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패권 유지, 미-중 대결의 승부처 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의 재편을 촉발한 가운데, 중국이 새로운 전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중국 위안화 대 미국 달러의 통화 대결이다.
지난달 상하이의 주요 경제 포럼인 루자쭈이 포럼에서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위안화(인민폐라고도 불림)의 국제화 추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에서 수십 년간 외국인 투자자와 무역업자들의 자문역을 맡아온 미국 사업가 마이크 쑨(중국 정부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가명 사용)은 “특히 디지털 세계에서 통화의 패권이 미중 무역전쟁의 다음 초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밀켄 인스티튜트의 윌리엄 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국은 대안적인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위안화 사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자국의 디지털 화폐가 자리 잡고 광범위하게 채택되기 전에 제재를 받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우려 사항들이 베이징 정책입안자들의 핵심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중앙은행 총재는 상하이에서 연설을 통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기존의 국경 간 결제 인프라가 쉽게 정치화되고, 무기화되며, 일방적 제재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의 또 다른 저명한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롄핑은 5월 말 “금융 제재와 대응책이 다음 단계 미중 대결의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술했다.
쑨 씨는 “이들 이코노미스트들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중국공산당(CCP) 고위 관리들과 긴밀히 연결된 두뇌집단”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전문가들은 권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행동을 예고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롄핑은 또한 미국이 일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후 그 범위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중국을 미 달러 기반 시스템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기축통화이자 금융거래의 주요 매개체인 미 달러는 미국 주도 글로벌 질서의 핵심축이다.
리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BRICS 회원국들은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중국으로부터 전기차를 구매함으로써 위안화 표시 대안 무역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한다.
BRICS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블록으로, 미국 주도의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 맞서기 위해 구축되었다.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이란도 가입해 있다.
리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달러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려는 BRICS의 목표”는 미국에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이며, 이것이 바로 트럼프가 이들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다.

2025년 7월 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BRICS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파트너국, 옵서버국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여겨지는 이 중국•러시아 주도 블록은 중국 위안화와 미 달러 간 통화 경쟁의 격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Pablo Porciuncula/AFP via Getty Images/연합
브라질에서 열린 최근 정상회의에서 BRICS 회원국들은 지난 7월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관세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 직후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을 통해 “BRICS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는 10% 추가 관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후에는 트럼프의 동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임을 언급하며 BRICS 창립 회원국인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7월 8일 국무회의에서 트럼프는 “BRICS가 달러를 파괴해서 다른 나라가 주도권을 잡고 기준이 되도록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를 잃는다면, 그것은 전쟁, 주요 세계대전에서 지는 것과 같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현재와 같은 나라가 아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전쟁의 마무리
리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상호 관세를 시작했을 때 관세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완전히 낯선 언어였다”며, “이제 전 세계가 최소 10% 관세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인 관세율 수치보다는 새로운 무역 질서의 확립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고, 그 새로운 질서는 훨씬 더 분권화된 무역 시스템으로서,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WTO에서 빠져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에 미국이 부과한 평균 관세율은 3.4%였다. 당시까지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특징은 미국은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데 다른 나라들은 상당히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수입을 막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관세 협상 마감일을 7월 9일에서 8월 1일로 연장했으며,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 기간 동안 기본 관세율은 10%로 유지된다.
트럼프는 이후 수십 개국에 관세 서한을 발송해 20%에서 50% 사이의 관세율을 설정했다.
쑨 씨는 이러한 접근법을 “블라인드 박스” 방식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관세율이 서한을 받은 후에야 공개된다는 의미이다. 그는 자신의 견해로는 이러한 접근법이 ‘가장 낮은 비용으로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쑨 씨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이 결정권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은 그가 설정한 틀 안에서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가 결국 트럼프의 틀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휴스턴 세인트토마스대학교 국제학과 예야오위안 교수는 이번 무역 협상을 새로운 냉전의 전주곡으로 보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가 미국이 이끄는 진영과 중국이 이끄는 진영으로 분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영 양국이 ‘제3국의 비시장적 정책’에 공동 대응함으로써 상호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산업 정책으로 국유기업을 보호하고 과잉 생산능력을 글로벌 시장에 덤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5월 8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뒤편에는 (왼쪽부터)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JD 밴스 부통령, 피터 맨델슨 주미 영국대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함께 서 있다. │Anna Moneymaker/Getty Images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 관세율 협상의 여지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논의는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 반도체와 교환하고, 특히 은행업과 투자업 등 서비스업을 미국에 개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은 수십 년간 희토류에 대한 거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는데, 이는 주로 외국 기업들을 이 분야에서 몰아낸 약탈적 관행 덕분이었다. 중국은 이러한 핵심 광물에 대한 영향력을 무역 협상의 무기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공공-민간 파트너십과 광산 개발 신속 허가를 통해 희토류 병목현상을 제거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에 위치한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을 소유한 MP 머티리얼즈는 7월 10일 4억 달러 투자 계획과 국방부로부터의 1억5천만 달러 대출 사실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10년간 이 회사의 희토류 생산량을 최소 가격으로 구매하고 최소 이익률을 보장하기로 했다.
사실상 이 공공-민간 파트너십은 중국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미국의 국가 대표 기업이 활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에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대미 상품 무역흑자가 거의 2960억 달러에 달했지만, 서비스 무역에서는 약 330억 달러 적자를 봤다.
베이징은 무역 협상의 협상카드로 서비스업의 추가 개방을 검토해 왔다. 롄핑에 따르면, 중국의 서비스 무역 개방은 베이징에도 유익한 전략이다.
금융시장을 더 개방하면 중국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제재하기에는 너무 큰’ 존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쑨 씨와 리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관세 전쟁은 주로 통화에 초점을 맞출 것인데, 이는 미국이 거의 37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라는 과도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마코 리소시스가 2025년 7월 11일, ‘와이오밍주 랜체스터 인근 4500에이커 규모의 브룩 광산에서 450톤 이상의 희토류를 채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탈적 관행을 통해 달성한 중국의 오랜 희토류 분야 지배력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역 무기로 휘두를 수 있게 했다. │John Haughey/The Epoch Times
달러 패권 수호
현재 미 달러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와 국제무역의 주요 통화로서의 역할은 미국이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차입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현재 미국의 부채 수준은 너무 높아서 연간 이자 지급액이 국방 지출을 넘어서고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4년 9월 30일 종료된 2024 회계연도에 미국은 부채 이자로 8820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국방비는 8740억 달러였다.
이러한 이유로 미 달러의 패권이 더욱 중요하다. 달러의 약화나 그에 대한 의구심이 국가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재무부 채권을 7560억 달러 보유하고 있으며, 홍콩은 추가로 253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쑨 씨는 베이징이 유럽 기관을 통해서도 미국 재무부 채권을 구매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중국이 일본의 1조1천억 달러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미국 재무부 채권 보유국이라고 믿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4월 보고서도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중국은 미국 재무부 채권 보유량을 줄이지 않았으며, 단지 보유분이 더 은밀해졌을 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베이징은 시장이 미 달러에 대한 신뢰를 잃는 중요한 순간에 미국 재무부 채권을 대거 매각하고, 그 시점에서 중국의 덤핑을 받아들일 구매자가 없다면 채권금리의 상승을 강제할 수 있다. 이는 채권 가격의 폭락을 의미한다.
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린다면 워싱턴의 차입 능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수년간 미 달러를 위안화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15년 베이징은 위안화 거래를 위한 자체 국제 은행 간 결제시스템인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출범시켰다. CIPS는 규모와 글로벌 영향력 면에서 미 달러 표시 글로벌 결제시스템인 CHIPS(Clearing House Interbank Payment System)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점점 커지고 있다.

2024년 7월 9일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중국 인민은행 본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앙은행은 최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존 국제 결제 시스템이 “정치화”되고 “무기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Adek Berry/AFP via Getty Images/연합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CIPS를 통한 월간 금융거래 규모는 약 7000억 위안으로, 2021년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 규모는 CHIPS 공식 웹사이트에 따른 일일 1조8천억 달러, 즉 월간 50조 달러 이상의 거래량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PIIE에 따르면 CIPS는 결제 메시지 전송을 위해 여전히 미국 주도의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또한 디지털 통화가 새로운 경쟁 분야라는 점에 주목했으며, 2022년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했다.
쑨 씨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중국 말고도 미국 부채를 보유할 더 많은 당사자를 찾고,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 모두에서 기축통화 지위를 수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불리는 암호화폐의 한 유형이 이러한 도전에 대한 “창의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이론적으로 미국 재무부 채권의 무제한 구매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1대1 비율로 고정된 디지털 화폐다. 발행업체들은 보유자들이 언제든지 다시 화폐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장한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화폐의 분권화와 효율성을 전통적인 법정화폐의 안정성과 결합하여 제공할 수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의 98%가 미 달러에 고정되어 있고, 80%가 미국 밖에서 발행되고 있다. 소유자들은 은행과 심지어 자국의 신뢰할 수 없는 통화까지도 우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커피숍이나 베트남의 소상공인이 달러에 직접 고정된 디지털 통화로 사업을 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CEX.io에 따르면, 작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거래량은 27조6천억 달러에 달해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합산 거래량보다 7.7% 많았다.

2022년 2월 17일 베이징 뉴 액츄에이션 핀테크 센터의 커피숍 근처에 중국 디지털 화폐 간판이 보인다. │Jade Gao/AFP via Getty Images/연합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은 디지털 토큰과의 교환으로 받은 달러를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며, 이미 미국 재무부 채권의 중요한 보유자로 부상했다.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1200억 달러 이상의 재무부 단기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1조 달러 이상의 재무부 채권을 보유할 태세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재무부 단기채권의 최대 보유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달 전 홍콩은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는 않았다. 중국 국영 언론에 따르면, 앤트 그룹과 JD닷컴 등 중국 대기업들은 8월 1일 법안이 시행되는 즉시 발행업체가 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의회는 7월 17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에 대한 규제 체계를 수립하는 획기적인 암호화폐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날 서명되어 법률로 제정된 GENIUS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이 현금이나 미국 재무부 채권으로 디지털 토큰을 뒷받침하도록 요구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6월 소셜 미디어 X에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적었다.
쑨 씨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함으로써 미 달러는 물리적 세계에서 가상 세계로 지배력을 확장했고, 중국과 일본에 필적하는 미국 재무부 채권 구매자 집단을 찾았다. 그는 이 전략을 “천재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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