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중국의 국제기구 침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의회 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국제기구 내에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연구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중국의 국제기구 침투 관련 보고서(PDF)를 작성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국제기구에 진출한 중국인, 중국계 인사들의 동향에 주목했다. 이들이 ‘개인’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의 대리자’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의 세계기구 진출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공은 1971년, 내쫓기듯 탈퇴한 중화민국(대만) 대신 유엔(UN) 의석을 꿰찼다.
이후 유엔의 주요기구(유엔총회, 안전보장이사회, 유엔사무국, 경제사회이사회, 국제법)와 전문기구(국제원자력기구, 식량농업기구, 유네스코,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 등), 산하 특별기구 등 유엔 곳곳으로 손길을 뻗쳤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구는 세계보건기구(WHO)다.
194개 회원국이 가입한 세계보건기구는 중공과 오랜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유엔기구 가운데 중공 대표가 수장이 된 최초의 기구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사무총장 선거에서는 홍콩 보건보건부 장관을 지낸 마가렛 찬(陳馮富珍) 박사가 당선됐다.
쟁쟁한 후보들이 각축을 벌였지만, 중공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돈을 뿌리며 지원한 끝에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던 찬 박사가 당선됐다.
당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쿠데타’라고 평가했다.
마가렛 찬 전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무능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특히,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 당시에는, 세계 각국의 긴급 대응 요구에도 늑장 대응으로 방역 골든타임을 놓쳐 전 세계 확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사망자만 1만1310명이 발생했다.
또한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세계보건기구에서 방만한 운영과 낭비로 자금압박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받았다.
마가렛 찬 재임 당시 WHO 고위운영진은 매년 2억 달러(약 2249억원) 이상의 출장비를 지출했다. 에이즈 등 주요 보건사업 예산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었다.
중국 편들기도 자주 했다. 2013년 상하이에서 조류인플루엔자(H7N9)가 발생하자, 중국 당국은 정보를 은폐 결국 확산을 자초했지만, 마가렛 찬은 오히려 “신속하고 투명하게” 억제했다고 평가했다.
2016년에는 불법 장기적출 의혹을 받고 있는 중공이 베이징에서 ‘국제 장기기증 대회’를 열고 사형수 장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하자, 마가렛 찬은 기다렸다는 듯 찬사를 보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헛발질’이 이어지면서 2017년 6월 마가렛 찬의 임기가 끝날 무렵, 세계보건기구는 공신력과 위상이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마찬가지로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17년 7월 임기를 시작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현 사무총장 역시 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전임 총장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공신력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