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시진핑 총서기가 최근 네이멍구 시찰에서 국내 대순환 추진에 관해 “극단적 상황에서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동맹의 대중 포위망이 좁혀드는 가운데, 공산당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중화권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시진핑은 7~8일 내몽골을 방문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10일 시진핑이 후허하오터 센트럴 산업단지를 시찰할 때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 새로운 발전 구도를 구축해 과학기술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진핑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주 언급한 “예측할 수 있거나 예측할 수 없는 각종 세찬 비바람과 격랑”이란 표현을 다시 언급하며 “먼저 국내 대순환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또 “내순환(內循環)은 쇄국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도 우리 스스로 살아가고 더 잘살 수 있기 위함”이라고 했다.
대만 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쑹궈청(宋國誠) 교수는 12일 에포크타임스에 “이제 중국 경제는 시진핑의 말처럼 어마어마한 격랑에 직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쑹 교수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제 수요 시장 전반이 상당히 약세를 보였고, 특히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국의 내부 정책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 수요가 부진한 데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불안정한 정책으로 인해 중국 산업망의 탈중국화 물결이 일면서 중국 경제가 크게 악화됐다.
시진핑은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처음으로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하고 국내·국제 쌍순환(이중순환)이 상호촉진하는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경제가 반드시 내부적으로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발언은 중국이 쇄국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다.
이에 당국은 빠르게 ‘쌍순환’으로 말을 바꿨고, 이후에는 ‘내순환’과 ‘쌍순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다. 지난 4월 15일,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지는 시진핑의 1월 31일 자 내부 연설을 게재했다. 이 연설에서 시진핑은 “경제는 반드시 내부적으로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우자룽(吳嘉隆) 대만 AIA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일 에포크타임스에 “세계 모든 경제는 자국의 경제 여건을 국제 분업과 결합해야 자국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면서 “중국도 계속 국제 분업에 의존해야 하고, 외부 순환을 통해 내부 순환을 활성화해야 한다. 문을 닫아걸면 지속될 수 없다”고 했다.
우자룽은 “만약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제재와 금수를 당하고 디커플링을 당하게 된다. 내순환으로 이 손실을 메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제조업, 고용, 부동산, 지방 재정 등 모든 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은 시진핑이 미국에 맞섬으로써 촉발됐다고 했다. 지금 중국 앞에는 위안화 평가절하, 자금 유출 등 심각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모순되는 베이징 당국의 행보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는 8일 시진핑이 내몽골에서 “국내 대순환을 구축하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국민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국제 경제 순환에 참여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쑹 교수는 어느 국가든 내수시장과 수출입 무역을 병행하고 있고 또 이는 경제학의 기본 논리이기 때문에 내부 순환과 외부 순환이 모순된다는 설은 없다고 지적했다.
“모순되는 것은 시진핑 자신이다. 그는 국내에서 방첩법을 개정하는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국가안전위험감시 조기경보체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외국 기업에 대한 안보 점검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은 리스크가 높아져 속속 철수하고 있다.”
베이징은 최근 방첩법 개정을 통해 간첩 행위 및 법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베이징 당국은 대외 개방을 계속하겠다고 하면서도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이처럼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 당국은 이 방첩법에 따라 민츠그룹(Mintz Group),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캡비젼(Capvision) 등 미국 기업의 중국 사무소를 압수수색했고, ‘보안 위험’을 이유로 자국의 중요 정보기술 인프라 운영자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목조르기’ 당하는 이유
시진핑은 후허하오터(呼和浩特) 센트럼 산업단지를 시찰할 때 서방의 ‘목조르기(卡脖子)’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패권을 잡고 독점을 하면서 우리를 들러리로 만들어 끌고 다니려 한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이 서방의 기술을 탈취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촉발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기술 봉쇄로 ‘반도체’가 가장 심각한 ‘목조르기’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네덜란드는 기술 탈취를 사전에 막기 위해 일부 반도체·국방 분야에서 공부하거나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심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 제재를 발표한 직후인 5월 23일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포함한 23개 반도체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광범위한 수출 규제에 중국 반도체 업계는 ‘머추어 노드(mature node·40나노미터 이상)’ 반도체 생산까지 영향이 미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마이크론·인텔·삼성·TSMC 등 반도체 대기업을 초청해 대일 투자를 확대하고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G7 정상회의에서 7개국 지도자들은 전례 없이 단합해 중국 공산당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안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22년 9월 6일, 중국 당국은 ‘중대한 핵심기술에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신형 거국체제 완비에 관한 의견’을 심의 통과시켰다. 시진핑은 지난 2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의 2차 집단학습을 주재하면서 외국의 ‘목조르기’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쑹 교수는 많은 국가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공을 경계하고 견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가 베이징에 문호를 열고 무역을 하고 기술을 수출했다. 하지만 베이징은 이 기술들을 가지고 살상 무기를 개발하고,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국내 소수민족을 감시한다. 국제 사회는 당연히 이에 동조할 수 없다.”
시진핑, 다가올 최악의 상황에 대비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7일 내몽골 국경수비대를 시찰하면서 “국경방위와 통제 능력을 높이고 국가를 보위하고 국경을 지키기 위한 강철 만리장성을 단조(鍛造)하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우자룽은 “시진핑은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전하지 않도록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심한 듯하다”며 그렇게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일본·한국 등의 제재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진핑이 미리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중의 군사적 대결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중공군 전투기가 지난달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에 근접 비행하며 도발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대만해협에서 중공군 군함이 137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주행 중인 미국 군함의 항로를 가로지르며 충돌할 뻔한 상황이 발생했다.
우자룽은 중공군 전투기·군함이 의도적으로 미군에 도발하는 것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10일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최소 2019년부터 쿠바에 스파이 기지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정보 수집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글로벌 안보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자룽은 중국 공산당이 쿠바에 스파이 기지를 설치한 것은 2019년부터인데, 미국이 이번에 의도적으로 폭로한 것은 일종의 반격 행위라고 했다.
그는 “시진핑이 국내 순환을 위주로 하고 국제 순환을 보조적으로 한다고 강조한 것은 경제의 쇄국,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대비하는 것이다. 즉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봉쇄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쑹 교수는 시진핑이 내몽골에서 ‘쌍순환’과 ‘반도체 국산화’ 등을 언급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이 내몽골의 첨단산업, 특히 광전산업을 발전시켜 이른바 독립 구도 또는 새로운 발전 구도를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가 중국을 겨냥해 경제 봉쇄와 과학기술 봉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말하는 발전 구도 구축은 공염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