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조례, 종교화합자문위 만장일치 요구
가사에 ‘신’ 있다며 종교편향성 문제로 불허
대구 시립교향악단·합창단 공연이 ‘종교 편향’을 이유로 불허됐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가사에 ‘신’이 라는 단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전 예술 상당수가 종교나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종교적 이유로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일보 등에 따르면, 오는 5월 1일로 예정된 대구 수성아트피아 공연장의 재개관 공연은 종교화합자문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종교계·법조계·문화계 전문가로 구성된 총 9명의 심의위원 중 한 명이 가사에 ‘신’이 들어가 종교적으로 편향됐다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구시 조례에서는 시립예술단 공연은 종교 중립성 확보를 위해 종교화합자문위 위원 전원의 찬성을 받도록 규정했다. 한 명의 위원이라도 반대하면 공연을 할 수 없다.
앞서 수성아트피아는 재개관을 앞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을 기획하고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과 수차례 구두로 협의했다. 그러나 이번 종교화합자문위 부결 판정으로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공연은 결국 무산됐다.
‘합창’은 ‘영웅’, ‘운명’과 함께 베토벤 3대 교향곡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전체 1~4악장 중 마지막 4악장에 독창과 합창으로 구성된 성악이 등장해서 ‘합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성악 가사는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서 가져온 것으로 “환의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땅 위의 벌레에게도 기쁨은 선물 받고, 천사 케루빔은 신 앞에 선다”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현지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방성택 대구 음악협회장은 MBC에 “예술을 종교로 접근을 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국악 연주라든지 오페라 연주라든지 오페라도 종교적으로 관련된 것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베토벤의 ‘합창’을 종교 문제로 무대에 올릴 수 없는 경우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의회는 만장일치가 아니면 통과할 수 없다는 시 조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