 딩싱현 정부청사 앞에서 일부 주민들이 항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됐다. 시위대는 검은 제복 차림의 공안들에 의해 진압됐고 일부는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당국이 사전 통보 없이 상류 댐을 방류해 하류지역 주민들이 대피할 틈도 없이 수몰됐는데 관영매체와 당국은 “비가 많이 와서 그렇다”고만 한다며 분개했다.

이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린 인물은 영상에 “4개 댐 동시 방류로 나는 집을 잃었다. 이건 천재지변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당국에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오히려 돌아갈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자막을 달았다. 아울러 “이 영상을 많이 퍼뜨려 달라”고 했다.

앞서 5일 같은 허베이성 랑방시 패저우의 정부청사 앞에서도 항의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 장면을 찍은 영상에는 ‘우리 집을 돌려 달라’ , ‘(홍수는) 댐 방류 때문에 일어난 것이 분명한데 폭우 탓을 한다’고 쓴 현수막을 들고 당국의 무책임과 무능을 비판했다.

현재 많은 영상은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X(구 트위터) 등 해외 플랫폼으로 옮겨졌으며, 중국 현지 SNS 플랫폼에서는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재민의 생활과 의료를 보장하겠다”, “정부는 이재민의 피해를 보상할 것”이라는 현지 고위 공직자의 발언 영상만 퍼지고 있다.

한 중국인은 “원래 이 영상의 앞부분에는 이재민들이 해당 공직자에게 ‘방류하지 않겠다고 하고서는 왜 물폭탄(방류)을 터뜨려 우리를 속였나’라고 항의하는 장면이 있었다”며 “이 부분이 편집된 영상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영상에는 비난 댓글이 달렸지만 ‘얼마나 좋은 정부인가’ 같은 호의적 반응을 보인 댓글들만 남겨졌다.

지난 5일 중국 허베이성 줘저우에서 촬영됐다며 중국 SNS에 게재된 영상의 한 장면. 물이 빠진 후 죽은 가축들의 사체가 보인다. | 중국 SNS 화면 캡처

피해가 집중된 지역인 허베이성의 인구 65만 도시 줘저우는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서 수면 아래 가려졌던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민들이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촬영한 영상에는 물에 빠져 죽은 가축을 모아서 쌓아놓은 사체 더미가 보였다. 길바닥에 널브러진 방치된 시신도 있었다.

한편 수해지역은 비가 그친 후 한낮 최고기온 30도 이상의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방치된 시신과 가축 사체가 부패하고 있어 전염병 등 2차 재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