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제공” 놓고 한미간 해석차…핵 공유 vs 아니다

최창근
2023년 04월 28일 오후 5:18 업데이트: 2023년 04월 28일 오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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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 후 선언된 이른바 확장 억제 강화와 관련한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한·미 양국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 측은 ‘핵 공유’로 해석했지만 백악관은 “핵 공유는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이다. 중국이나 북한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국장은 “우리는 이것(워싱턴 선언)을 핵 공유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답변은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 중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 공유 협정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케이건 선임국장은 “워싱턴 선언은 한·미 동맹 강화이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미국)는 워싱턴 선언이 매우 위협적인 무기 시험과 수사(修辭) 등 북한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실이 ‘핵 공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미국)의 정의로는 핵 공유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그 결과물로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에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포함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 등 구체적인 확장억제 방안이 포함됐다.

선언 후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미국 현지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은 이번에 미국 핵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했다.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라며 ‘핵 공유’의 의미를 강조했다. 반면 미국 측은 ‘핵 공유는 아니다.’라며 온도 차를 드러낸 것이다.

케이건 보좌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워싱턴 선언의 의미에 대해서 추가 설명했다. 그는 “워싱턴 선언의 핵심 요소는 우선 미국이 핵 위기 시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에 어떠한 종류의 핵무기를 배치하게 되더라도 한국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라며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력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케이건 보좌관은 “한미 동맹은 이러한 협의를 촉진하기 위한 굳건한 소통 인프라스트럭처를 갖게 될 것이다.”라며 ‘핵협의 그룹’이란 새로운 소통 기구 창설을 발표했다. 또한 “우리가 주요 비상사태 계획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핵심 동맹(한국)이 추가적 통찰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핵 공유’의 의미를 둘러싼 한미 간 입장 차이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했다. 그는 “왜 핵 공유가 아니라고 보는가?” 질문에 케이건 국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우리는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가 ‘핵공유’라고 말할 때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한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핵 무기 통제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 입장에서 핵 공유에 대한 정의는 핵무기의 통제(control of weapons)와 관련됐는데 워싱턴 선언에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핵무기 사용에 관한 통제권 여부가 핵 공유의 핵심이지만 미국 측은 ‘핵무기 사용에 대한 결정은 미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차원에서도 한반도에 전술핵 전개 빈도를 늘리더라도 상시 배치는 아니라는 데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