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시내면세점 전면 철수… 중국인 보따리상 때문?

최창근
2022년 01월 17일 오후 4:50 업데이트: 2022년 01월 17일 오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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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롤렉스 등 명품브랜드 국내 시내 면세점 시장 철수
늘어나는 중국 시장 수요에 맞춰 기타 아시아국가 공급 축소
‘다이궁’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 입혀서라는 분석도

루이 비통(Louis Vuitton)이 한국 시내면세점 전면 철수를 선언했다.

1월 15일, 영국 면세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비드 리포트(The Moodie Davitt Report)’는 루이비통이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운영 중단에 이어, 20202년 3월까지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잠실월드타워점에 입점한 매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이제까지 국내 시내 면세점 총 7곳에 매장을 운영해 왔다. 올해 3월부터 지방 매장을 중심으로 3곳을 철수한 후,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서울시내 면세점 내 매장도 순차적으로 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무디 데이비드 리포트는 보도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객이 줄어든 상황을 고려해 영업을 중단한 것”이라면서 “최종 철수 여부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루이비통의 철수 결정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중국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해 공항 면세점 중심의 매장 운영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정된 공급 대비 수요는 급증세인데, 중국 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한국을 비롯한 기타 아시아 국가 내 공급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루이비통 매장은 이번 철수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국제공항이 2023년까지 제2터미널에 두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란 점도 확인됐다.

국내 면세점 철수하는 명품 브랜드는 루이비통만이 아니다. 고급 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지난해 말 서울과 제주, 인천공항에 거점 매장 1개씩만 남기고 국내 면세점 유통 채널을 전부 정리했다. 10개에 달했던 롤렉스 면세점 매장은 3곳으로 통폐합됐다.

일각에서는 ‘다이궁(代工)’으로 불리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주 고객이 된 한국 현실에 비춰 볼 때, 국내 시장 면세점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루이비통 상품의 최종 목적지가 중국이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루이비통 입장에서는 한국 내 매장을 운영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탈(脫)면세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국내 면세점의 중국인 보따리상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로 인하여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실제 한국 시내 면세점은 다이궁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이는 명품 브랜드의 전략에는 위배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다이궁이 구매한 제품이 중국에서 불법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자신들의 브랜드 정책과 다른 고객군인 다이궁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며 “평소 이 같은 불만이 있었던 데다 코로나 19로 인한 해외여행 제한으로 시내면세점 매출이 줄어드니 이를 핑계로 매장 철수를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7년 중국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리면서 중국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이후 빈자리를 중국인 보따리상이 채우고 있는 형편이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 19 사태로 해외여행 자체가 제한되면서 국내 면세점 명품 쇼핑 시장에서 다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