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전업주부·지점장까지…中 경기침체에 배달원 된 엘리트들

외식 배달 3대 기업, 경쟁 심화에 순익 급락
“예전엔 공장 사장, 지금은 배달원…가족 생계 위해”
중국 경기 하강의 여파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적 엘리트층까지 외식 배달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때 안정된 직업과 부유한 생활을 누리던 이들이, 외식 배달원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 내몰린 것이다.
올해 상반기 ‘외식 배달 대전’에서 메이퇀(美團)·징둥(京東)·알리바바(阿里) 등 3대 플랫폼이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붓자, 2분기 실적이 크게 흔들렸다. 업계 1위 메이퇀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89% 급감했고, 징둥은 약 50%, 알리바바는 18% 각각 하락했다.
중국 배달 기사들에 따르면, 8월 말부터 배달 단가가 일제히 내려갔다. 일부 중소(2~4선) 도시에서는 건당 2~3위안(약 400~600원), 소도시는 건당 1~2위안(약 200~4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배달원들의 생계가 한층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시성의 배달원 후(胡)모씨는 과거 1선 도시(직할시) 선전에서 10여 년간 공장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가 끝난 2년 전 도산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중국 공산당은 경기 회복을 장담했지만, 업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시작했다”며 “수입이 줄고 경쟁은 치열해 생활 압박이 크다. 예전엔 사장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랴오닝성의 탕(唐)모씨는 원래 경제적 걱정이 없는 전업주부였으나 남편의 사업 실패와 암 투병으로 가세가 기울면서 배달원으로 나섰다.
하루 10여 시간씩 배달을 돌고 있다는 탕씨는 “내가 배달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남편 빚이 100만 위안이 넘고, 두 아이까지 있어 내가 집세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후베이성의 진(金)모씨는 과거 은행 지점장을 지냈지만 과도한 실적 압박과 건강 악화로 퇴직 후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도 사업 빚을 졌고 아이 둘을 키워야 한다”며 “은행장도 해봤는데, 배달 일쯤이야 못 하랴 하는 마음으로 나온다. 힘들지만 살아야 하니까 한다”고 말했다.
중국 100대 명문대 중 한 곳에서 예방의학 석사를 마친 청년 천(陳)모씨도 당분간 의사의 꿈을 접기로 했다. 음식 배달업을 하는 그는 “지금 예방의학 전공자를 채용하는 병원이 없다”고 말했다.
천 씨는 “어느 지역을 가도 의료인으로서 일하기는 어렵다”며 “한동안은 먹고살기 위해 배달을 하지만, 언젠가 박사 과정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중국 배달 업계에는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징둥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자, 메이퇀은 ‘30분 이내 도착’을 내세운 즉시구매 서비스를 확대했고 알리바바도 음식 배달 및 근거리 배송 플랫폼인 ‘어러머(餓了麼)’를 전면에 내세워 맞대응하고 있다.
업계 간 ‘배달 대전’으로 소비자들은 더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를 누리지만, 배달 기사들의 근무 환경과 수입은 악화되면서 더 깊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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