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영사 압력에” 전남대 홍콩 간담회 ‘대관 취소’ 논란

남창희
2019년 12월 09일 오후 1:30 업데이트: 2020년 01월 02일 오전 11:51
P

한국 시민단체의 홍콩 시민활동가 초청 간담회가 중국 정부 압력으로 행사장 대관이 취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광주인권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억압에 맞선 시민들’ 간담회 대관 취소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전남대 측에 요구했다. 주 광주 총영사관에도 외압 행사 시인을 촉구했다.

‘억압에 맞선 시민들’ 간담회는 재한 홍콩시민 활동가를 초청해 홍콩의 상황을 듣고 민주항쟁을 지지하기 위해 마련된 모임이었다. 지난달 26일 전남대 인문대 측에서 장소 사용이 승인됐으나 이달 5일 돌연 대관이 취소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와 통화에서 “(주 광주) 중국총영사가 총장에게 항의했다고 인문대 학과장에게서 들었다”며 “총영사가 책임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학생과 청년들이 지난 11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집회를 열고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국내언론 인터뷰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발원지인 전남대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홍콩을 외면할 생각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7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규탄했다.

성명에서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민주항쟁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간담회에 위압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우리 선배들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독재정권의 폭력과 탄압에 맞서 싸우며 자유와 해방을 외쳐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총영사는 자국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대학생들이 온몸으로 쟁취한 학내 표현의 자유를 무시했으며 ‘자유롭고 건전한 토론이 오가는 공간’이라는 대학의 전통을 짓밟으려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은 간담회 개최 장소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1층으로 변경해 10일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콩 민주항쟁을 지지하는 레넌 월과 현수막, 대자보 | 연합뉴스

앞서 지난 11월 전국 대학 곳곳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한국 학생들이 설치한 레넌 벽(지지글 게시판)과 현수막이 중국 유학생들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한국 학생과 중국 유학생 간 갈등이 빚어졌다. 훼손된 현수막과 대자보는 홍콩 시민들에 대한 지지의 뜻과 함께 전남대 박물관에 기증됐다.

그러나 중국 대사관은 “당연하고 사리에 맞는 일”이라며 오히려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과 표현 자유 및 기본권 침해를 옹호하고 정당화해 물의를 빚었다.

모임 측은 쑨시엔위 주 광주 중국총영사를 향해 “간담회 개최에 외압을 가했음을 시인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하고 대학 측에도 대관 취소 철회를 요구했다.

‘대관 취소’는 중국 대사관·총영사관의 상투적인 압력 수법이다. 지난 2016년 중국 대사관은 공영방송 KBS에 공문을 보내 서울 여의도 KBS 홀의 ‘션윈(Shenyun)’ 공연 대관계약을 취소했다. 중국 정부가 탄압하고 있는 수련단체인 파룬궁 인권문제를 다룬 장면이 담겼다는 이유였다.

2017년 주 부산 중국 총영사관에서 부산문화회관에 보낸 공문 | 에포크타임스

부산에서도 비슷한 ‘대관 취소’ 외압 사건이 있었다. 2017년 주 부산 중국총영사는 부산문화회관에 공문을 보내 션윈 공연 대관 취소를 요청했다. “중-한 관계를 해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부산문화회관 측이 “부당한 요청”이라며 일축하면서 외압 시도는 불발로 끝났다.

남창희, 애나 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