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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미국은 일본과 함께 센카쿠 열도를 지켜야 한다

2025년 09월 08일 오후 5:36
동중국해에 위치한 일본의 센카쿠 열도 상공을 비행하는 일본 순찰기, 2011년 10월 13일.│Japan Pool/AFP/Getty Images/연합동중국해에 위치한 일본의 센카쿠 열도 상공을 비행하는 일본 순찰기, 2011년 10월 13일.│Japan Pool/AFP/Getty Images/연합

동중국해의 무인도 8개를 둘러싼 분쟁이 정말로 다음 대전쟁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5월 3일(현지시간),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이 오키나와에서 긴급 출격했다.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에서 이륙한 헬기에 대응,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그 중국 헬기는 센카쿠 열도 근처를 비행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일본이 관할해 왔고 미국이 일본 영토로 인정하는 센카쿠 열도는 점점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는 일중 관계와 미중 경쟁에 있어서 화약고로 떠올랐다.

센카쿠 열도는 중국의 고조되는 민족주의, 일본의 전략적 취약성,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의 동맹에 대한 신뢰성이 만나는 불안정한 교차점에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왜 센카쿠 열도에 집착하는가?

중국은 이 섬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A2AD(접근 거부 및 지역 거부) 태세를 어느 정도 강화하고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진짜 목적은 아시아에서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중국공산당(CCP)이 지역 패권을 달성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을 세계 최강의 초강대국 자리에서 밀어내려는 대전략을 추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이다.

일본과 중국 사이의 길고 쓰라린 역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댜오위다오라고 불리는 센카쿠 열도는 2012년까지는 주변적인 문제였다. 그해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도쿄도 지사 이시하라 신타로는 개인 소유주로부터 센카쿠 열도를 매입,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럴 경우 중국과의 분쟁이 격화될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는 직접 센카쿠 열도 중 3개 섬을 매입하여 국유화했다. 그 이후 긴장이 완화되기는커녕 중국 전역에서 반일 시위가 확산되었고, 이 섬들은 민족적 자존심의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의 시위는 일본이 세 개의 황량한 바위를 국유화함으로써 촉발된, 오랫동안 끓어오던 반일 감정의 자발적인 분출이 아니었다. 중국공산당이 조장한 것이었다. 중국은 공개 시위가 억압받는 나라이다. 그런 중국에서 공산당은 일본에 대한 광범위한 분노의 표출을 허용하고 장려했다. 민족주의가 타오르도록 방조함으로써 공산당은 자국 영토의 “양도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규정하는 이 섬들에 대한 전략적 야망을 숨기고, 대중의 반일 감정을 핑계로 이후 센카쿠 열도에 대한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섬들에 대한 중국의 정책 변화가 2012년에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당시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된 중국은 미국이 약해진 것으로 인식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력에 가해진 충격을 전략적 기회로 보았다. 그리고 군사력과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중국공산당은 수십 년간 지속해 온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버리고 ‘유소작위(有所作爲)’, 즉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뤄낸다는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중국에게 센카쿠 분쟁은 무인도 8개의 본질적 가치보다는 지역 질서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응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센카쿠에 대한 일본의 통제 능력을 약화시키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미국의 안보 보장이 허약하고 협상을 통해 제거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센카쿠 열도에 대한 베이징의 궁극적 목표는 미일 동맹의 취약점을 드러내어 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의 초석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중국이 민족부흥을 달성하려면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미국의 동맹 체제를 약화시켜야 한다.

중국의 전술: 소모전(消耗戰)

2012년 이후 중국은 센카쿠 열도 분쟁을 잠들어 있던 문제에서 계산된 강압적 캠페인으로 변모시켰다. 중국의 점진적 압박 전략은 일본의 통제를 약화시키고 미일 동맹에 대한 신뢰를 침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상에서, 중국은 상주(常駐) 작전을 펼친다. 일본 해상보안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정부 선박이 센카쿠 열도 주변 인접 수역에 출현한 일수는 365일 중 352일로, 2008년 기록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중국 해상민병대 선박들은 종종 일본 어민들을 괴롭히고 일본 해상보안청 순찰대를 미행한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도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중국의 구축함, 순양함, 감시함들이 섬 근처에서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전장 공간을 지도화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일상화하고 있다. 이제 세계 최대 해군이 된 PLAN의 작전은 더욱 빈번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하늘에서, 베이징은 2013년 센카쿠를 포함하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를 무시하고 있지만, ADIZ는 해당 공역(空域)을 자국의 영공으로 주장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나타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PLAAF)은 이제 정기적으로 J-11 전투기, H-6K 폭격기, 무인항공기를 섬 근처로 출격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본은 연간 수백 차례나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키고 있다.

해상과 하늘에서의 압박 캠페인은 세 가지 핵심 효과를 가져온다.

첫째, 일본의 군사적 피로를 초래한다. 일본은 모든 항공 및 해상 도발에 대응해야 하므로, 이미 수적으로 열세인 병력의 대응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

둘째,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도발을 역사적 주권 수호로 포장하여, 외교 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적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한다.

셋째, 미일 동맹을 침식한다. 각각의 도발은 미국의 억지력의 경계를 시험한다. 중국이 미국의 대응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면, 베이징은 전쟁이 아닌 ‘미국에 대한 불신’을 통해 승리하게 된다.

이러한 압박 캠페인은 살라미 전술을 통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각각의 조각은 전쟁을 치르기에는 너무 작은 사건이지만, 집합적으로는 일본의 통제를 무력화시킨다. 센카쿠는 황량한 무인도일지라도, 그 상징적, 전략적 가치 때문에 지역 질서를 둘러싼 더 광범위한 경쟁에 있어서 핵심 무대가 됐다.

미국에게 의미하는 바

미국은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행정적 통제를 인정하고 이 섬들이 미일 상호방위조약 제5조의 적용을 받는다고 확언한다. 사실상 중국이 무력으로 이 섬들을 점령한다면, 미국은 조약에 따라 대응할 의무가 있다.

제5조가 자동적인 군사 보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수십 년간 미국 대통령들, 국방장관들,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들의 당적을 초월한 성명들은 워싱턴이 베이징으로 하여금 미국이 행동할 것이라고 믿게 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일본에 주둔한 6만 명의 미군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한 신뢰성에 대한 인식이 미국이 가진 억제력의 토대이다.

하지만 우리가 본 바와 같이, 중국의 압박 캠페인은 전쟁의 임계점을 넘지 않으면서 그 토대를 조금씩 깎아내리도록 세심하게 조율되어 있다. 각각의 순찰, 각각의 영공 침입, 각각의 지명 개칭은 일본을 나약해 보이게 하고 미국을 주저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중국이 한 발의 총성도 없이 일본의 실효적 통제를 침식할 수 있고 미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다른 동맹국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안보 보장을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중국해를 훨씬 넘어 미국의 동맹 각국에 메아리칠 메시지이며, 미국이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되는 메시지다.

필리핀은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서 미국이 과연 필리핀을 지원해줄 것인지 의심할 수 있다. 미국의 결의에 대한 대만의 믿음은 흔들릴 것이다. 호주와 한국은 미국의 안보 보장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주도의 지역 질서는 파괴적인 충돌이 아니라 점진적 침식을 통해 붕괴될 수 있다.

더욱이 신뢰 상실은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일본의 새로운 국방 전략은 미국과의 더 긴밀한 협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센카쿠 방어에 실패하면 일본은 군사적 자립을 추구할 수 있고, 심지어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온 핵 옵션을 재검토하게 할 수도 있다.

중국이 직접적인 대결 없이 인도태평양의 규칙을 다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중국이 선을 너무 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역량과 정치적 의지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센카쿠를 조약 의무 적용 대상으로 본다는 공개적∙비공개적인 지속적 보장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미군이 현행 순찰이나 훈련 작전을 통해 일본군이 이 섬들과 영해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이해관계가 크다. ‘센카쿠가 무엇이냐’, 즉 센카쿠 자체가 지니는 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미국 동맹 체제의 신뢰성, 인도태평양에서의 억지력의 미래, 그리고 규칙 대(對) 현상 변경 간의 경쟁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결론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가 2021년 실시한 워게임에서 시나리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갑작스러운 센카쿠 점령으로 시작됐다. 중국군이 섬에 상륙하고, 함정, 잠수함, 항공기, 드론으로 이루어진 고리로 50마일 배제 구역을 시행하며 대응을 도발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동중국해에서의 학살”로 묘사되었을 정도의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었으며, 미군과 일본군이 양측 모두 처음에는 원하지 않았던 고강도 전쟁에 휘말렸다.

중국이 정말로 센카쿠를 두고 미국과의 전쟁과 그런 학살을 감수할 것인가? 미국 지휘부는 그 답이 ‘그렇다’라고 가정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이 센카쿠 문제의 현상을 변경하려고 이렇게 많은 노력과 자원을 쏟아붓는 것은 노리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안으로는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열망을 충족시켜 공산당의 권력을 강화하고, 밖으로는 미국의 지역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센카쿠 열도 분쟁은 중국과 미국 간 전 지구적 전략 경쟁의 발화점이다. 중국공산당 지도부와 대중의 강렬한 반일감정과 다수의 무장한, 그리고 유능한 해군 및 공군 군사력이 독특하고 위험하게 얽혀 있다. 중국이 이 섬들을 두고 물리적 충돌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지만,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적 야망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으며, 중국의 행동은 아주 쉽게 미국의 손을 묶을 수 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