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쳐 자유시민 양성”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공저자 박상윤 대한교조 상임위원장

박상윤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은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의 졸업반 담임으로, 학교 내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교육과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교원조합 사무총장을 지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사회과 부도와 2023년 경기도교육청 인성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고, 2024년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교육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선생이니까》를 공저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대한민국교원조합 교과서위원회가 편찬한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
에포크타임스가 국내에서 발행하는 중문판 신문 <대기원시보(大紀元時報)>는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의 근현대사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고난 속에 이룬 건국 대업’ 편을 시작으로 ‘건국 초기의 위기’와 ‘6·25 전쟁’ 부분이 마무리됐다. 다음 호부터는 ‘민주주의 학습’과 ‘잿더미에서 자립 경제’로 걸어온 여정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오후, 교실에서 만난 박 위원장은 “교사로서 매일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며 역사 교육의 혼란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저자로서는 더 온전하고 사실적인 역사 기록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역사 교육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마흔을 넘긴 박 위원장이 집필에 참여한 이유는 명확했다. 현행 교과서에서 중요한 역사 사실이 누락되거나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역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랐다. 역사는 단일한 시각이 아니라 다양한 사실을 통해 조망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필에는 초·중·고 교사 9명, 대학 교수 6명, 변호사와 회계사 등 총 17명이 참여했다. 낮에는 각자 본무(本務)에 전념하고, 밤 8시부터 자정까지 온라인 회의를 이어갔다. 3년간 쓴 원고가 1500쪽 정도 됐으나 최종 500쪽으로 압축해 출간했다.
책 서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쳐 자유 시민을 양성한다.” 박 위원장은 “현재 학교 역사 교육은 민중사관과 생활사관에 치우쳐 있다. 민중사관은 민중의 투쟁과 희생을 강조하지만, 정치 지도자와 기업가, 정책 결정자의 역할은 소홀히 다뤄진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해방과 건국을 민중의 투쟁만으로 설명하거나, 경제 발전을 노동자의 땀과 희생 덕분으로만 돌리는 반면, 건국 지도자의 외교와 정책, 기업가 정신은 무시된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정부가 잦은 교육과정 개정을 반복하면서 세대별 역사 인식의 차이도 커지고 사회적 혼란과 좌우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아이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교육자들이 모여 빠진 부분을 보완하고자 책을 집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12년 집권하며 독립운동, 건국, 6·25 전쟁을 거쳐 한미동맹을 체결했다. 그러나 3선 개헌을 강행하고 선거 부정을 막지 못했으며, 후계자를 키우지 못해 자유당이 몰락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교과서에는 ‘부정선거로 물러난 대통령’으로만 서술돼 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는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고 18년 장기 집권한 것은 잘못이지만 산업화와 전후 재건을 이끈 공로는 부인할 수 없다. 그의 주변에는 기업가와 인재들이 있었고 그들의 헌신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취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상윤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6·25 전쟁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민족 비극”이라는 단편적 서술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쟁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냉전 체제 속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대결이었다.” 그는 “중국은 ‘항미원조’라 부르지만 국제적으로는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규정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와 소련 해제 문서가 이를 입증한다. 만약 중공군이 10월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반도는 이미 통일됐을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교과서의 편향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사건도 좌파는 독재를, 우파는 건국의 공로를 강조한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따라 전혀 다른 인식을 갖게 된다.” 그는 또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사회 갈등이 한국 GDP의 약 27%(최근에는 약 10%로 추정한다)에 해당하는 경제 손실을 초래한다. 이는 삼성과 LG의 총생산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집필진은 특정 인물을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그대로 기록했다. 이승만의 외교 성과와 잘못을 모두 쓰고 박정희의 산업화 공로와 독재도 함께 담았다. 판단은 학생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책은 출간 후 일부에서 ‘우파 교과서’라는 비판을 받았고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지만 다수 독자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서”라는 평가를 내렸다. 일부 청소년들은 “왜 학교에서는 이런 내용을 배우지 못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판매 부수는 많지 않지만 읽은 독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대자들은 세부 사항을 문제 삼았을 뿐, 전체 서술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해방 이후 80년간 대한민국은 서구 수백 년의 역사를 압축해 걸어왔다. 외국 학자들도 이를 인정한다”며 “한국 근현대사는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에 사는 외국인과 한국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세계와 역사의 눈높이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