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中기업 상장 때 ‘중국 리스크’ 명시 의무 폐지

강우찬
2023년 08월 03일 오후 2:33 업데이트: 2023년 08월 03일 오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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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국, 지난달 “중국 리스크 언급 수위 낮춰라” 요구
홍콩 거래소 “요건 완화 아냐”…리스크 축소 의혹 부인

홍콩 증권거래소는 기업이 상장을 신청할 때 제출하는 서류에 중국 기업의 중국 본토 관련 사업 리스크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을 1일부터 폐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홍콩 증권거래소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개정된 상장 규정에서 중국 정책이나 비즈니스, 법적 환경에 의한 리스크를 다룬 항목 전체를 삭제했다.

이는 지난 2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중국 증감위)가 발표한 중국 본토 이외 상장(역외 상장)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따른 조치다.

중국 증감위는 지난 2월 17일 중국 기업의 역외 상장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홍콩 증권거래소는 일주일 만인 같은 달 24일 증감위의 새 규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문서를 발표했다. 증감위를 바짝 따르는 모양새였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지난달 개정된 상장 규정 발표 당시 “중국 본토의 규정이 바뀜에 따라 증권 발행 회사에 관한 요건 조정이 필요해 이번 개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정된 규정 요약본에서 중국 사업 리스크 관련 규정 삭제를 주요 변경점으로 소개하진 않았으며, 오히려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에 관한 심사가 더 엄격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중국 기업은 홍콩이나 미국 증시에 기업을 공개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를 통해 해당 기업의 전망과 리스크를 가늠하며 투자 판단에 참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 리스크 관련 항목 삭제가 중국 기업의 상장 요건을 느슨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홍콩 증권거래소 관계자 로이터에 “기존 규정은 중화인민공화국에 법인을 둔 발행자(기업)에 한해 특정한 요건을 별도로 설정했지만, 최근 협의를 통해 모든 해외 법인에 관한 요건을 조정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 법인을 둔 회사와 다른 회사 모두에 동일한 IPO 규정이 적용된다”면서 “새 규정이 기존에 비해 요건이 완화된 점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규정 개정을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상황과 연계해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지난달 24일 로이터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IPO 투자설명서에서 중국 리스크를 축소하려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증감위 관료들은 지난달 20일 중국 로펌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중국 관련 비즈니스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표현의 수위를 낮추라”며 “이를 거부하면 IPO 승인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증감위 관료들이 로펌 측에 “중국 기업의 IPO 투자설명서에 중국의 정책이나 비즈니스, 법적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설명을 포함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정책, 비즈니스, 법적 환경에 따른 리스크”는 홍콩 증권거래소가 기존 규정에 포함했다가 개정된 규정에서 삭제한 항목과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