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방식만 바꿔도 무릎 통증 완화”…발끝 각도 조정해 연골 손상 감소
r.classen | Shutterstock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수술이나 약물 외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걷는 방법’만 바꿔도 통증 완화와 관절 손상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했다.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 류머톨로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발끝을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5~10도 정도 조정해 걷기만 해도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의 90%가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위약군(가짜 훈련을 받은 그룹)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일부는 진통제를 복용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가짜 훈련군’과의 뚜렷한 차이
연구팀은 60대 성인 68명을 대상으로 1년간 실험을 진행했다. 절반은 기존 걸음걸이를 유지하는 ‘위약(가짜)훈련’을 받았다. 겉보기에는 걷기 교정 훈련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보행 자세에 아무런 교정 효과가 없는 방식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모션캡처 장비를 통해 자신의 ‘최적 발각도’를 찾아 실제 걷기 훈련을 받았다. 목표 각도에서 2도 이상 벗어나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센서를 사용했다.
그 결과, 개인 맞춤형 훈련을 받은 그룹은 통증이 평균 2.5점(10점 만점 기준) 감소했고, 무릎 안쪽에 가해지는 압력도 7.5% 줄었다. MRI 검사에서는 연골 손상이 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모션 캡처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참가자들이 무릎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발각도를 찾아냈다. 참가자들은 발끝을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5~10도 조정하며 걸음 각도를 맞췄다. 에포크타임스 | Shutterstock
진통제 수준의 효과
공동 연구자인 스콧 울리히 유타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통증 완화 효과가 이부프로펜 복용 시와 비슷했으며, 일부 참가자는 옥시콘틴 같은 강력한 처방 진통제에 근접한 수준의 개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MRI 검사 결과에서도 단순히 통증이 줄어든 것에 그치지 않고, 연골 손상의 진행이 눈에 띄게 느려지는 변화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이 방법이 증상 완화를 넘어 질환의 진행 자체를 억제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뉴욕대 그로스만 의대 방사선학과의 발렌티나 마촐리 교수는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는 개인별 ‘최적 발각도’를 찾아주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방법”이라며, “조기 관절염 환자에게 수술을 미루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맞춤이 핵심
마촐리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발각도를 적용하면 오히려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다”며 “각자에게 맞는 각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방법은 간단하고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조기 관절염 환자들에게 수술을 늦추는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통증을 ‘가리는’ 기존 약물치료와 달리, 무릎에 가해지는 기계적 부담 자체를 줄이는 접근법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일부 참가자는 “약을 끊고도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일상 속에서 가능한 예방
현재는 개인별 발각도를 측정하려면 전문 장비가 필요하지만, 연구진은 향후 스마트폰 영상 분석이나 센서가 내장된 신발을 통해 일반 물리치료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의 지도 없이 무작정 걸음 자세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마촐리 교수는 “정확한 평가를 받는다면, 아주 작은 자세 변화만으로도 무릎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고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며 “비수술적이고 안전한 선택지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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