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무효소송 120여 건 중 첫 최종 변론
비정상투표지 증인 신문…인천 송도2동 투표관리관 출석
시민·단체들, 대법원 앞 집회…공정한 재판 촉구
2020년 4·15 총선 이후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에 대한 증인신문과 마지막 변론기일이 5월 23일 대법원에서 열렸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제1호 대법정에서 민경욱 전 의원이 인천 연수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국회의원 선거무효소송(2020수30)과 관련해 최종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 소송과 관련한 첫 공식 재판은 지난해 4월 15일에 있었다. 해당 소송이 제기된 지 약 1년 만이었다. 지난 4.15 총선 이후 대법원에 제소된 120여 건 선거무효소송 중 유일하게 최종변론기일에 이른 소송이기도 하다.
민 전 의원은 2020년 4월 15일 실시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 연수을에 출마해 상대 후보인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2893표 차이로 패배해 낙선했다. 당시 민 전 의원은 4만9913표, 정 의원은 5만2806표를 얻었다.
민 전 의원은 개표 초반 앞서다가 사전투표 결과가 합산된 뒤 순위가 뒤바뀌자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같은 해 5월 7일 대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선거무효 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진행되며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선거소송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 대표가 제기한 소송의 처리 기한은 2020년 11월 2일까지였다.
이날 재판을 보기 위해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지만, 대법원 측은 재판 방청 인원을 1호 법정 좌석 숫자에 맞춰 82명으로 제한하고 오후 1시 20분부터 대법원 재판정 앞에서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법원 측, 시민들 간에 방청 여부를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고성이 오가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많은 시민들이 재판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법원 앞에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원고 측은 원고 민경욱 전 의원, 원고소송대리인단 변호사 7명(석동현, 도태우, 박주현, 권오용, 현성삼, 이동환, 구상진)이 참석했다. 피고 측은 변호사 2명(최길림, 권현정)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2명이 소송 수행자로 참석했다.
재판은 증인신문과 원고, 피고의 변론 순으로 진행됐다.
일명 ‘일장기투표지’로 불리는 비정상투표지가 다량으로 발견된 인천 송도2동 제6투표소 투표관리인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장기 투표지’는 투표지 하단 투표관리관 확인란에 투표관리관 도장의 인주가 글자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뭉개져 마치 일장기의 붉은 원처럼 속이 꽉 찬 붉은색 원형을 띠고 있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민 전 의원 측은 지난해 6월 28일 재검표 과정에서 총 투표 인원이 1974명인 송도2동 제6투표구에서 이러한 일장기 투표지가 1000장 이상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투표용지 이미지가 겹쳐져 인쇄된 이른바 ‘배춧잎 투표지’ 등 비정상투표지가 다수 나왔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커진 바 있다.
투표관리관 확인란에 직접 날인했는지를 묻는 재판관의 질문에 증인은 “직접 날인하지 않고 투표사무원 2명에게 위임했다”고 답했다. “2020년 4·15 총선 당시 이렇게 도장이 뭉개진 투표지를 본 기억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본 기억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런 투표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없다”고 답변했다. 증인은 이 내용에 대해 언제, 어떻게 알게 됐느냐는 물음에는 “작년 7월쯤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투표사무원에게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하자 “당시 함께 일했던 2명의 투표사무원 중 1명에게 일장기투표지에 관해 물어보았는데 그 투표사무원은 그러한 투표지를 본 일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이상한 투표지에 대한 항의는 발생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해당 투표구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투표지가 1974장 중 절반이 넘게 나온 이유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답했다.
원고측에서는 박주현, 현성삼, 도태우, 권오용 변호사가 차례로 나와 PPT 자료를 통해 그동안 주장해온 부정선거의 증거들에 관해 종합적으로 진술했다.
피고 측 최길림 변호사는 “원고 측은 의혹만 제기했을 뿐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춧잎 투표지, 일장기 투표지가 어떻게 생성됐는지를 시연하는 영상을 틀며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당시 이 같은 투표지를 본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투표관리관의 증언이 나온 직후라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명이 더 필요하다는 게 원고측의 주장이다.
원고인 민경욱 전 의원은 마지막 발언에서 “우리 국민은 헌법이 보장하는 완벽한 자유민주주의를 누릴 권리가 있다”며 “저는 지난 4·15 총선에서 훼손된 인천 연수을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복원시켜드리고자 지난 2년 간 싸워왔다. 이제 그 종착지가 멀지 않아 보인다”고 피력했다.
재판은 휴정 없이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으며 양측의 최종 진술을 마지막으로 모든 변론절차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추후 선고기일을 고지하기로 하고 재판을 종결했다.
한편, 이날 대법원 앞에서는 공정선거 실천연대, 공정과상식 자유민주주의연대, 국익포럼, 나라지킴이 고교연합 비상대책위원회, 대한민국 ROTC 애국동지회, 백신패스반대 자유애국 시민연합, 부정선거방지대, 선거정의국민연대, 육군학사장교구국동지회, 자유민주수호 운동본부, 한미연합국제선교회, 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 4·15부정선거 대구투쟁본부, 4·15센터 등 전국에서 온 시민단체와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부정선거방지대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재판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4·15 총선은 부정선거였다”며 “180일 이내 결론 내야 하는 것을 2년 넘도록 끌고 있는 건 부정선거 실상이 드러날까 두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로 논평을 요청했으나 선관위 관계자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별도의 논평은 없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