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경제 약세에도 10년 만에 최고치…전문가들 “이상 과열” 경고

중국 증시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가 상승이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과 동떨어져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투자은행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 전반은 경기 침체, 부동산 위기, 디플레이션 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증시만 이상 과열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874.15포인트로 마감하며 201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중국 증시는 이미 14% 상승했으며, 상장지수펀드(ETF)도 약 29%나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한 달간 중국 본토 증시 시가총액이 1조 달러 가까이 증가했으며, CSI300 지수 역시 연초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여전히 힘겨운 상황이다. 무역 갈등과 부동산 위기 여파로 소비, 물가, 주택 가격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에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시 강세가 지속 가능할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 둔화 막으려다 거품 키울라”
일본 최대 투자은행인 노무라홀딩스는 중국 시장에 ‘비이성적 과열’이 나타나고 있으며, 증시 거품이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무라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이 같은 증시 거품이 더욱 커질 수 있어 정책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독립 투자 연구기관 TS롬바드 역시 지난 7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4개월 연속 하락했다며 ‘시장 강세와 거시경제 약세’의 괴리가 심각한 자원 배분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합물가지수 격인 GDP 디플레이터 역시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약화되는 디플레이션 심화는 금융 전문가들이 현재의 증시 상승세에 가장 큰 의구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글로벌 투자은행 롬바르드 오디에 은행의 수석 거시 전략가 호민 리는 “시장은 거시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제로에 가깝고 국내 수요 부진으로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제약된다면 강세장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증시는 2015년의 상황과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중국 증시는 빅데이터 등 신기술 투자 열풍과 신용 거래 급증에 힘입어 폭등했으나, 이후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폭락한 바 있다.
현재 증시 상승폭이 10년 전만큼은 아니지만, 침체된 경제와 하락하는 공업 생산자물가와 상반된 증시 흐름은 시장 관계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특히 중국 증시 상승의 주요 동인 중 하나인 신용 거래 잔액은 현재 2조 1000억 위안으로 2015년 정점이었던 2조 3000억 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로투스 자산관리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홍하오는 “10년 전의 광란이 떠오른다”며 “물론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대만 금융 전문 매체 ‘파이뉴스(Finews)’는 “중국 경제가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며, 채권 시장과 증시의 이례적 괴리 현상에 주목했다. 지난 8월 8일부터 정부·금융기관 발행 채권에 대한 이자 소득세가 부과되면서 채권 시장이 압박을 받는 동시에 증시가 ‘이상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채권 시장의 자금이 대거 증시로 이동하며 ‘핫머니(단기 투기 자본)’로 인한 ‘비이성적 과열’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파이뉴스는 또한 ▲부동산 시장 붕괴 ▲수출된 부실 공사 논란 ▲미중 기술 패권 전쟁으로 인한 제조업 비용 상승과 혁신 역량 약화 등 중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지적하며, “중국 경제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으며, ‘비이성적 과열’은 지속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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