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솔직해야 할까? 200쌍 커플 대상 연구가 밝힌 진실
Tom Merton/Getty Images “자기, 나 이제 다이어트 시작해야 할까?” 언뜻 보면 가벼운 농담처럼 들릴 수 있는 이 질문은 남녀 관계 안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 문장, 한 단어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기거나 방어적인 반응,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건강한 관계의 핵심은 정직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는 일이 위험하게 느껴지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근본적인 의문과 마주한다. 정직함은 과연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오히려 틀어지게 만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학술지 ‘사회심리학·성격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 사이의 정직함은 단기적으로는 불편함을 유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0쌍이 넘는 커플을 실험실에 초청해 실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관찰했다. 대화 주제는 일상 속에서 흔히 벌어질 법한 민감한 내용이었다. “휴대폰을 좀 덜 봤으면 해.” “조금 더 다정했으면 좋겠어.” “건강을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해.”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느낀 정직함과 관찰자들이 평가한 정직함을 각각 비교했다. 이후 3개월 뒤 후속 조사를 실시해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대화 직후의 심리적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상대에게 변화를 요구하거나 그런 요구를 들었을 때 참가자들의 기분은 눈에 띄게 떨어졌으며, 대화 자체가 정서적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그러나 상황은 곧 반전됐다. 불편함이 지나간 뒤, 커플들은 관계 만족도가 오히려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상대가 솔직하다고 느낀 경험이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단기적 불편함이 장기적 유대감으로 전환된 셈이다.
3개월 뒤 실시한 후속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정직하게 대화했다고 느낀 이들은 전반적으로 기분이 더 안정됐으며, 상대가 실제로 변화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솔직함은 때로 아프고 불편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관계를 강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즉, 진실을 말하는 순간은 잠시 상대를 흔들 수 있지만, 결국 그 진실이 관계를 붙잡아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강조했다. 정직함이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상대가 느끼는 ‘정직성’이 실제 사실과 조금 다르더라도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정직하다고 느끼는 감정 그 자체였다.
이 결과는 특히 어려운 상황일수록 솔직해지려는 노력이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전제될 때만 가능하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이 대체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등이 심한 관계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정직의 동기화
2023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연인이 함께 활동할 때 두 사람의 뇌파가 낯선 사람들과 비교해 더욱 비슷한 패턴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를 ‘뇌와 뇌 사이의 동기화’라고 설명한다. 두 사람의 뇌가 같은 리듬을 타며 감정과 생각이 비슷하게 흐르는 현상이다.
연구 결과, 커플은 낯선 사람보다 서로를 속일 가능성이 낮았다. 이는 뇌의 동기화가 커플 사이에서 정직함을 촉진하는 배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여러 연구도, 커플들은 서로 정직함과 개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끼며, 이러한 가치가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주장해왔다.
커플 상담 전문가 엠마 코빌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직함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솔직한 감정을 기반으로 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정직해지는 목적이 상대를 통제하거나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더 깊이 연결되는 데 있다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직함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능력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감정과 뇌 반응을 연결해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정직함의 역설
그러나 언제나 정직이 옳은 것일까? 때로는 진실을 말하는 일이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선의의 거짓말 ’은 두 사람의 정서적 연결을 둘러싼 미묘한 딜레마를 낳는다.
201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선의의 거짓말을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이를 수용하는 경향이 컸다. 그 이유는 선의의 거짓말이 때로는 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코빌 상담가는 “선의의 거짓말은 갈등을 피하고 조화를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주의를 당부했다. “작은 거짓말이라도 반복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진솔한 감정 표현 대신 회피가 쌓이면 관계에 거리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운함과 불만을 키울 수 있습니다.”
결국 선의의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아무리 의도가 선하더라도 정직함과 신뢰, 소통이 약해지고 관계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결혼·가족 치료사이자 연애 및 관계 전문가인 마리사 T. 코헨은 에포크타임스에 “일부 커플은 선의의 거짓말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일부 커플은 완전한 솔직함을 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인 단계에서부터 선의의 거짓말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
사랑으로 정직함 키우기
진실함은 관계의 친밀감을 강화하지만, 그 진실을 전하는 방식에 따라 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수도, 갈등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코헨은 정직함이 공감과 배려를 바탕으로 전달될 때 어려운 대화를 풀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하며 의사를 표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양육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블란카 몰나르는 힘든 감정을 표현할 때 ‘나’를 주어로 하는 문장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당신은 항상…’이라고 말하기보다 ‘나는 …할 때 상처받는다’고 표현하면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난 대신 자신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저항이 아닌 공감으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돕는다.
대화의 타이밍과 환경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대화일수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쪽이 스트레스 상태이거나 산만하거나 감정적으로 격앙된 순간에 문제를 꺼내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조용하고 안정된 공간에서, 서로가 감정적으로 여유로운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몰나르는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세심히 관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긴장하거나 방어적이 되거나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는 순간은 “참을 수 있는 선이 침해되거나 과거의 상처가 건드려지는 신호일 수 있다”며, 이를 인식하면 충동적 반응 대신 신중한 정직함으로 응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직한 피드백을 전할 때는 비판보다 건설적 접근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동시에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어려운 진실일수록 상대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코빌은 정직함을 감정 배출의 도구처럼 휘두르기보다, 연결과 치유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대화를 할 때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세계로 초대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같은 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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