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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속을 볼 수 있다면?”…시카고서 ‘엑스레이의 예술’ 전시 개막

2025년 08월 20일 오후 12:17
2025년 7월 14일, 한 관람객이 시카고 그리핀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비욘드 더 서피스: 엑스레이의 예술'을 관람하고 있다. 이 전시는 일상 사물의 엑스레이(X-ray) 영상을 투사해 보여준다 | Terrence Antonio James/Chicago Tribune/TNS2025년 7월 14일, 한 관람객이 시카고 그리핀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비욘드 더 서피스: 엑스레이의 예술'을 관람하고 있다. 이 전시는 일상 사물의 엑스레이(X-ray) 영상을 투사해 보여준다 | Terrence Antonio James/Chicago Tribune/TNS

시카고—그리핀 과학산업박물관(Griffin Museum of Science and Industry)이 최근 사진작가 안드레이 두만(Andrei Duman)의 체험형 전시 ‘비욘드 더 서피스: 엑스레이의 예술(Beyond the Surface: Art of X-rays)’을 공개했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장난감, 커피 메이커, 알람시계 등 일상적인 사물의 내부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케네스 C. 그리핀 스튜디오(Kenneth C. Griffin Studio) 내 네 개의 방에 걸쳐 진행된다. 입구에서는 두만과 전시에 대한 소개가 마련돼 있고, 이어 엑스레이의 역사와 작가의 작업 과정이 상세히 소개된다. 이후 전시장에는 두만이 6년간 촬영한 작품과 박물관 소장품의 엑스레이 이미지가 전시된다.

2025년 7월 14일, 한 사람이 시카고 그리핀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비욘드 더 서피스: 엑스레이의 예술‘을 관람하고 있다.| Terrence Antonio James/Chicago Tribune/TNS

박물관 소장품 및 기록 보관 책임 큐레이터인 불라 사리다키스(Voula Saridakis)는 두만의 작품을 두고 “예술과 과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며 “과학의 세계로 들어온 사진작가”라고 말했다.

역사적 유물 가운데는 박물관의 U-505 잠수함에서 가져온 에니그마 암호기가 있다. 사리다키스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을 언급하며 장비의 역사를 설명했다. 그는 “엑스레이를 통해 에니그마 내부의 복잡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두만은 이 이미지를 제작하는 과정이 특히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금속이 많아 한 번에 촬영할 수 없어 노출을 달리해 약 10장을 찍은 뒤, 이를 합성해 한 장의 복합 이미지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시품은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의 특허 소송에서 사용된 전구다. 유리 케이스 안에는 두 개의 전구가 전시돼 있다. 사리다키스는 “에디슨은 필라멘트를 감추기 위해 전구를 불투명하게 처리했지만, 법정에서 강제로 전구를 깨뜨리면서 하나가 금이 갔다”고 설명했다. 두만이 나머지 전구를 엑스레이로 촬영했을 때 역시 금이 가 있는 것이 확인됐는데, 박물관 관계자들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2025년 7월 14일, 시카고 그리핀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비욘드 더 서피스: 엑스레이의 예술’에 전시된 전구 이미지. | Terrence Antonio James/Chicago Tribune/TNS

193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Century of Progress World’s Fair)에서 전시됐던 카메라 박스도 전시됐다. 사리다키스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세밀함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방에는 부가티(Bugatti) 자동차 축소 모형 6점이 전시돼 있다. 두만은 모형 자동차 제작사 아말감(Amalgam)과 협업해 1:8 크기의 다양한 차량을 만들었다. 그는 “브랜드의 명성과 유산, 다양한 모델 때문”에 부가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모형은 바닥과 벽에 동시에 전시된다. 추적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이 바닥의 자동차 영상을 따라 움직이면, 벽에 투사된 엑스레이 영상도 함께 움직인다.

2025년 7월 14일, 아이오와주 더뷰크에서 온 케이트 파워스(8)와 오빠 리드 파워스(10)가 시카고 그리핀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비욘드 더 서피스: 엑스레이의 예술’ 속 영상과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전시는 부가티 타입 35T 자동차 모형을 포함한 사물들의 엑스레이 영상을 투사해 보여주며, 바닥 영상과 상호 작용할 때 엑스레이 이미지가 드러난다 | Terrence Antonio James/Chicago Tribune/TNS

아이오와주 더뷰크(Dubuque, Iowa)에서 방문한 몰리 파워스(Molly Powers·42)는 자녀들과 함께 전시를 즐겼다고 말했다. 아들 리드(Reed·10)는 “네 번째 방이 가장 좋았다. 자동차가 내가 움직일 때마다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라며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직접 볼 수 있어서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딸 케이트(Cate·8)는 “자동차 엑스레이가 움직이는 걸 보고 따라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 댄 파워스(Dan Powers·43)는 일부 전시물을 보다가 멀미가 났다고 말했다.

두만은 ”이번 프로젝트는 ‘이걸 엑스레이로 찍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며 수년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엑스레이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은 공간 안에 놀라운 것들이 빽빽하게 들어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고, 그것을 드러내는 과정이 매혹적이었다”고 말했다.

두만은 박물관의 많은 유물을 촬영했지만, 그중에서도 시각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작품만을 선별해 전시에 올렸다. 그는 “때로는 ‘이건 분명 멋지게 나올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흥미롭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이건 별로일 거야’라며 미뤄뒀던 것이 뜻밖에 아주 인상적인 결과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병원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