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분석
지난 25일 중국 공산당(중공) 국방부는 미군의 U-2 정찰기가 중국의 북부 작전 구역 실탄연습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며, 이러한 행동은 잘못된 판단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미 정찰기의 이번 행위는 도발 행위라고 돌연 항의하고 나섰다.
당초 지난주 서태평양은 조용해야 했다. 레이건 항공모함이 괌에 정박해 휴가를 보내면서 중국 해안에는 미군의 항공모함이 없었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 연합군사훈련 ‘림팩'(RIMPAC)이 멀리 하와이에서 시작되면서 미국-중공중 간 군사적 대치 분위기가 살짝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중공군 5대 전구 중 하나인 북부전구에서 전개한 군사훈련 역시 같은 기간 시작됐지만, 장소는 대만과 비교적 멀리 떨어진 보하이(渤海)해, 서해, 동해, 하이난(海南)섬 근처였다.
중공은 이 훈련이 대만을 향한 것이라고 계속 선전했지만 이러한 ‘대만 카드’는 사실 외부가 아닌 대내 선전용이다. 그나마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없다. 중공의 훈련은 공중과 해안 방어를 위주로 하는 방어 훈련으로, 미군의 공습에 대비한 게 명확하지만 중공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너무 못나 보여서다.
중공의 내해 군사 훈련은 사실상 시늉만 하는 연극이다. 하지만 중공 국방부는 기어코 이런 비교적 평온한 평화를 깨뜨렸다.
미군이 인도태평양 행동 구역에 U-2 정찰기 1대를 출동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미군에 따르면 비행은 항공기의 비행에 관한 공인된 국제 규범과 조례에 부합했다. 또한 태평양 공군은 국제법상 허용되는 범위 내라면 어느 곳이든 자신들이 선택한 시간과 속도에 따라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양측은 각각 어떤 메시지를 발신한 것일까?
교전 없는 힘겨루기
양측의 성명은 확연히 다르다. 중공 국방부의 성명에 따르면, 마치 U-2 정찰기가 중공이 정한 군사훈련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지역은 영공도 아니고, 방공 식별 구역도 아니다.
미군의 성명도 그들이 중국의 영공이나 방공 식별 구역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중공군이 정한 군사훈련 비행금지구역에 공해상 영공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미군은 중공군이 정한 이른바 ‘공해상 비행금지구역’은 인정하지 않고 그대로 비행하고 있다. 이 ‘공해상 비행금지구역’은 가장 큰 쟁점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말 그런 거라면, 이 모든 일은 교전만 없는 정면 힘겨루기다.
군사행동에 속하는 비행금지구역 지정은 냉전 후에 여러 차례 발생했다. 예를 들어, 미군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은 일찍이 이라크, 유고슬라비아, 리비아 등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적 있고, 다른 군용기가 경고를 무시하고 진입하면 격추시켰다.
한때 중공이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었지만, 그 당시 중공은 미군에 대응도 추가 도발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부족했고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이번에 중공이 북부 작전 구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지정한 것은 영공과 방공식별구역을 공해상으로 확대하려는 탐색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중공의 고의적인 행동이다.
미군은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U-2 정찰기를 보내 중공이 지정한 공해상의 비행금지구역을 무시한 채 정찰에 나섰다.
비행금지구역을 둘러싼 이 힘겨루기는 또한 중공이 과연 정말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지를 시험하는 측면도 있다. 중공은 성명을 통해 잘못된 판단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 중공은 교전의 결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U-2 정찰기를 향해 발포도 하지 않았으며, 당시에 경고나 퇴거명령을 행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힘겨루기에서 중공은 반발하는 것 외에 실질적인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비행금지구역을 지정해놨지만, 미군은 이를 무시하고 넘어버렸다. 중공으로서는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셈이다. 이는 또한 중국이 돌연 항의하게 된 원인이다. 최근 2개월간의 침묵과 비교하면, 중공 국방부의 이번 반응은 상당히 신속하다고 할 수 있고, 보기 드문 일이다. 체면이 땅에 떨어져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중공 기관지, 미군 대응 애써 외면
중공의 항의와 마찬가지로 중공 관영매체 역시 미군의 동향을 신속히 보도하고 비판하던 관행이 실종됐다.
중공 매체는 미군이 국경을 압박한다는 소식은 최대한 보도하지 않으려 하고, 계속해서 중공군이 얼마나 강대한지만을 떠든다.
중공은 중국 국민이 실상을 알고 난 후에 중공군의 패배를 인정해버리는 궁지에 빠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소위 말하던 애국주의 선전의 진상이 탄로가 날 것이다. 중공 정권과 군대는 애초에 애국적이지 않았다. 겉으로는 허세를 늘어놓았지만 실제로는 고개를 숙인 채 그저 정권을 지키겠다는 생각뿐이다.
미 해군과 공군이 최근 들어 남중국해와 동해에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지만, 중공 언론들은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최대한 피하고 있다. 미국의 각종 정찰기가 빈번하게 중국 연해에 접근하고 있지만 중공 매체는 이 사실을 크게 싣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서로 선제공격을 하지 말자는 말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동시에 미군의 RC-135 정찰기는 남중국해에서 중공의 미사일 시험 발사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지만, 중공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번 비행금지구역 힘겨루기는 중공이 자초한 일이다. 중공이 의도적으로 비행금지구역을 공해상으로 넓혔다. 이는 업무상의 실수라고 볼 수는 없고, 일종의 탐색전이다. 하지만 미군의 경험이 더 풍부해 탐색전을 알아차린 후 즉시 U-2 정찰기를 보내 대응한 것이다.
중공의 탐색전과 미국의 대응, 이번 힘겨루기로 군사적 대치 상황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미군은 왜 U-2 정찰기를 보냈을까
미군은 근래 들어 RC-135 대형 정찰기, EP-3 신호 정찰기, E-8 지휘기 등 중국 근해에 정찰기나 지휘기를 잇달아 출격시켰으며, 최근에는 최신형 정찰기인 Challenger650까지 보냈다. 미군은 RQ-4 글로벌 호크와 같은 고고도 무인정찰기도 띄웠을 가능성이 높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골동품인 U-2 정찰기를 보낸 것을 보면 그들이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 미군은 이미 고도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방장관도 거의 동시에 미군이 준비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지난 24일,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발표한 ‘펜타곤은 중국에 대항할 준비를 마쳤다’라는 글에서 8월 1일 중공군 93주년 기념행사에서 세계적 군대를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한 시진핑의 말을 인용했다.
이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질서와 중공의 전제체제 간의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미국과 동맹국들에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그는 또한 나쁜 사람을 도와 나쁜 일을 하는 것을 피하려면 중공군과의 그 어떠한 왕래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 국민을 향해 중공군은 당을 위해 존재하는 친위대이지 중국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고 소리쳤다.
태평양에서 일본과 치렀던 전쟁을 통해 교훈을 얻은 미군은 진주만 사태를 절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에스퍼 국방장관의 성명은 이미 필요한 경우 미군은 후발주자로 남아있지 않고 선수를 치리라는 것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U-2 정찰기는 1955년부터 사용되었다. 냉전 시기에는 여러 차례 구소련과 중국으로 날아갔었다. 당시 U-2 정찰기는 기술적으로 큰 우위에 있었다. 2만7000m 상공에서 비행해 당시의 방공포도 닿을 수 없었고 전투기도 너무 높이 날 수는 없었기 때문에 U-2 정찰기가 유유히 비행하며 사진 찍는 것을 그저 눈 뜨고 지켜봐야 했다. 나중에 중공은 구소련에서 방공 미사일을 사들였고, 구소련의 미사일이 U-2기를 격추한 바 있다.
이제 U-2 정찰기는 과거처럼 기술적으로 앞선 것은 아니지만 퇴역하지 않고 내부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원거리 정찰이 가능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군이 U-2기로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후에 개발된 각종 정찰기의 기능이 더 강력해 U-2기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대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미군이 U-2 정찰기를 보낸 것은 중공에 보내는 명확한 신호다. 미군은 예비로 두었던 정찰기도 언제든 출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전면적인 전투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미군이 밝힌 작전 유형
미군이 U-2기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을 들여 U-2기를 보여주는 것은 미군이 머지않아 사용할 작전 유형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중공은 군을 향해 ‘선제공격 안하기’를 강조하고 ‘잘못된 판단’을 경계했다. 이는 총을 닦다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식으로 미국을 선제공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그런 식으로라도 전쟁이 시작될 경우 미군은 중공이 가진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타격 전력을 신속하게 제거할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중공의 레이더를 파괴다. 레이더가 파괴되면 방공 미사일은 쓸모가 없어진다. 그러면 U-2 같은 구식 정찰기도 버젓이 출동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중공의 093형 핵 추진 잠수함이 하이난(海南)성 위린(榆林) 해군 지하기지에서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다. 미군의 정찰능력으로는 U-2 정찰기가 필요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군은 전쟁이 시작되면 양측 위성 모두 제일 먼저 공격당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양측 모두 위성을 잃어 전통적 작전으로 돌아가더라도, 미군은 U-2기를 비롯한 다양한 정찰기를 운용해 우위를 점하고 전쟁에 이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공은 베이더우 위성을 잃는 순간, 둥펑 미사일이 쓸모 없어진다. 미군이 최우선 공격목표가 중공군의 베이더우 위성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중공 로켓군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마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중공은 둥펑-41 같은 탄도미사일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계속해서 추켜세우던 ‘항공모함 킬러’라 불리는 둥펑-26, 둥펑-21 등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남은 것은 전통적 방식의 전투뿐인데,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군이 U-2 정찰기를 보낸 것은 중공에 보내는 신호다. 설령 냉전 시기의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미군은 여전히 중공군을 이길 수 있고, 미군은 그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미군은 중공이 계속 대만 카드를 쓰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턴슨 AIT(미국재대만협회) 사무처장은 얼마 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함께 진먼(金門)을 방문했다. 미군 중령 2명을 포함한 1953년 진먼(金門)포격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는 미국이 대만과 계속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전투에 임할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공의 대만 공격에 대한 질의를 받자 “그들(중공)은 내가 어떻게 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