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세 난타전’을 벌인 미·중 무역전쟁. 이번에는 베이징이 먼저 관세 공격을 가했다. 이는 미국 경제를 타격해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다.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경제를 무기 삼아 상대국가의 정치 판도를 단번에 바꾸려 시도한 것이다.
1. 중국의 관세 부과, 미국 경제 타격하려는 것
중국공산당 대외 선전 매체인 다유신문망(多維新聞網)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은 지난 23일 750억달러(90조 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5~10%의 추가 관세를 각각 9월 1일과 12월 15일부터 나눠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부터 미국산 대두 30%, 해산물, 과일, 곡류는 35%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그간 관세 부과를 보류해 온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는 12월 15일부터 각각 25%와 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날 곧장 트위터를 통해 반격했다. 2500억 달러어치(302조 원)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 25%를 10월1일부터 5% 올려 30%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당초 9월 1일과 12월 15일 부과될 예정인 3000억달러(362조 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도 5% 올린 15%가 됐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관세 공방전과 관련해, 미국이 먼저 관세를 올렸다는 등 일부 외신들의 오보가 있어 독자들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그간 먼저 관세 공격을 해 온 미국에 대해, 이번에는 중국 당국이 먼저 관세로 공격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담긴 의미를 전후 맥락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제 경제 전쟁으로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중국의 목표는 경제 범위를 넘어서 미국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Oval Office)’의 주인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2. 중국, 미국의 반격 기다렸다
중국 정부가 먼저 관세를 올린 것은 ‘관세 전략’의 일환으로 그 목적은 매우 분명하다. 중국이 미중 협상에서 무성의를 보인 이런 전술은 분명한 도전으로 볼 수 있으며, 미국 경제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지난 5월 초 중국은 합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단번에 뒤집었다. 지난해 시작돼 거의 90% 타결됐던 협상을 무효로 돌린 것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에 추가 관세 인상 조치와 아울러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의사를 계속 내비친 바 있다. 만약 중국공산당이 표면적으로라도 협상의 성의를 보였더라도 미중 관계가 좋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처럼 급속히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징은 인내심이 없었는지, 갑자기 미국 제품에 관세를 올리며 공세를 취했다.
중국이 먼저 관세를 올리면 트럼프 또한 전면적으로 관세를 올릴 것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지난 5월 무역협상이 결렬된 후 미·중 양측은 우호적인 협상 의지가 결여된 듯했다. 비록 트럼프가 중국과의 협상 여지를 보이며 양국 간 만남을 추진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 중국이 먼저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의 대중 수출을 차단한 것은, 해마다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폭을 줄일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 것이다. 미국은 양국의 무역 격차와 지적재산 침해 등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에게 남은 반격 수단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전면적으로 대폭 인상함으로써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이로써 미·중 무역관계가 전면적으로 악화한 상황은 베이징이 의도한 결과라고 본다. 중국공산당 대변지로 불리는 ‘환구시보’는 무역전쟁에 있어 미국과 지구전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유신문망 또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한 차례 대결이 끝나면 피바다가 된 시장만 남을 것이다. 금값 폭등 외, 미국 증권지수, 역외 위안화 환율, 원유가, 미국국채 수익률이 대폭 하락할 것이다. 양패구상(兩敗俱傷, 양측 다 패하고 상처만 입음)의 무역 전쟁이 정점에 이르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점차 가시화된다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대미 경제전쟁 전략이다.
3. 중국은 왜 양패구상을 선택했을까?
중국은 1년여간 진행해 온 미·중 무역 지식재산권 협상 합의를 앞두고 태도를 180도 바꿔 합의를 뒤집었다. 이후 미국의 관세 부과 압력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다 이번에는 먼저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제 전략 변화는 미국의 쇠퇴와 무력함을 간파해서 내린, 연전연승에 이은 추격전인가? 아니면 ‘오랜 고통보다 짧은 고통이 낫다’는 판단에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어 트럼프를 끌어내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을까?
중국이 왜 양패구상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명백하다. 미·중 무역전쟁 중인데도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리지만 중국 경제는 계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칙이 아니면 미국 경제를 수렁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중국이 미국에 ‘연전연승에 이은 추격전’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경제를 살리려면 미국에 맞서기보다 다방면으로 협상에 임해야지, 양패구상의 결말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게 상식이다.
중국의 이런 경제 전술은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분명한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지난 수년간의 경제 교류는 미국 내정에 개입하는 도구로 변화했다. 중국이 미국의 ‘적이 되려는 것’이 공개되면서 전략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미중 간 우호적인 역사는 베이징에서 사라졌다.
4. 양패구상으로 미국과 중국이 입을 상처는?
중국은 ‘양패구상’ 전략으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소위 양패구상으로 미·중 양측이 입게 될 상처는 각기 다르다. 간단히 말해서, ‘짧은 고통(短)’과 ‘긴 고통’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값싼 농산물을 수입할 수 없다. 대두와 옥수수 수입선을 브라질로 바꾼 중국은 70% 상승한 가격으로 수입하고 있다. 그중에는 브라질이 미국에서 수입한 대두도 섞여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식용유와 사료 가격을 크게 올리는 것은 물론, 급등하고 있는 육류와 식품 가격에 중국이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중국은 물론 해외의 많은 사람들은 중국 당국이 민생문제를 고려하여 양패구상의 길을 걷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미중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중국 당국의 결심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당국의 이러한 정책을 변화시킬 방법이 없는 중국인들은 경제적 압박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의 경제 압박 저항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미국 국민이 중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과 미국 증시의 동요, 미국 기업들의 공포를 어떻게 인지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미·중 무역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면 미국도 ‘짧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민주국가의 국민들은 보통 중국인들의 이른바 ‘대국적, 전반적’인 개념이 비교적 적어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다음 대선을 통해 표현한다. 중국이 미국에 ’짧은 아픔‘을 주는 것은 미국 집권자들의 ‘경제적 저항력’이 중국의 전제 통치자보다 작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으로 미국 민심을 흔들고 나아가 백악관을 흔드는 것이 베이징의 미중 경제전에 대한 기대다.
미·중 양측의 ‘장기적인 고통’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 글의 속편 ‘미·중 무역전쟁은 무엇 때문에 경제전쟁으로 비화하는가’에 대해 좀 더 설명하겠다.
5. 베이징, ‘시간끌기’에서 ‘선제 공격’으로
미·중 간 ‘짧은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이 서로 다르다고 판단함에 따라 베이징은 ‘시간끌기’ 보다는 ‘선제 공격’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중국은 전제 체제로 인해 그 ‘짧은 고통’을 견뎌내는 능력이 미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이런 권위주의적 특성을 바탕으로 ‘짧은 통증’에 대해서는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기업의 탈 중국과 대 중국 주문 감소가 초래하는 ‘장기적인 고통’이 주는 무력감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만약 트럼프가 점진적 관세 인상을 계속하다 보면, 중국공산당이 채택했던 ‘시간끌기’ 전략은 견딜 수 없는 ‘장기적인 고통’만 낳을 수 있다. 이는 트럼프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이 ‘선제 공격’ 전략으로 바꾸면 미국을 흔드는 ‘짧은 고통’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최소한 트럼프의 경제적 업적에 흠결을 내어 결국 미국 정계를 중국공산당에 유리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베이징은 양패구상을 선택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등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다 드러냈다. 이로써 ‘미중 우호’에 관한 공론은 사라졌다. 트럼프는 또 본인의 트위터에 “중국공산당이 적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베이징은 스스로 적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져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지,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늘어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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