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보름 만에 나타난 시진핑, 외국 정상과 집무실 옆 방서 회동

2025년 06월 05일 오후 3:18

시진핑, 中 국빈 방문한 벨라루스 대통령과 ‘너무 편한’ 정상 회동
공식 행사 장소인 ‘국빈관’ 아니라 거주 구역서 만나… “사실상 오찬”

2주 가까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4일 모습을 드러냈다.

시진핑은 이날 국가주석 신분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그 방식과 장소, 수행 인원 등에서 예년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 시진핑의 신병 및 권력 이상설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중국 공산당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4일 오전 중난하이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확한 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벨라루스 관영 통신(BELTA)에 따르면, 시진핑은 루카셴코와의 회담에서 “옆방이 바로 내 사무실이다. 당신을 이곳에서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는 국빈관이 아닌 장소에서 정상회담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일종의 해명으로 파악된다.

두 사람은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공식 회동한 바 있다. 국빈관은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가 외국 정상이나 주요 귀빈을 접견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외교 무대다.

반면, 중난하이는 공산당 중앙정치국과 국무원이 위치한 당·정 핵심 구역으로, 외국 정상과의 회담 장소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난하이 회동은 주로 비공식 방문이나 양국 간의 끈끈한 관계를 나타낼 때 활용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중난하이에서 비공식 회담을 가진 적이 있으며, 2016년에도 국빈 방문 중 시진핑과 중난하이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또한 2023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온두라스 대통령 시오마라 카스트로가 각각 중난하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자유 민주 진영에 맞서 중국–중남미 독재 권력 간 우의를 과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회담 역시 이처럼 우호 협력을 강조하기 위한 통상적인 외교 행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지만, 특이한 점은 회담 전까지 시진핑이 보름 가까이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달 20일 허난성 뤄양을 방문한 이후 2주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름 휴가철도 아닌데, 중국 최고지도자가 이렇게 장기간 언론이나 당 행사에 노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벨라루스 관영 통신은 이번 회담이 “티타임 형식의 실무 회담”으로 시작됐으며, 양국 정상 간 단독 회담에 이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가족식 오찬” 순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내용이다.

니콜라이 스놉코프 벨라루스 제1부총리는 현지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은 어떤 다른 정상도 받은 적 없는 독특한 형식”이라며 “정식 회담은 부차적이고, 핵심은 ‘가족 오찬’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실무 방문도, 국빈 방문도 아니다. 오로지 가족적 친분을 위한 특별한 만남”이라고도 했다. 즉, 이번 만남은 양국 정상 간 공식 회담이 아니라 ‘개인적 만남’에 가까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화통신의 보도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포착됐다. 당초 신화통신은 두 정상의 회담 사실만 간략히 전하며 사진조차 싣지 않았다. 이후 사진을 추가했는데, 사진 속 시진핑은 푸석한 얼굴에 피곤한 안색으로 활기찬 모습의 루카셴코 대통령과 대비됐다. 두 사람은 각각 71세, 70세로 시진핑이 한 살 더 많다.

더욱 두드러진 것은 시진핑의 측근인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의 빈자리였다. 과거 시진핑과 루카셴코 간 회담에는 외교부장 왕이와 함께 차이치 주임이 늘 배석했었다. 이번 회동에는 왕이만 참석했고, 차이치는 없었다. 차이치는 최근 시진핑과의 갈등설이 불거진 군 서열 2위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쪽에 붙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외 중국 평론가 차이션쿤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정국은 원로 정치인인 후진타오 전 총서기와 원자바오 전 총리가 주도하고 있으며 군권을 장악한 장유샤 군사위 부주석이 두 사람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