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에 찬란한 가을을 담다” 뉴욕 티파니 스튜디오 작품들
‘가을 풍경(Autumn Landscape)’, 1923–1924년, 아그네스 F. 노스럽(Agnes F. Northrop) 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 사진=더 멧 가을은 짧다. 황홀한 풍경을 연출하고는 쉽사리 사그라든다. 하지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스테인드글라스엔 가을이 머물러 있다. 유리에 정교하게 새겨진 색상과 질감, 구성은 과학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작가의 천재성을 엿볼 수도 있다.
가을 풍경(Autumn Landscape)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에 설치된 ‘가을 풍경(Autumn Landscape, 1923~1924)’은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Louis Comfort Tiffany, 1848~1933)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늦은 오후 햇살이 비치는 이상적인 가을 풍경을 담았다. 창문 양옆으로는 자작나무 등 키 큰 나무가 풍경을 둘러싸고, 중앙엔 붉은색, 황금색, 라벤더 빛이 물든 화려한 하늘이 펼쳐지고, 중심 패널에는 시냇물이 역동적으로 흐른다. 놀라운 건 이 모든 표현이 물감이 아니라 유리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11피트 (3.3미터) 높이의 유리창을 1,000개가 넘는 유리 조각으로 구성했다.

‘가을 풍경(Autumn Landscape)’, 1923~1924년, 아그네스 F. 노스롭 作, 납땜 파브릴 유리, 335.28cm x 259.08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 사진제공=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티파니는 장식 예술 분야의 르네상스 시기라 할 수 있는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 도자기, 에나멜, 유리, 보석, 금속 공예, 모자이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그는 오늘날 납유리로 만든 예술 작품, 램프, 창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문은 부동산 경영자 로렌 D. 토울(Loren D. Towle)이 보스턴 외곽에 지은 신고딕 양식의 저택을 위해 주문 제작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창문의 나무 프레임은 저택의 고딕풍 장식을 따랐고, 완성 후 내부 계단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토울은 집이 완공되기 전 사망했다. 당시 그는 빚을 진 상태였기에, 상속인들은 티파니 스튜디오에 비용을 지급해야 했지만,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 티파니는 이 창을 보존하기 위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아메리칸 윙(American Wing) 설립자이자 관장인 절친한 친구를 설득해, 1925년 미술관에 기증하게 했다.
색과 질감을 결합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시작
티파니와 그의 장인들은 중세 이후 평평한 흰색 또는 색유리에 그림을 그려 넣는 일반적인 전통 기법에 변화를 줬다. 그들은 색과 질감을 혼합하는 기법을 개발했고, 오팔 색으로 빛나는(opalescent) 유리를 만들어냈다. 티파니는 퀸스에 있는 자신의 공장에서 만든 수제 유리를 파브릴(Favrile) 이라 불렀다.

‘가을 풍경(Autumn Landscape)’ 창문 디자인, 1923년, 아그네스 F. 노스롭 작으로 추정되며 루이스 C. 티파니(Louis C. Tiffany)의 승인, 수채, 과슈, 잉크 및 흑연을 미술용 보드(Artist Board)에 사용하여 제작되었으며, 제작 당시 원형 매트(Original Mat)와 함께 보존되어 있음, 46.36cm x 34.29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 퍼블릭 도메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측은 “유리를 불에 녹인 상태에서 유리 표면에 주름을 넣어 다채로운 질감을 구현했다. 콘페티같이 다채로운 색상의 작은 유리 조각을 표면에 박아 넣어 다양한 색채 효과를 냈다. 또 유리 뒷면에 여러 층을 겹쳐 붙이는 플레이트 기법(plating)으로 깊이감을 더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을 풍경’ 작품 속에서 콘페티 유리로 단풍잎을, 여러 겹 겹친 유리로 멀리 보이는 안개 낀 산을, 대리석 무늬의 강돌 등으로 물결치는 시냇물을 표현했다.
예술가 노스럽의 영성을 담은 자연 풍경
티파니는 모든 제작 과정을 감독했지만, 이 창문은 그의 대표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애그니스 노스럽(Agnes Northrop, 1857–1953)의 설계일 가능성이 크다. 당시 보기 드문 여성 예술가인 애그니스 노스럽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노스럽은 복잡한 식물 풍경을 그리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한 창문 수채화 디자인 초안은 그녀의 디자인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가을 숲의 일몰(Sunset in Autumn Woods)’, 1905년, 티파니 스튜디오 소속 아그네스 F. 노스롭 작으로 추정,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 381cm x 109.22cm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소장 | 퍼블릭 도메인
‘가을 풍경’이 개인 주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티파니는 비슷한 주제를 교ㅌ회와 영묘((靈廟)를 위한 창문에도 사용했다. 노스럽은 이러한 종교적 공간을 위한 작품들도 다수 디자인했다.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현재 브루클린 미술관에 있는 ‘가을 숲의 석양(Sunset in Autumn Woods)’과 ‘봄날 새벽의 숲(Dawn in the Woods in Springtime)’을 들 수 있다. 이 두 창문은 1905년, 브루클린의 유니버설리스트 교회(Universalist Church of Our Father)를 위해 제작된 것이다. 이후 다른 교회에서 이 작품들을 구매했고, 1999년에는 브루클린 미술관에 대여한 후, 2014년에는 올 소울스 베들레헴 교회(All Souls Bethlehem Church)가 공식 기증했다.
이 유리창들은 광택 (iridescent) 유리로 만들어졌으며, 강렬한 색채와 상징성으로 가득 차 있다. 왼쪽 창은 봄날 새벽의 숲속을, 오른쪽 창은 가을 저녁의 숲속을 묘사한다. 박물관 측은, “계절과 하루의 시간을 나란히 배치한 구성이 ‘삶과 시간의 흐름’이라는 비유적 의미를 지닌다”라고 설명한다.
세 작품에서 공통으로 중앙에 흐르는 시냇물이 멀리까지 뻗어 있다. 이 ‘생명의 강(river of life)’이라는 주제는 작품에 깊은 영성을 부여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큐레이터 앨리스 쿠니 프릴링하우젠(Alice Cooney Frelinghuysen)은 티파니의 자연풍경이 에머슨식 초월주의(Emersonian transcendentalism), 즉 더 높은 차원의 현실이 직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상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에머슨의 초월주의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나 숭고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티파니의 작품을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지수 인턴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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