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일주일여 남은 미국에서 ‘내 투표를 바꿀 수 있나’(Can I change my vote)에 대한 검색량이 급증했다.
이미 행사한 표를 철회하고 다른 후보에 투표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검색은 지난 22일(현지 시각)부터 시작됐다.
구글은 정확한 검색 횟수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1~100까지 ‘관심도’라는 지수를 통해 해당 키워드가 얼마나 인기 있었는지만 보여준다. 100이 최고다.
조사기간을 ‘지난 30일’로 설정하면, ‘투표를 바꿀 수 있나’라는 검색어에 대한 관심도는 25 정도로 낮게 유지되다가 22일 치솟기 시작해, 23일 75가 넘었다.
더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기간을 ‘지난 7일’(20일~27일)로 설정해 지역별 관심도를 보면, 애리조나·아이다호(100)가 가장 높았고 알래스카(96), 유타(93), 펜실베이니아(90) 등 순이었다.
왜 이날 ‘투표를 바꿀 수 있나’라는 검색이 폭증했을까.
해답은 미국 대선 일정에 있다. 이날(22일)은 대선 전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열린 날이었다.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들이 이미 우편투표 등으로 행사한 표를 바꾸고 싶은 마음을 먹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행사한 투표권의 번복, 즉 표를 바꾸기가 가능할까?
답은 “주에 따라 다르다”이다.
미네소타, 미시간, 위스콘신 등 3개 주에서는 부재자 투표(우편투표)를 마친 유권자에게 대선 전까지 투표 번복을 허용한다. 신청 절차나 마감일은 차이가 있다.
이밖에 펜실베이니아, 뉴욕, 미시시피, 코네티컷 등에서도 투표 번복을 허용하는 것으로 일부 언론은 보도하고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투표 번복이 인기 검색어된 이유
미국 유권자들은 왜 TV토론을 본 뒤 표를 바꿀 생각까지 하게 됐을까.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측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석유 산업 폐쇄” 발언을 꼽는다.
22일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산업을 폐쇄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바이든은 “그렇다. 석유 산업에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 확산으로 경기침체가 심각한 미국에서 일자리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당장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도 석유산업 종사자가 많다.
또한 미국에서 석유산업의 파급력은 에너지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관련 상품이 6천개에 이르는 거대한 산업구조를 지탱한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석유 산업이 없어진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26일 바이든은 “유전을 폐쇄하지 않겠다”며 즉각 중단이 아니라 보조금 폐지라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10월 들어 촉발된 바이든 아들 헌터의 ‘이메일 스캔들’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스캔들은 헌터가 가족을 대신해 외국기업의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22일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바이든 후보가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국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점을 지적하며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공세를 폈다.
다음날 구글에서는 ‘바이든 중국’(biden china)에 대한 검색이 증가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반중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2020 미 대선, 우편투표 규모 사상 최대
이번 미국 대선은 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 많은 유권자가 우편투표를 선택했다.
지난 24일 오전까지 사전투표를 완료한 유권자는 2016년 대선의 10배 규모인 56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6%(3700만명)가 우편투표였다.
미국 NBC 집계에 따르면 우편투표 신청자는 총 7000만명 이상으로 민주당 유권자 46%, 공화당 유권자 30%, 그외 유권자 24%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