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표기만 50+, 실제론 맨살 수준” 中 자외선 차단 의류, 허위 광고 만연

2025년 06월 10일 오전 11:04

중국 관영매체 잠입 보도…인증 기관은 검증도 안 하고 ‘합격’ 도장
원단도 가짜, 제조사는 “실제론 기준 미달이지만 50+로 선전한다”

“맨살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자조가 나온다. 중국에서 여름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경량 바람막이 점퍼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짜 인증서, 과장 광고, 거래 업체 요구에 맞춘 허위 수치 표기까지, 소비자 기만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태가 중국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이러한 제품에는 연간 30만 장 이상 팔려 나간 인기 브랜드까지 포함됐다.

8일 CCTV 재경 채널은 현재 중국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 다수가 국가에서 정한 ‘자외선 차단 제품’ 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 표준에 따르면, 자외선 차단 지수(UPF)가 40 이상이며 UVA 투과율이 5% 미만일 경우에만 자외선 차단 제품으로 인정된다.

보도에서는 “이른바 ‘코어 냉각 기술’, ‘얼음 촉감 섬유’, ‘고효율 자외선 차단’이라는 표현은 모두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위”라며 “다수 판매자들이 가짜 시험 성적서를 내세워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주로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팔리고 있으며, 판매자들은 ‘여러 번 세탁해도 UPF 지수가 줄지 않는다’, ‘가볍고 통기성 좋다’는 식의 과장된 표현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장쑤성 쉬저우시의 ‘하이누어 의류 유한공사(海诺服饰有限公司)’ 관계자는 구매자를 가장한 기자에게 자사 베스트셀러 제품의 자외선 차단 지수가 실제로는 30+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에선 “50+까지 가능하다”고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실제론 30+다. 하지만 광고에서는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당신이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도 된다”며 황당한 설명을 내놨다. 어른용뿐만 아니라 어린이용 경량 바람막이도 자외선 차단 지수가 기준에 못 미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라이브 방송에서 자주 사용되는 ‘자외선 감응 카드’ 테스트도 사실상 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자외선 조사 카드’로도 불리는 이 카드는 태양광 등 자외선에 닿으면 보라색으로 변한다. 자외선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카드 역시 가짜라는 것이다. 그는 “UPF 지수와 관계없다.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제조사는 실제 효과와 무관하게 거래처 요구에 따라 UPF 표기를 ‘맞춤 제작’해 주기도 한다. 장시성 상라오시의 한 공장 관계자는 “50+, 80+, 심지어 100+도 가능하다. 그냥 포장지에 찍는 숫자일 뿐이다. 그걸 믿는 사람이 바보”라고 말했다.

장시성의 한 의류용 원단 생산 업체에서 자외선 차단 지수(UPF)가 포장지에 허위로 표기된 제품이 발견됐다. | CCTV 방송화면 캡처

가짜는 숫자뿐만이 아니다. 제품에 사용된 원단 자체가 자외선 차단 효과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저장성 사오싱 섬유 시장에서는 “대부분 자외선 차단 경량 바람막이 점퍼 원단으로 쓰인다”며 기준 미달 원단을 판매하는 장면이 취재진의 잠입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이러한 제품이 버젓이 유통될 수 있는 것은 인증 기관마저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판매자들은 인증 기관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인증서를 유통하고 있었으나, 이 인증서는 정식 시험 절차 없이 300위안(약 5만 6천 원)만 내면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발급되고 있었다.

푸젠성의 한 시험 기관이 발급한 인증서는 항목 대부분이 조작된 허위 정보였지만 모든 항목이 ‘합격’으로 표시됐다. CCTV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 업체에서도 “실제 샘플 검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후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는 소비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해당 뉴스를 전한 게시물에는 “겨울에는 오리털 없는 패딩, 여름에는 자외선 못 막는 바람막이”, “이제 소비자가 자외선 차단 측정까지 셀프로 해야 하나”라는 댓글이 달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도 직후 장시성 당국은 원단 제조업체가 모인 공단 현장 점검에 나섰으며 9일 새벽 불시 단속을 통해 샘플을 수거하고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제품 생산 및 유통 중단 명령을 내렸다. 지역 내 유사 업종에 대한 특별 점검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사태가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단속을 벌이는 당국을 두고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자외선 피해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조차 허술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바람막이는 햇빛을 못 막았지만, 정부 규제는 가짜를 막지 못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