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투자 유치, MOU 50건 체결
세계 최고의 반도체 동맹 토대 마련
“美 IRA·반도체법에 韓 입장 최대 반영” 기대
‘경제외교’에 방점…경제부처 장관 등 122명 동행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의 경제 분야 성과를 두고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군사·경제동맹을 넘어 첨단기술동맹으로 지평을 넓혀가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4월 30일 ‘윤 대통령 방미 경제 분야 성과에 따른 경제적 영향 전망’ 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기업인들을 만나 첨단산업 공급망, 첨단과학기술 동맹을 굳건히 하고, 59억 달러 규모의 첨단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등 전방위적인 경제 행보를 보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미국 순방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과 122명의 사절단이 동행하는 등 ‘경제외교’에 방점이 찍혔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한미동맹이 첨단기술동맹으로 확장돼 핵심 산업 경쟁력이 강화된 점을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사이버·우주·퀀텀 등 첨단과학기술 동맹 구축 △59억 달러(약 7조8000억 원) 규모 첨단기업 투자 유치 △아태지역·외환시장 협력 및 인적 교류 확대 등을 성과로 꼽았다.
국내 기업 초미의 관심사였던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선 “첨단산업 공급망에 있어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은 각각 메모리반도체, 반도체 장비에 지닌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상호보완적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며 세계 최고의 반도체 동맹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이행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방향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했다며 “해당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기업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것”이라고 기획재정부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상무(商務) 당국 간 별도 회담을 통해 대중(對中)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과정에서도 기업 투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우리 측 의견 반영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은 첨단과학기술 분야로 협력의 범위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한미 양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구축하기로 했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퀀텀(양자)·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핵심·신흥기술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주산업 규모가 2021년 469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1000억 달러로 비약적인 성장이 전망된다”면서 “양국 간 협력이 글로벌 우주탐사·과학을 주도하고 미래산업 성장 동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혁신기술인 양자(量子·quantum) 기술의 경우 ‘양자과학기술협력 공동성명서’를 통해 협력 방향을 구체화했다며 “국제기술·표준을 선점하고 미래산업 선도 기반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 총 59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한미 기관·기업 간 양해각서(MOU) 50건을 체결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2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6개 첨단기업이 19억 달러, 소재과학 기업 코닝이 15억 달러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대(對)한국 직접투자(FDI)의 3분의 2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간의 통상적인 연간 투자액을 넘어서는 규모라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양국 기업 간 공동 연구, 인증·표준 등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는 총 50건이 체결됐다. 산업 13건(배터리·반도체 등), 에너지 13건(수소·SMR 등), 바이오 23건(제약·의료기기 등), 콘텐츠 1건 등이다.
윤 대통령은 MIT를 방문해 첨단 디지털바이오 석학들과 함께 양국 간 기술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어진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모범사례인 보스턴의 성공 요인을 국내에 도입·적용하기 위한 클러스터 혁신전략 논의가 진행됐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해 온 윤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나 테슬라가 아시아 지역에 건설할 예정인 전기차 생산기지 ‘기가팩토리’ 유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머스크 CEO와 화상면담을 하고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기가팩토리’의 한국 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
양국은 외환시장 협력 의지도 표명했다. 기재부는 “미 재무부와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외환시장 동향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진행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방미에 따른 성과를 보다 구체화·가시화하기 위해 오는 8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