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의 여러 지하철역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얼굴이 ‘분석’된 후에야 비로소 통행할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 당국이 대량의 자금과 물력을 투입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고 사회 전체를 감옥처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 관영언론에 따르면 10월 26일부터 광저우 완성웨이역 A입구, 주장신성역 B1입구, 자허왕강역 B입구, 티위시루역 E입구 등 네 곳의 지하철에서 시범적으로 얼굴 인식 기능을 통해 승객 통행의 실명 인증을 한다고 보도했다.
실명 인증 통로 검색대 앞 기둥에 카메라와 큐알코드 스캔구역이 설치돼 있다. 승객은 광저우 지하철 공식 앱을 사전에 다운받아 ‘스마트 안전검사’ 기능을 개통해야 하며, ‘얼굴 스캔’ 후 실명 인증을 받고서야 안전 검사 통로를 통과할 수 있다.
당국은 “수집된 관련 자료는 보안검사에 한해 사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이른바 ‘승객 이동 안전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광둥성 주민 량 모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얼굴 인식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 그때는 모든 민중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돼 프라이버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안면인식 시스템은 중국공안부 제1 연구소에서 연구제작한 것으로, 여러 해 동안의 테스트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량 씨는 “안면인식 시스템이 보급되면 중국은 조지오웰의 영화 ‘1984’가 묘사한 것처럼 만약 누군가가 중국공산당의 ‘안전 유지’ 대상이 되면, 그는 문을 나서자마자 숨을 곳이 없을 것이다. 톈왕(天網, 하늘의 그물) 감시카메라, 얼굴인식 시스템, 번호판 인식 시스템, 휴대전화 위치추적 기술 등에 의해 언제 어디서든 중국 공안원에게 붙잡힐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권 체제가 모든 재력과 물력을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데 쓰고 사회 전체를 질식시킨다는 면에서 감옥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 광저우 주민은 인터넷에 ‘안면인식 시스템이 지하철에 도입된 후 지하철을 탈 때마다 줄을 서는데, 특히 출퇴근길에는 줄이 수백m나 된다’고 했다.
중국 전역에 감시카메라 설치
지하철 외에도 중국 당국은 비행장에서도 얼굴인식 시스템을 시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상하이 훙차오공항이 15일 가장 먼저 자동화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해 등록, 수하물 탁송, 안전 검사, 탑승 수속을 한다. 베이징공항과 허난성 남양시공항에도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안면인식 기술을 거리와 지하철역, 공항, 국경과 항구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 리서치회사는 대륙의 공공과 개인 영역에 감시카메라가 1억 7600만 대 설치되고 있으며, 2020년에는 4억 5000만 대가 설치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당국,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감시
중국 당국이 실시하는 안면인식 시스템에 대해, 외부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하이 바이훙(白虹) 소프트회사 후리화(胡力和) 회장은 중국 언론에 “얼굴인식 시스템은 차가 지나가면 차량 번호, 사람이 지나가면 얼굴, 기계가 지나가면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중국 공안기관의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자료를 제공하고, 세 가지 데이터에 근거해 정보를 변별하면 목표 대상을 완전히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얼굴인식 기술은 일찍이 ‘안전 유지’ 수단으로 반체제인사, 인권활동가, 파룬궁 수련자 등 민중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10월 12일 헤이룽장성 파룬궁 수련자 판리옌 씨는 하얼빈에서 기차를 타고 베이징에 아들을 만나러 갔다. 그녀는 개찰구에서 검표할 때 경찰에게 현장에서 납치됐다.
밍후이왕에 따르면 경찰은 기차역 개찰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판옌리의 신분을 식별한 뒤 그녀를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또 파룬궁 수련자 여러 명이 기차역에서 체포됐는데, 판옌리의 상황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상팡'(上訪·하급기관 민원처리에 불복해 상급기관에 직접 민원을 내는 행위)을 하는 민중들도 여행을 하거나 여관에 투숙할 때 얼굴인식 시스템에 의해 신분이 노출돼 중국 공안에 붙잡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