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늘(1일)부터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對)중국 첨단기술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 통제가 미국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치가 불러올 파급효과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 통제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서방의 조치에 맞서 반격할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각국이 이 점을 깨달아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7월 초, 중국은 반도체와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핵심 원료인 갈륨 및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약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갈륨은 태양광 패널,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원료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 등의 핵심 소재로 군사 및 우주 기술에 널리 쓰인다.
경고사격(Shot Across the Bow)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에 대한 경고사격이다.”
미국 비영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정보통신혁신재단(ITIF)의 글로벌 혁신 정책 담당 부사장 스티븐 이젤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자국의 기술 및 장비를 활용한 첨단 반도체와 제조 장비 등에 대해 중국 수출을 규제한 바 있다. 이후 대(對)중국 규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네덜란드, 일본 등 동맹국들에 규제 동참을 요청해 왔다.
미국 주도의 규제 포위망이 좁혀옴에 따라 중국은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AI) 등에 활용되는 첨단 반도체를 손에 넣기 어려워졌고, 자국 내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중국의 갈륨 및 게르마늄 수출 통제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에포크타임스는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문의했지만, 백악관은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7월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안보 위협
최근 미국 지질조사국이 발표한 광물 자원 현황 및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미국은 광물의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은 미국에 필수 광물 16종과 기타 광물 25종을 공급하고 있다”며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다만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로 인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중국 전문가인 데릭 시저스는 에포크타임스에 “미국이 대체 공급원을 찾는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엄청난 양의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해외 공급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책분석 싱크탱크인 보안 및 신흥기술센터 소속 연구원 에밀리 와인스타인도 “(중국의) 수출 제한이 미국 기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번 조치를 시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 통제가 미국 기술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며 미국 및 동맹국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티븐 이젤은 “중국의 수출 통제는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지라도,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현재 미국이 직면한 국가 및 경제 안보의 취약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