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를 멈춘 자비의 힘
'전투: 패배자를 위해 간청하는 여인,' 1825년, 윌리엄 에티 작. 캔버스에 유채; 9피트 11 5/8인치 × 13피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국립 스코틀랜드 미술관 소장.│퍼블릭 도메인 영국 화가 윌리엄 에티의 그림 ‘전투(The Combat)’에 의인화된 자비의 부드러운 힘은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묘사한 미덕과 일맥상통한다.
자비의 품성은 강요되지 않는다;
그것은 하늘로부터 부드러운 비처럼 내려와
땅 위에 떨어진다. 그것은 두 배로 축복받았으니;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를 축복한다.
에티의 그림은 패배한 전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리는 자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승리한 전사가 최후의 일격을 위해 검을 휘두르는 순간, 자비가 개입한다. 그녀는 주먹이 아닌 침착함으로 전투에 뛰어들어 승자의 허리를 붙잡고 패배한 전사의 생명을 간청하며 두려움 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림 앞쪽에 에티는 부러진 검을 그려 넣었다. 이것은 군주의 자비를 상징하는 자비의 검(Sword of Mercy)을 떠올리게 한다. 이 검은 1626년부터 영국 대관식에서 사용되어 온 의례용 검 중 하나다.
과거 사람들은 군주를 신의 대리자로 여겼고, 군주는 신의 뜻에 따라 통치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군주의 자비를 상징하는 이 검은 곧 신의 은총을 의미한다. 에티가 그림에 그려 넣은 자비의 모습은 옳고 그름을 넘어서, 때로는 논리마저 넘어서 더 큰 선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작용하는 이러한 신의 은총을 암시한다.
그림 속에서 자비는 전장에 축복을 가져왔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자비는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적이나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연민을 베푸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존심과 교만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에티의 그림 속 자비가 육체적 위험을 무릅쓴 것처럼, 일상의 자비는 정신적 용기와 내면의 싸움을 이겨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선이 조용히 승리하는 방식이다.

‘전투: 패배자를 위해 간청하는 여인,’ 1848년, 조지 토마스 두 작. 영국 요크 미술관 소장. 두의 판화는 에티가 1825년 원작을 1845년에 다시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퍼블릭 도메인
*이혜영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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