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미국이 홍콩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최근 두 달간 계속된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정당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모건 오타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홍콩에서 진행 중인 시위는 홍콩인들의 정서와 홍콩의 자치권 침식에 대한 그들의 광범위한 우려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은 사법적 독립성을 유지하고 홍콩 자체의 법률과 경제체제를 유지해왔다.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미니 헌법)’에 따라 홍콩 시민들은 인권과 언론∙집회의 자유 등 자유권을 보장받는다.
오타거스 대변인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유를 보장받는 사회를 옹호하려는 노력을 ‘조작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오타거스 대변인은 또한 중국 정부가 미국이 송환법 시위 배후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미 국무부 반응은 미국 외교관이 조슈아 윙 등 홍콩 시위 주도자를 만난 사진이 공개되면서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 미국 배후설’이 증명됐다”며 “홍콩 문제에 간섭하지 말 것”을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홍콩의 친중성향 일간지 다공바오(大公報)는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의 줄리 에이드 정치부장이 한 호텔에서 민주화 운동가들과 만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홍콩 문제에 악의적인 외세 간섭’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하고, 외교관인 에이드 부장의 가족 신성정보까지 공개했다.
오타거스 대변인은 이런 중국의 반응에 대해 “미국 외교관들만 하는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도 이렇게 한다”며 “야당 지도자를 포함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외교관의 일”이라고 8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에서 말했다.
또한 “미국 외교관의 개인정보, 사진, 자녀의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중국은 폭력배 정권(Thuggish Regime)”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외교관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 외교관과 홍콩 민주화 운동가의 만남
2014년 ‘우산 혁명’이라고 불리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23세)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인사들과 함께 토론에 참여했다고 8일 페이스북에서 시인했다.
웡은 중국 정권의 홍콩 시정에 대한 간섭을 우려하며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양원에 의해 상정된 이 법안에 따라 “미국의 (홍콩에 대한)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웡은 이번 외교관과 만남이 특별하지 않다며 “과거 워싱턴을 방문해 미 의회 의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더욱이 나단 로(홍콩 정치인)는 올 5월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그에 비하면 지금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과의 대화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만남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중국 외교부 홍콩지국은 8일 미국 총영사관의 고위 관계자를 긴급히 불러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 홍콩지국장은 성명을 통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홍콩 시위대와 깨끗이 결별하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또한 홍콩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잘못된 길로 나가는 것을 멈추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홍콩이 중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분노한 시민들은 지난 6월부터 대규모 시위를 시작해 주말마다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 고조
웡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콩으로 최루탄과 빈백탄(Beanbag rounds·콩주머니탄) 수출을 중단하라고 미국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 등을 남용했다는 주장은 국내외 인권단체들로 인해 불거졌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경찰은 6월부터 최루탄 2000여 발을 발사했고, 시위대 약 600명을 체포했으며, 체포한 시위대 중 최연소자는 13세다.
중국 정부와 홍콩 행정부는 경찰의 시위 진압에 대한 타당성을 거듭 주장해 왔다.
국제앰네스티, 인권 감시원(HRM)과 홍콩의 인권단체 ‘민권관찰’은 6일 홍콩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중 보건 위험을 부르는 ‘무분별하고’ 불필요한 무력 사용 자제를 홍콩 경찰에 요청했다. 예를 들면, 과도한 최루가스는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단체들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그런 공격적인 무기 사용을 피할 수 있었고, 위협적이지 않은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콩인권감시기구(Hong Kong Human Rights Monitor)’의 클라우디아 이프는 “우리는 경찰이 멀리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달아나는 시위대의 등과 머리를 막대기로 때리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웡은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경찰이 시위 지역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그들은 시위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 사람을 공격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웡이 시작한 백악관 청원은 군중 통제 장비에 대해 홍콩 수출 금지령을 내려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11만500명 이상이 서명했다.
미국의 선택
홍콩의 중국문제 전문가이며 인터넷 라디오 진행자인 퐁탁호 씨는 “홍콩을 통해 공산주의 정권이 풍부한 외국 자본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을 볼 때, 홍콩은 국제 금융 허브로서 특별한 지위가 있다. (홍콩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민감한 장소”라고 8일 에포크타임즈 홍콩 지국에 말했다. 또한 퐁 씨는 “(홍콩은) 정치적 핵폭탄”이라고도 묘사했다.
퐁씨는 미국 당국이 홍콩에 대한 기존 특별대우를 철회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한 것은 중국 정권의 침해 행위를 간접적으로 제재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홍콩 행정당국이 대규모 반대시위에도 불구하고 송환법 개정을 추진하자 미 의회가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을 6월 13일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 따라 미국 당국은 매년 홍콩이 특별대우를 받을 만큼 중국 본토로부터 충분히 자율적인지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홍콩은 1841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고, 1997년 중국 통치로 옮겨 왔다. 이때부터 미국은 홍콩을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중국과 구별되는 별개의 독립체로 인정해 1992년 미국-홍콩 정책 법을 제정해 비자, 무역, 투자 등의 분야에 특별대우를 해왔다.
또한 퐁씨는 미국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홍콩 관리 책임자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그들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그들의 미국 입국을 거부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재심의 중인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