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 전문가가 바라본 음악의 속도와 문명
고음악 전문가 리판(Li Fan)이 악기의 변화와 예술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 다이빙/Epochtimes 동서양을 결합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천 년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있는 미국 션윈예술단(Shen Yun). 션윈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 리판(李范, Li Fan)은 션윈에 합류하기 전, 중세 예술과 문화를 깊이 탐구했던 고음악 전문 연주자였다. 독일 유명 음악가이자 지휘자인 톤 쿠프만, 바로크 바이올린 전문가 존 할러웨이, 지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안톤 슈테크, 중세 음악 전문가 페드로 메멜스도르프 등 고음악과 역사적 연주법 분야의 권위 있는 음악가를 사사한 그녀는 수많은 독일·유럽의 고음악 앙상블과 연주했고, 바로크 시대 작곡가인 비발디·텔레만의 곡 음반을 녹음했으며, 연극 DVD 출연, 다양한 앙상블 창단, 유럽과 아시아 투어 등 활발히 활동했다. 안드레아 보첼리, 데이비드 개럿을 포함한 유명 예술가와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중세 예술과 문화에 심취했던 음악가
중국에서 10년 넘게 오페라·발레단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활동하던 리판은 서른이 넘은 나이에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신입생 대부분이 17세인 음악대학에서 그녀는 늦깎이 학생이었다. 원하던 강좌가 열리지 않아 다음 학기를 기다렸던 그녀는 다른 수업을 찾던 끝에 ‘고음악’을 선택했다. 그 수업이 연주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후 그녀는 음악뿐 아니라 중세의 예술 문화도 깊이 탐구했다.
“중세 시대 모든 예술은 신(神)을 향해 있었습니다. 정말 운명 같은 만남이었죠.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사명처럼 느껴졌습니다.”
음악 인생에서 찾은 새로운 사명
미국 션윈예술단(Shen Yun)에 합류하면서, 리판은 자신이 걸어온 음악 여정과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느꼈다. 션윈의 사명은 진정한 전통문화의 부활이다. 리판은 자신이 쌓아온 음악 인생과 문화적 뿌리가 션윈에서 ‘사명’으로 연결됐다고 느꼈다.
“‘전통을 되살린다’라는 건 그냥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실제로 해야 하고, 실천 속에서 증명해야 하는 일입니다. 전통문화의 부활이라는 문구는 제가 요즘 늘 떠올리는 말이고, 제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죠. 오랜 세월 고음악과 함께 살아왔고, 전통문화 속에서 자랐기에 이 사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판은 “음악은 듣기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고, 생각할 것이 있고, 이야기와 상징이 있어야 하고, 더 깊은 뜻과 신성함이 담겨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션윈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정신이며, 그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다”라고 강조했다.
신(神)과 가장 가까운 고음악
션윈 오케스트라는 동서양의 고전적 화성, 선율, 구조를 기반으로 고대 중국 음악의 정신을 서양 오케스트라 형식으로 재구성하지만, 현대 관현악 악기를 사용한다. 오랜 시간 고악기로 연주했던 리판은 션윈에 합류하면서 갑작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야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완전한 순환을 이뤘다. 전통과 믿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 속에서 그의 음악은 더욱 깊어졌고, 음악과 문화, 삶의 속도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됐다.
초기 피들(fiddle, 좁은 의미로는 바이올린의 조상 격인 중세 악기)에서 현재의 바이올린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설명하던 그녀는 “악기의 변화가 언어와 문화의 변화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라고 말했다. 피들은 현재와 같은 바이올린 모양도 있었지만, 각지고 별 모양인 경우도 있었다. 르네상스 회화 속 천사들이 들고 있는 악기도 대부분 이런 종류였다. 바로크 바이올린 역시 지금보다 더 넓고 평평했다. 중세 시대 동물 내장으로 만든 거트현을 사용한 소리는 지금보다 작고 부드러웠다.
“바로크 음악은 연주 방식도 다릅니다. 더 자연스럽고 따뜻하죠. 예전에는 공연장이 작았지만, 지금은 훨씬 큰 공간을 채워야 하므로 더 크고, 밝고, 화려한 소리가 필요해졌습니다.”
인류의 삶을 반영하는 음악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은 점점 ‘더 빠르고, 더 화려하게’ 변했다. 관객에게 감탄과 놀라움을 선사하기 위해 연주자와 작곡가가 끊임없이 과거를 뛰어넘는 기교와 화려함을 더해서다. 그녀는 “사람들이 한 가지 일을 느긋하게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섬세함이 사라지고 민감성도 줄어드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더 강한 에너지와 속도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삶의 속도가 빨라지니 음의 높이는 더 높아졌다. 17세기에서 18세기 중반의 바로크 음악은 튜닝할 때 A음(라)을 415헤르츠(Hz)에 맞췄고,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반의 고전주의 음악은 427헤르츠를 넘어섰다. 바로크 음악보다 고전주의 음악이 음이 약간 더 높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432Hz로 맞췄는데, 당시는 음악의 절정기로 많은 발명이 이뤄졌고 삶의 속도 역시 급변하던 때였다. 오늘날 미국의 많은 오케스트라는 440Hz로 조율하는데, 일부는 이미 442Hz 혹은 444Hz로 옮겨가고 있다.
리판은 시대 변화에 따른 음의 높이와 속도의 변화에 대해 “이런 변화가 단순한 취향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회 전체의 삶의 속도와 연관돼 있다”라고 말했다.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울려 퍼지던 단선율 예배 음악인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어보세요. 중세 음악은 정말 느립니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음악이 왜 이렇게 느리게 흘러가는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안에는 매우 심오한 내용이 담겨 있어요.”
리판은 “느린 음악은 몇 글자로 수백 단어의 의미를 담아내던 중국 당나라 시(詩)와 고대 사상가들의 글과 닮아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귀에는 고대의 느린 음악이 느리게 느껴지지만, ‘마음이 고요했던’ 옛사람들에게는 딱 맞는 속도였다”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 그 속의 섬세함과 의미, 기교를 발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통문화에 녹아있는 예술의 본질
션윈예술단에 합류하면서 그녀는 예술뿐 아니라 신앙과 영성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해를 얻게 됐다. 예술단의 많은 단원은 파룬궁(法輪功·Falun Dafa)을 수련한다. ‘진실, 선량함, 인내(眞·善·忍)’를 바탕으로 하는 심신 수련법이다. 그녀의 남편도 오랫동안 파룬궁을 수련하고 있다. 하지만 리판은 아니었다. 그녀는 파룬궁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는 주변 단원들처럼 연습하기 전 명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앉아 눈을 감았다.
“처음으로 마음이 조용해지는 걸 느꼈어요. 이유도 없이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그날 이후 그녀는 파룬궁의 원칙에 따라 살기로 결심했다. 수련하면서 음악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예술과 신앙, 삶에 대한 태도도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션윈은 아름다움만 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더 높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해요. 진정한 아름다움과 선함은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키죠.”
리판은 한 관객의 소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음악가인 남편과 함께 공연을 본 관객이었다.
“관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인류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다고 말입니다. 저는 그 소감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분은 감각적인 즐거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은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인격을 함양해 더 나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감정이죠. 이전에도 감동하는 관객이 있었지만, 그런 소감은 처음이었습니다.”
리판은 말했다. “우리가 전하는 전통문화는 신성한 문화예요. 그래서 최고의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미국 에포크타임스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이미경 기자, 조윤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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