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민간 투자가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중국 당국은 민간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여러 번 밝혔지만 지금까지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피터슨 미국 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중국의 민간 부문 지원은 지금까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경제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의 민간 부문 투자는 사실상 무너졌다. 중국 지도층은 ‘민간 기업의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연구소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이 2023년에도 경제 정책을 주도할 경우,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경제 고속 성장은 지난 1978년부터 시작했다. PIIE는 이를 중국 당국이 민간 기업 설립과 확장을 허락한 ‘경제 자유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후 중국에서 민간 기업 투자 비중은 치솟았고 국가 투자 비중은 1980년의 82%에서 2012년의 34%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말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후부터 민간 기업 투자 증가세가 사그라지더니 2016년부터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이르러서는 국가 투자가 10% 증가했지만 민간 투자는 겨우 0.9% 증가하면서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중국 국유 기업의 생산력은 일반적으로 민간 기업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간 투자 하락세는 중국 경제 성장의 잠재력도 약화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가장 큰 문제는 시진핑 주석 집권하에서 중국 당국의 정책은 늘 국가가 경제를 통제·지도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민영 기업에 불리한 정책 때문에 개인 투자자와 기업가들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에 대한 ‘편견’은 시진핑 주석의 첫 임기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 2017년 당시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발언에서 ‘국영 기업을 지원·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영 은행들은 민영 기업을 희생하는 대가로 국영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대폭 증가했다.
시진핑 주석은 같은 발언에서 “민영 기업 내에 중국 공산당 지부를 설립해 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대하라”고도 주문했다. 다음 해인 2018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당이 전국 각 지역의 모든 공작 분야를 지도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민영 기업으로 꼽히는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滴滴) 등 하이테크 플랫폼 기업은 모두 중국 당국의 엄밀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 중국 당국은 약 7년 전부터 민간 하이테크 기업의 이른바 ‘골든 주(일반적으로 전체 주식의 1%로 경영권 참여를 보장)’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당이 해당 회사들의 이사회에서도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허락한다고 중국 당국은 강조해왔다.
PIIE는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은 ‘민간 기업을 지지한다’는 언론을 주기적으로 발표한다. 하지만 시진핑을 포함한 기타 관리들은 말만 그렇게 했을 뿐이다. 실제로 민간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과 기업가들의 신심을 회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8년 민영 기업이 중국 경제에 대한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올해 2월 초 정치국 발표에서 개인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제정책 책임자 리커창 국무원 총리도 민영 경제와 투자환경을 개선할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의 최고 경제고문인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도 주기적으로 ‘민간 부문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런 약속은 한 시점은 올해 초의 다보스 포럼 기간이었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데이터를 인용해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발표는 민영 부문의 성장 또는 투자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라며 “불안한 정책 환경 때문에 기업가들은 갈수록 투자를 꺼린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 중국 당국은 올해 중국 경제가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은 가정 소비 회복에 달렸을 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의 대폭 증가와 공공부문 투자의 동시 하락도 두 가지 큰 결정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