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中 ‘개도국 지위 박탈’ 가결…최혜국 취소도 추진

한동훈
2023년 03월 29일 오전 10:52 업데이트: 2023년 03월 29일 오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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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의회가 공산주의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국제사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PRC·중공)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박탈하기 위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앞서 20일 상원에서는 중공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취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게 골자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하원은 27일 ‘중공은 개발도상국이 아니다'(HR. 1107호)라는 법안을 찬성 415표, 반대 0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소속 한국계 영 김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국제협약, 국제기구 등에서 중공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는 경우, 미국 정부가 이에 반대하도록 했다.

또한 국제협약과 국제기구 참여국에 중공을 ‘중상위 소득 국가’, ‘고소득 국가’, ‘선진국’ 등으로 분류하도록 요구하게끔 했다.

중공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세계무역기구(WTO)나 유엔(UN)을 포함한 다수 국제기구 등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다. 이를 통해 각종 규제 적용을 유예받는 등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인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인 김 의원은 이날 하원 전체회의에서 “중공은 세계 경제의 18.6%를 차지하는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이라며 “미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데 중공도 그래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참여국을 부채 함정에 빠뜨리는 것으로 비판받는 중공의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인 ‘일대일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중공이 다른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수조 달러를 지출하면서 국제기구로부터 자금대출과 개발지원을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상원 조시 하울리 의원. | AL DRAGO/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미 여야, “불공정 무역 관행 바로잡아야” 초당적 협력

미국의 법안은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 대통령이 서명해야 발효된다.

이 법안의 상원 버전(S. 5190호)은 앞서 2월 초 공화당 밋 롬니, 민주당 크리스 밴홀런 의원에 의해 여야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법안 공동 발의자인 롬니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중국의 막대한 국방비 지출과 해외 투자를 고려할 때,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상원에서는 중공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맞설 또 다른 입법도 추진 중이다.

공화당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지난 20일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취소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노동자 계급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중국과의 정상적인 무역관계를 폐지하는 법안’으로 이름 붙여진 이 법안은 대중 수입관세 등에 관한 우대조치를 허용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끝내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에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더 끌어올릴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홀리 의원은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 최대의 적”이라며 “일자리, 산업, 미래를 건 치열한 경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 성공의 오랜 공식인 강력하고 자립적인 근로자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 자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성명은 “이 법안은 미국의 사회 기반을 붕괴시키고 중국 공산당을 부유하게 하는 정책을 폐지함으로써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중국에 항구적으로 최혜국 대우를 제공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중국의 WTO 가입을 추진했다.

홀리 의원은 “미국 정부가 스스로 중국에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중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 대거 쏟아져 들어오고 미국 제조업 전반에 걸쳐 양질의 일자리 370만 개가 사라지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와 공장이 사라지자 지역 사회에는 고통이 찾아왔다”며 “사회구조가 무너지고 결혼과 출산율은 감소했으며, (약물) 중독과 이혼, 자살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홀리 의원은 “미국의 남녀 근로자들을 약하게 만들면서 중국 공산당을 부유하게 하는 정책은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가 성실하게 일하는 미국인들을 해치는 동시에 중국이 아닌 중국 공산당을 살찌운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미 경제분석국(BEA)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전 분기보다 감소한 630억 달러(약 82조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