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내년 최저임금 2.9% 오른 1만320원…17년 만의 노사 합의

2025년 07월 11일 오전 11:02
이인재 위원장,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부터) | 연합뉴스이인재 위원장,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부터) | 연합뉴스


월 215만6880원…‘반쪽 합의’ 논란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1만30원)보다 2.9% 인상된 수준으로, 월 환산액은 약 215만688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0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는 8시간 넘게 이어졌고,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1만210원~1만440원) 내에서 노동계는 1만430원, 경영계는 1만230원을 각각 제안한 끝에, 최종적으로 1만320원에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번 결정은 17년 만에 노사와 공익위원이 참여한 합의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위원이 표결 직전 퇴장하면서 ‘반쪽 합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사정 3자가 합의해 최저임금을 정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이번을 포함해 노사합의는 단 8차례뿐이다.

하지만 표결에 앞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퇴장하면서 결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이들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촉진구간이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첫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정부 첫해 중 가장 낮다”며 “공익위원들이 내란 수괴 윤석열이 선임한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은 표결에 남아 합의에 참여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단신 생계비의 82%에도 못 미치는 낮은 인상률”이라면서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경영계도 불만을 표했지만 수용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동계가 불참한 가운데 부담스러운 결정이지만, 공익위원이 제시한 틀 내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갈등으로 ‘사회적 피로도’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구조 개편을 시사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독일식 ‘단계적 인상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청문회 답변에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제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임위 박준식 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 “노사 간 간극을 줄이지 못해 민주노총 측 위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