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뉴스]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 중요무형문화재 113호 칠장 정수화 선생의 작품세계
짙고 고혹적인 검은빛이 아름다운 배경 위, 학이 무리 지어 저마다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눈으로 구분하기도 힘들 만큼 작은 자개 조각들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붙여 만든 구름과 산 위를 학들이 우아한 날갯짓으로 유유히 날아다닙니다.
정교하게 조각한 용 위에 금박을 하나하나 입혀 금빛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압도적인 우아함을 지닌 이 작품들은 중요무형문화재 칠장 기능보유자 정수화 선생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순수 천연 도료인 옻액을 사용하는 옻칠 작품은 깊고 짙은 색채 속에서 은은한 빛을 뿜어냅니다. 정수화 선생의 작품은 우리에게 전통문화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벅차게 안겨줍니다.
[정수화 | 칠장 기능보유자]
“문화는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게 문화라고 늘 생각해요. 너무 앞서가는 것은 빨리 지치고 빨리 회의적인 느낌이 들지만, 우리 전통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선조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것을 물려주셨듯이 우리는 더 발전시켜서 후세에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고…”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칠흑 같은 밤’이라는 말에서 ‘칠흑’은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있다는 표현으로 고려 때부터 써왔습니다. 이러한 옻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칠액을 인내심이 필요한 정교한 제작 과정을 거쳐 정제한 후 사용하게 됩니다.
[정수화 | 칠장 기능보유자]
“옻은 일반 칠하고는 다르게 미생물이기 때문에 어떨 때는 마르고 어떨 때는 안 마르는데 달래가면서 해야 하는 그런 거죠. 말을 안 듣는 아이 같고, 어떨 때는 친구 같고… 그걸 어떻게 조절해서 일정하게 할 것인지 그러한 연구도 하고. 저는 칠에 대해 지금도 엄청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속에서 어마어마한 과학이 있다는 것을 제가 찾아냈어요. 그래서 장래가 밝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수화 선생은 50여 년 동안 전통 칠기공예에 전념하면서 우리 전통의 칠 정제법을 전수하여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13호 칠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정수화 | 칠장 기능보유자]
“형태는 바뀌어도 칠이 옻칠이라면 기법이 안 바뀌기 때문에 그것이 전통이다, … 기초가 튼튼해지려면 눈속임이 없어야죠. 원칙대로 삼베를 바르고 토회칠을 바르고 이렇게 하면… 지금 내가 이렇게 만드는 것은 수천 년은 갈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죠.”
정수화 선생은 자신이 지켜온 전통문화 기술을 후대에 전수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심지혜 | 칠공 견습생]
“이런 작업을 할 때마다 급하게 하면 오히려 결과가 안 좋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차분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번 작업할 때마다 그 단계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 밟아나갈 때 결과가 좋더라고요.”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현대 미술계의 변질한 동향에 현혹되지 않고 전통 기술을 따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자기 기술을 향상해 가고 있는 정수화 선생.
[정수화 | 칠장 기능보유자]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 정신이 살아남아 있다, 우리의 옻칠공예는 한국의 우리 고구려·신라·고려·백제 삼국시대를 거치고 넘어오듯이 끈질긴 거다, 그래서 지금까지 맥이 끊기지 않고 온 이유도 그거다, 그게 정신이다, …”
옻칠과 나전칠기 작업에 인생과 열정을 오롯이 바쳐온 그의 예술혼은 작품으로 피어나 전통적인 기품을 고스란히 품고 우리에게 참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지금까지 NTD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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