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항공, 항공기 정비 영상 공개…전문가 “충격적”

- 2020년 CCTV에서 제작…정비 능력 과시 목적
항공기 정비 전문가 “상식 벗어나, 위험한 방식”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 탑승객 132명 전원이 사망한 참사의 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동방항공의 항공기 정비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 속 항공기가 사고 항공기와 동일한 보잉 737-800NG 기종인데다,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항공기 정비에 전용 장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자체 개발한 장비를 사용하는 등 상식 이하의 정비 방식을 동원하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영상은 동방항공이 ‘안전한 항공기 정비’를 홍보하기 위해 CCTV와 협조해 제작한 것이지만, 오히려 스스로 허술함을 노출해 안전에 대한 우려만 높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언론인 출신의 1인 미디어 운영자 장펑(江峰)은 최근 온라인을 통해 중국 관영 CCTV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동방항공의 기술’ 윈난지사 피클포크 수리 기록>(东航技术云南分公司拨叉修理纪实)을 공개했다.
피클포크(Pickle fork)는 항공기 동체와 날개를 연결하는 부위이며, 피클을 찍어 먹는 포크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보잉 737NG 기종은 지난 2019년 피클 포크에 균열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견돼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5분 분량의 이 다큐에서는 2019년 CCTV 보도를 인용해 보잉사가 피클 포크 균열이 발생한 737NG 기종 50대를 리콜했으며, 동방항공 소속 보잉 737-800NG 여객기 2대도 정비가 필요하지만 리콜 기간만 최소 6개월이 걸리며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고려해 동방항공이 자체 정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본사 리콜이 필요한 항공기를 자체 정비할 수 있을 만큼 동방항공의 정비기술이 고도화됐다고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항공기 정비 전문가들은 해당 영상을 본 후 몇 가지 의문을 나타냈다.
CCTV 다큐에서는 “보잉에서 파견한 엔지니어가 동방항공의 정비 능력에 높은 평가를 내렸고 보잉 역시 동방항공이 자체 개발한 정비 방안을 승인했다”고 했지만, 보잉 측 홈페이지나 공식 발표 자료에서는 리콜 대상 항공기를 동방항공에서 정비하도록 승인한 내역이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항공기 정비 전문가 A씨는 “항공기에 문제가 생겨 리콜 등이 필요한 경우를 ‘감항성 개선지시(AD)’가 내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감항성 개선지시가 떨어진 항공기를 점검하거나 정비하는 것은 각국 항공법에서 규정할 정도로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2019년 당시 보잉은 문제가 된 항공기를 리콜해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수리했고, 이후 해당 기종의 피클 포크 균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보잉이 그만한 정비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피클 포크는 항공기 동체 측면에 위치하며, 보수나 교체 시 난관은 교체한 새 부품과 날개를 잇는 접합점에 새로 구멍을 뚫는 작업이다. 매우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며, 해당 기종을 전담하는 판금작업팀이 필요하다. 특히 날개에 가해지는 압력을 정확히 계산해야 하는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CCTV 다큐에서는 피클 포크에 직경 25.43mm 구멍을 뚫을 때, 전용 장비가 없어 동방항공 엔지니어링팀이 자체 개발한 단계별 천공 방식으로 구멍을 넓펴야 했다고 소개했다.
A씨는 “항공기는 모든 부품이 매우 정밀하게 설계된 기계다. 항공기에 난 모든 구멍은 큰 압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만약 구멍 간 간격에 오차가 발생하면 항공기의 압력을 견디는 능력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 항공기 제조사들은 컴퓨터 장비로 정밀 측정하고 정교한 장비를 사용해 구멍을 뚫는다. 사람이 직접 드릴을 가지고 뚫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물론 다큐에서는 실물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아 장담하긴 어렵지만, 구멍이 제대로 정교하게 뚫렸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인 항공기 정비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형 개인 항공기는 드라이버나 수동공구를 이용해 정비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대형 항공기를 수작업으로 정비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수작업으로 대형 항공기에서 요구되는 정밀도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품 레고 블록과 짝퉁이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실제로 조립해보면 미묘하게 이가 맞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형 항공기를 이런 식으로 조립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클 포크는 날개가 동체에 붙어 있도록 하는 부위다. 비행 시 기체에 전해지는 응력과 토크 하중을 견디는 서스펜션 시스템이다. 피클 포크는 교체하는 소모성 부품이 아니며, 항공기 전체 수명과 동일한 수명으로 설계됐다. 그만큼 중요한 부품이다.
A씨는 또한 “항공기는 작은 부품 하나하나가 큰 압력을 견뎌야 한다. 일반적인 기계 부품과는 다르다. 특히 항공기에서 동체와 날개를 연결하는 부품들은 나사 하나하나 정밀한 고강도 구조로 설계된다. 따라서 항공기 부품 대부분은 보잉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전 세계에서 보잉사 기준을 맞춰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몇 개 안 된다. 동방항공 정비팀이 보잉 항공기 핵심 부품을 직접 정비할 수준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CCTV 다큐에서는 동방항공이 전용 장비가 없어 자체 개발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A씨는 “동방항공이 자체 개발한 방식이 보잉사의 정규적인 정비 방식에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비 능력 뿐만 아니라 부품 생산 능력도 중요하다. 자동차 부품 찍어내는 것과는 다르다. 항공 역학에 기초해 각 기종에 맞춰 생산해야 하며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동방항공이 이런 능력과 절차를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자체 정비를 통해 비용은 절감할 수 있었겠지만 그만큼 상쇄되는 안전까지 담보할 수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비 영상에 관한 논란이 일자 동방항공 홍보부는 “동방항공이 자체 정비한 항공기는 2020년 9월 퇴역했으며,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MU5735편은 다른 항공기”라고 해명했다. 현재 정비 영상을 최초 보도한 중국 매체 글은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대형 사고에 관한 유명한 법칙인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전에 작은 사고가 29건 발생하고 잠재적 징후가 300번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A씨는 “동방항공 MU5735편 추락사고 역시 없었던 큰 사건이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작은 사건 사고가 이미 여럿 있었을 것이다. 리콜에 따른 운항 손실이 아깝다며 자체 정비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중대한 문제점을 스스로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동방항공과 중국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보를 은폐하지 말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더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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