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케인(Ian Kane)- 영화 ‘웨딩드레스’가 재조명하는 가족의 의미
일찍 철이 든 딸 소라 | 영화 '웨딩드레스' 스틸컷/GJW+ 한국 콘텐츠(K-Drama/Movie)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통찰력 있게 담아내는 독보적인 힘이 있다. 한국 문화가 낯선 이들조차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 힘은, 과장된 감정과 통속적 소재로 대표되는 ‘신파극’에서도 예외 없이 발휘된다.
2010년 개봉한 영화 ‘웨딩드레스’는 이런 K-콘텐츠의 미학을 가장 단정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권형진 감독은 ‘말기 암’이라는 다소 진부한 설정에도 장황한 대사 대신 정제된 분위기와 인물의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관객을 억지로 울리려 하기보다 사랑과 상실이라는 본질적 감정을 인간이 제한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수용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웨딩드레스〉에서 일에 파묻혀 있는 고운(송윤아). | GJW+
‘미안함’이라는 후회보다 ‘헌신’이라는 선물
영화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고운(송윤아 분)과 아홉 살 딸 소라(김향기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딸을 키워온 고운은 낙천적인 성격의 ‘친구 같은 엄마’였지만, 생업에 치여 정작 소라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고운은 그제야 딸과의 남겨진 시간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초반, 비 오는 날 학교 앞에서 기다리던 소라를 외면해야 했던 고운의 모습은 두 사람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을 상징한다. 바쁜 고운 대신 소라의 곁은 지키는 존재는 소라의 이모(전미선 분)다. 하지만 시한부 선고 이후, 영화는 고운의 지난 과오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뒤늦게나마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가고, 소풍을 가고, 마지막 선물인 웨딩드레스를 완성하는 ‘헌신’의 과정을 통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일상의 소음 속에 잊고 지낸 ‘곁’의 소중함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관계를 맺어간다. 서툰 솜씨로 요리하는 엄마 고운과, 완강히 거부하던 발레 수업을 마침내 시작하는 소라의 성장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여기에 늘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모(전미선 분)의 존재는 요란하지 않은 ‘꾸준함’과 ‘신뢰’가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큰 밑거름이 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극적 현실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와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 사이의 시각 차는 정서적 파동을 극대화한다. 영화는 시간과 관심, 그리고 부재(不在)를 나란히 배치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연하게 여겼던 관계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고운과 소라 | 영화 ‘웨딩드레스’ 스틸컷/GJW+
눈물 끝에 남는 ‘사랑할 의지’
‘웨딩드레스’는 사랑하는 이와 공유하는 시간을 결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일깨워준다. 영화가 끝난 후 흐르는 눈물은 허무함이 아닌, ‘지금 내 곁의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실천적인 의지로 치환된다.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영화는 현재 간징월드(GanJingWorld)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체 관람 등급 미지정 | 1시간 49분 | 드라마 | 2010
감독: 권형진
출연: 송윤아, 김향기, 김명국
관람 등급: 미지정
상영 시간: 1시간 49분
개봉일: 2010년 1월 14일
평점: ★★★★☆ (5점 만점)
*박은주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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