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벨라루스 관영통신 “시진핑, 정상 만찬에 딸 시밍쩌 대동”

2025년 06월 11일 오후 8:47

극도의 보안 속에 감춰졌던 외동딸 시밍쩌, 외신에 노출
벨라루스 통신, 방중 때 수행한 부총리 발언 인용 보도
“시진핑, ‘내 딸이 외국 정상과 식사하는 건 처음’이라고 소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이뤄진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와의 비공식 회동에 아내와 딸을 동반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딸 시밍쩌가 외국 정상과의 만찬 자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를 시진핑이 직접 밝혔다는 점에서 최근 그의 권력 이상설과 맞물려 단순한 가족 접대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벨라루스 관영 ‘벨라루스 통신(BelTA)’은 9일(현지 시각), 지난 2~4일 루카셴코 대통령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한 니콜라이 스놉코프 제1부총리의 발언을 보도했다. 그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62)와 딸 시밍쩌(32·비공식)가 루카셴코 대통령을 위한 만찬에 함께했다”고 밝혔다.

스놉코프 부총리는 “시 주석이 비공개 자리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당신은 나의 특별한 친구이기에 오늘 우리는 가족 만찬을 준비했다. 역사적으로도 내 딸이 외국 정상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외국 정상과의 만찬을 국빈 만찬이 아니라 비공식적 형태의 가족 만찬으로 치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만찬이 ‘가정사 수준’으로 치러진 사실 자체가 시 주석의 당내 입지 약화를 방증한다고 보고 있다.

시사 평론가 샤오슈어자는 자신의 SNS 채널에서 “국빈 만찬이 아닌 가족 만찬으로 외교 격식이 낮아졌다는 것은 시진핑이 더 이상 국가 공식 지도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최고 지도자의 자녀는 외교 무대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돼 왔다”며 “시밍쩌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시진핑이 외교적 권한을 상실했음을 시사하는 사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정상 회동에는 주요 행사 때 반드시 시진핑 옆에 자리하던 차이치 중국 중앙서기처 서기(비서실장 격)가 참석하지 않아 중화권 매체들 사이에서 무성한 추측을 일으켰다.

차이치 서기는 올해 1~4월 시진핑의 지방 시찰 때 모두 따라다녔으나 5월 19~20일 허난성 시찰 때부터 시진핑을 수행하지 않는 이례적 행보를 나타냈다. 시진핑 역시 허난성 시찰 이후 2주간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 회동 때 나타나며 국가주석으로서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 중국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인민해방군 해군 퇴역 중령 야오청은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루카셴코의 방중 목적은 시진핑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혹은 (중국) 탈출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 직접 확인하려는 데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야오청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루카셴코 대통령의 방중 배후에 시진핑의 안위를 확인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또한 시진핑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해외 탈출을 시도할 경우, 향할 수 있는 곳은 러시아나 벨라루스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시사 평론가 탕징위안 역시 “루카셴코의 방중 목적은 시진핑의 현 상황을 확인하려는 데 있었다”며 “그런 그를 맞이하기 위해 시진핑 부부가 딸까지 대동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중국 관영 매체가 아니라 벨라루스 관영 통신을 통해 보도되기는 했지만, 이번 만찬 참석 뉴스를 통해 그간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밍쩌가 중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시밍쩌는 하버드 유학 후 미국에 체류 중인지, 중국에 귀국했는지 혹은 제3국에 머무는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음으로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직함이 없는 시밍쩌가 외국 정상과의 만찬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중국을 비롯해 각국 정상이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 영부인을 대동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외교적 직함이 없는 딸을 배석시키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탕징위안은 “이는 해당 만찬이 개인적 만남 성격이었음을 확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시진핑이 공식적인 외교 무대에서 밀려났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극도의 보안 속에서 보호받던 시밍쩌가 외빈과의 식사 자리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신분에 어떠한 변동이 있었음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탕징위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도 시밍쩌가 얼굴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이 정도의 이례적인 접대가 이뤄졌다는 것은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 가족의 위상에 변화가 있음을 말해 준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중국 평론가 원자오 역시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여러모로 이상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 시진핑은 자신의 외교적 치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번 루카셴코 방중 때는 공개 행사 하나 없이 회동 후 발언만으로 끝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진핑의 동남아 3개국 방문(4월),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5월) 당시 외교적 성과를 크게 보도했으며, 중남미 국가들의 방중 때도 각종 협력 문서가 체결됐음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루카셴코 방중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보도에 그쳤다.

원자오는 “루카셴코는 어쩐 일인지 별 발언 없이 베이징의 안가에서 시진핑과 몇 시간 밀담을 나눈 뒤 귀국했다”며 “이처럼 조용히 끝난 이번 방문은 (시진핑과) ‘운명공동체’를 표방했던 그의 전략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는 이야기”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