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이발소를 운영하며 성실히 살아가던 70세 어르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그 동선이 공개되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남 양산시는 양산시 동면에 거주하는 70세 남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현재 격리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산 첫 확진자 A씨는 아내와 함께 사는 2인 가족으로, 이날 공개된 A씨의 동선은 단순했다.
2월 16일(일) : 자가(06시 30분) → 삼산이용원 → 자가(21시 00분)
2월 17일(월) : 자가(06시 30분) → 삼산이용원 → 자가(21시 00분)
2월 18일(화) : 자가(06시 40분) → 금산 밭 → 자가(07시 55분) → 삼산이용원 → 자가(08시 45분) → 금산 밭(09시 20분) → 본동국밥(12시 00분 ~ 13시 00분) → 자가(17시 50분)
2월 19일(수) : 자가(06시 00분) → 금산 밭 → 자가(07시 40분) → 삼산이용원(11시 45분) → 자가(13시 00분) → 삼산이용원(13시 15분) → 자가(17시 40분)
2월 20일(목) : 자가(06시 00분) → 금산 밭 → 자가(09시 30분)
2월 21일(금) : 외출 이력 없음
2월 22일(토) : 자가(09시 50분) → 보건소 → 자가(11시 50분)
23일에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1950년생으로 70세 할아버지인 A씨는 일주일 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이발소와 가꾸는 밭, 자택만 오갔다.
그밖에 점심식사 해결을 위해 국밥집을 한 번 찾은 것이 다였다. 이동수단은 모두 도보 아니면 자차였다.
이런 A씨가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된 걸까. A씨는 이달 15일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 퀸벨 호텔을 찾았다. 슈퍼 전파자로 지목된 31번 확진자가 갔던 장소다.
가족에 따르면, A씨는 결혼식 방문 당시부터 코로나19를 우려해 뷔페 식사를 하지 않으려 했다.
이에 A씨의 친지는 “먼길 왔는데 밥이라도 꼭 먹고 가라”고 권유했고, 이를 거절하지 못한 A씨는 뷔페에서 식사를 했다.
이후 31번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경로가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20일부터는 운영하는 이발소 문도 닫고 자진해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그러다 마른기침 증상이 나타나자 이틀 뒤인 22일에는 보건소를 직접 찾아 검사를 요청, 진행하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와 함께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은 아내 등 다른 가족들은 음성 판정이 나왔다.
평소 매일같이 새벽 일찍 일어나 밭을 둘러보고 이발소로 출근했던 A씨.
성실하게 살아가는 한 시민이 병에 감염됐다. 그 와중에도 만약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자칫 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았다.
현재 A씨는 기침 증세가 있으나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알려졌다. A씨의 접촉자로 분류된 이들은 모두 자가 격리 조치했으며 모니터링과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의 이동 동선 전반에 대해서는 방역이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