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방산 50년…“美와 국방상호조달협정 조속 체결해야”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

美와의 협력, ‘한미방산동맹’ 중장기 전략의 일환
‘대한민국 방위산업 50년 그리고 미래’ 한글·영문본 출간
지속가능한 방산 수출 위해 기술자립·시장다변화·외교전략 필요
K-방산, AI·우주·사이버 아우르는 ‘미래 복합안보산업’으로 진화할 것
K-9 자주포를 비롯해 방산 수출 낭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유럽연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회원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유럽산 무기 구매를 우선시하는 정책 기조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6일, “지속 가능한 방산 수출을 위해선 기술 자립과 시장 다변화, 방산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만났다.
채우석 이사장은 1972년 육군사관학교 28기로 임관한 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방부 획득개발국 획득과장·획득기획과장, 국방부 연구개발관과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 외자(外資)부장을 역임했다. 2001년 예비역 육군 준장 예편 후 국방부 조달본부 차장으로 임용돼 2004년까지 재임했다. 전북대, 한경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2001년부터 한국방위산업학회에 참여해 2011년부터 14년간 학회 회장을 맡았고 올해 3월 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천수장(2001), 삼일장(1995)과 대통령표창(1999),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2015)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대한민국 방위산업 50년 그리고 미래> 영문본도 출간하셨는데, 출판 취지와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대한민국 방위산업 50년 그리고 미래> 영문판 출간은 단순한 번역 작업이 아니라, 한국 방위산업의 발전사를 세계 무대에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전략적 메시지입니다. 본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이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해 온 여정을 기록했으며, 이를 통해 전후 폐허 속에서 출발해 세계 8대 방산 수출국으로 성장한 K-방산의 기적을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방위산업학회는 지난해 9월 ‘대한민국 방위산업 50년 그리고 미래’를 출간한 데 이어 올해 3월엔 영문본을 출판했다. 430쪽 분량의 책에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50년 역사와 미래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을 담았다.

‘대한민국 방위산업 50년 그리고 미래’
채 이사장은 영문판 출간의 취지로 △국제 공공외교의 확장 △동맹 및 파트너국과의 전략적 소통 도구 △차세대 연구자와 정책 전문가들을 위한 지식 자산 △호국·상무 정신, 홍익인간 이념 강조 등 4가지를 꼽았다.
“우선 국제 공공외교의 확장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방산의 성과는 국내 중심으로만 공유돼 왔지만, 이제는 해외 정부·기업·학계 인사들과 우리의 경험과 전략을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무기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방위산업의 신뢰성과 체계적 배경을 알리는 일은 국익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또 동맹 및 파트너국과의 전략적 소통 도구로 활용됩니다. 특히 한미동맹의 안보 협력을 넘어 산업·기술 협력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방산의 역사와 잠재력을 객관적 데이터와 서사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의 정책 결정자와 군사 전문가들에게 한국 방산의 역량과 철학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그는 차세대 연구자와 정책 전문가들을 위한 지식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강조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과 산업 주권의 결정체입니다. 이 경험을 학문적, 정책적 차원에서 공유함으로써 한국형 방산 모델에 대한 국제적 연구가 촉진되고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의 5천 년 역사를 요약 설명한 제1장에 대해선 “특히 수없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나라를 지킨 호국정신과 상무정신, 궁극적으로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영문판 출간은 K-방산의 과거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정리하고, 미래를 세계와 함께 열어가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와 포부를 서술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방위산업의 역사를 간단히 정리해 주신다면요.
“한국 방위산업의 역사는 국가 생존을 위한 자립적 방위력 확보의 역사이자, 산업화와 기술 독립을 향한 집념의 여정이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미국의 군사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박정희 대통령의 주도 아래 ‘자주국방’ 기조가 확립되면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설립되며 방산의 본격적인 태동기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1971년 ‘번개사업’을 계기로 소총·박격포·수류탄 등 기초적인 무기 생산을 국내에서 시작했고, 이어서 체계적 연구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1980~90년대에는 전차, 장갑차, 함정 등 주요 플랫폼의 국산화가 추진됐고, 2000년대 이후에는 첨단기술 중심의 ‘스마트 방산’으로 전환됐으며,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장보고급 잠수함 등의 수출이 본격화하며 한국은 세계 8위 방산수출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한국 방산은 단순한 무기 생산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의존을 자립으로’ 바꿔온 전략 산업이며, 앞으로는 AI·우주·사이버를 아우르는 ‘미래 복합안보산업’으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와 한국의 방위산업 규모와 현황은 어떻습니까? K-방산 기술, 방산업계 매출 수준은 어떤가요?
채 이사장은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를 인용해 “전 세계 방산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250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33년까지 약 39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23년 한국의 국방 예산은 약 475억 달러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2023년 한국은 약 140억 달러의 방산 수출을 기록하며 세계 상위 10대 무기 수출국에 진입했습니다. 주요 기업의 성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에 11.24조 원(약 7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은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L-SAM)과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등의 개발을 통해 첨단 방산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채 이사장은 한국 방위산업의 역사를 “국가 생존을 위한 자립적 방위력 확보의 역사이자, 산업화와 기술 독립을 향한 집념의 여정”으로 정의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K-9 자주포, K-2 전차 수출 낭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K-방산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K-방산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전쟁의 기억을 바탕으로 구축된 종합형 생존 전략이자 기술, 운용성, 가격, 납기, 산업 협력까지 아우르는 토탈 경쟁력에 기반합니다. 무엇보다 전투 검증된 성능과 운용 경험이 K-방산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 MLRS 등은 한국군 실전 배치 및 연례적 대규모 훈련을 통해 ‘검증된 무기’라는 신뢰를 얻게 됐고, 이는 NATO 국가를 포함한 해외 수요국에 큰 설득력이 됩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합니다. 선진국 무기체계와 비교해 기술력은 동등하거나 유사하지만, 획득비용과 운용·정비비용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가성비 있는 선택지’로 평가됩니다. 폴란드의 대규모 K-방산 도입 결정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빠른 납기 및 생산 역량도 경쟁력입니다. 한국은 민·군 복합 생산체계를 통해 대량생산과 신속 납품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폴란드에서 2022년 계약한 K-9/K-2/K-239 천무는 불과 수개월 만에 초도 물량이 인도됐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안보 불안 속에서 한국의 무기를 ‘즉시 투입 가능한 실용 무기’로 차별화하는 요인이 됐습니다.”
“맞춤형 산업 협력 전략으로 단순 판매가 아니라 기술 이전, 현지 생산, 공동 개발 등 다양한 산업 협력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구매국의 정치·경제적 수요에 부응합니다. 특히 인도, 폴란드, 이집트 등 신흥 방산국과의 협력은 ‘방산 외교’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K-방산은 ‘기술+가격+속도+협력’의 4박자를 갖춘 글로벌 방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AI·드론·사이버·우주 영역으로 경쟁력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은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항공기 분야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맞습니다. 한국 방위산업은 전차, 자주포, 함정 등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지만, 항공기 분야에서는 아직 ‘기술 자립의 완성도’나 ‘글로벌 경쟁력’ 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채 이사장은 “항공산업이 다른 방산 분야에 비해 기술 장벽이 높고, 개발 사이클이 길며, 투자 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라며 “엔진, 레이더, 스텔스 기술 등은 아직도 일부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전략적 자율성 측면에서도 제약이 된다”고 부연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한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요?
“먼저 KF-21 보라매 개발을 통한 국산 항공기 플랫폼 확보입니다. KF-21은 완전한 독자 개발은 아니지만, 한국이 설계 주도권을 갖고 체계 종합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항공 자립’의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특히 AESA 레이더, IRST, 미사일 통합 등 일부 핵심 구성품을 국산화하며 기술 내재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부품부터 시스템까지 국산 생태계 확장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이 협력하여 항공기용 레이더, 전자전 시스템, 미사일 연동 기술 등을 내재화하고 있고, GE와의 협력을 통해 KF-21에 장착되는 F414 엔진의 국내 정비 능력도 확보 중입니다.”
아울러 그는 수출형 항공기 모델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FA-50 경공격기와 T-50 고등훈련기는 동남아·남미를 중심으로 수출에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FA-50PL(폴란드형), FA-50PH(필리핀형) 등 ‘커스터마이징 모델’을 통해 성능 업그레이드와 함께 항공시장 내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중형급 전투기, 수송기, 무인기 등으로 확장 가능한 교두보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항공 방산 분야에서 ‘완전 독자 기술 개발’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플랫폼 확보 → 구성품 내재화 → 수출 전략의 3단계 로드맵을 통해 격차를 좁혀가고 있으며, 향후 10년 내 글로벌 중견 항공 방산국으로 도약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솔직히 답답하죠. 그런 건 하나의 전략적이고 정책적 이슈인데 너무 지엽적인 것들에 얽매여 있어요.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어서 손해 보는 기업도 있을 수 있고 어떤 기업은 그걸 통해서 승승장구할 수도 있죠. 국가적 차원에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한미 방산 동맹을 통한 방산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인데 그런 게 걸림돌이 되거나 바이아메리칸 정책(Buy American·미국 연방정부 예산이 들어간 프로젝트는 미국산을 구입하도록 하는 정책)에 위배돼서 제대로 이행을 못 하면 우리나라에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든지 제도적인 걸림돌을 빨리 제거해야 합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이 지난 3월 25일 ‘대한민국 방위산업 50년’ 영문본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최근 헤리티지 재단 측에서 “한미 간 원활한 조선업 협력을 위해 방산 분야 자유무역 수준의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전망은 어떤가요?
채 이사장은 헤리티지 재단의 이러한 주장이 RDP 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RDP 협정은 미국 국방부가 동맹국과 체결하는 방산 조달 상호개방 협정으로, 현재 미국은 28개국과 RDP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미 양국은 RDP 협정을 통해 방산 무역 장벽을 줄이고자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감사가 진행되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0위권 방산 수출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RDP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미국 방산 시장 진출에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주요 방산 수입국이지만, 한국 방산 기업의 미국 수출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RDP 협정 체결은 한국 방산 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양국 간 방산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따른 조달 제한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RDP 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미국 내 산업 보호주의와 기술 이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울러 한국은 미국과의 방산 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 연구개발 및 생산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양국 간 방위산업의 상호 보완성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RDP 협정은 한미 방산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양국은 이를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미국과의 방산 협력과 수출에 있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채 이사장은 “제도적 교두보 마련과 정책·외교적 전담 체계 구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을 조속히 성사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현재 미국은 28개국과 이 협정을 맺고 있지만 한국은 제외돼 있어, 미국 국방부 조달망에 한국산 무기나 부품이 정식으로 공급되기 어렵습니다. 이는 아무리 기술력이 높아도 제도 장벽 때문에 미국 시장에 실질적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교부·국방부·방위사업청이 TF를 구성해 미국 의회 및 국방부와의 정책 협의라인을 상설화해야 합니다. 또 ‘Buy American Act’와 같은 미국 내 보호주의 조달 규정을 우회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 체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미 간 공동개발·공동생산 체제를 통해 ‘미국산 구성비율 요건’을 충족하거나,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구축해 현지화를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세제·제도적 인센티브와 산업협력 외교가 병행돼야 합니다.”
그는 미국의 전략적 공백을 메우는 틈새시장 공략 전략도 정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유럽과 중동에 공급하는 군수품 부족을 메우는 보완 공급자로 한국이 포지셔닝할 수 있도록 ‘K-방산 글로벌 공급망 참여 전략’을 명확히 수립하고 미국과 연계된 전략적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의 방산 협력은 단기 수출 확대가 아니라 ‘한미방산동맹’ 이라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 관점에서 정무·경제·안보를 통합한 방산 외교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캐나다 국제문제연구소와 MOU를 체결하고,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한국 방산기업들이 ‘원팀’으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한-캐나다 방산 협력 강화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굉장히 상징적이고 전략적인 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중시해 왔고, 사실상 미국의 방산 우산 아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캐나다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생긴 겁니다. 그 결과 캐나다는 점차 독자적인 방위 역량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눈에 띈 파트너가 바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특히 해군 전력, 그중에서도 잠수함 분야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실전 운용 경험 모두 세계적인 수준이거든요. 이번 협력은 단순한 수출 계약 그 이상입니다.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캐나다 입장에선 잠수함 전력이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해졌고,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캐나다 정부 산하의 무기 구매 전담기관인 CCC(Canadian Commercial Corporation·캐나다상업공사) 관계자들과 캐나다 기업 대표들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 방산업체 및 협회와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한 바도 있습니다.”

채 이사장은 “미국과의 방산 협력은 단기 수출 확대가 아니라 ‘한미방산동맹’ 이라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60조 원 규모 사업이라면 굉장히 큰 프로젝트인데요. 캐나다 측도 일정한 요구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캐나다도 단순 구매가 아니라 ‘옵셋(off-set)’을 요구하고 있어요. 예전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무기를 들여올 때 기술 이전이나 국내 부품 사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처럼, 캐나다도 자신들이 구매하는 만큼의 기술 이전이나 산업적 반대급부를 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내 유지보수 인프라 구축, 현지 부품 조달, 교육훈련 지원, 심지어 군사기지 건설 지원 등 다양한 후속 사업이 수반될 수 있습니다. 이번 MOU는 단기적인 수출 계약이 아니라, 중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방산의 위상을 높이고, 수십 년에 걸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아주 큰 기회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관세전쟁 격화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경쟁 속에서 K-방산이 우위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방산 수출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그가 제시한 핵심 전략은 ▲기술 자립 ▲시장 다변화 ▲방산 외교 강화 등이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K-방산이 지속적인 수출 성장과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독립성 확보, 시장 다변화, 그리고 국가 차원의 복합 외교전략이라는 세 가지 축을 기반으로 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 중에서도 기술자립도를 높여 ‘제재·관세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내재적 경쟁력 확보가 가장 핵심입니다. 미국-중국 간 기술 패권 갈등과 같은 공급망 충격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부품이나 핵심 기술이 해외 의존적인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수출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핵심 부품 국산화 R&D와 방산 소재·부품 생태계 육성에 보다 집중해야 합니다.”
시장 다변화와 외교 전략 관련해 채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한국 방산 수출은 폴란드, 인도네시아, UAE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따라서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등 비전통적 수요국에 대한 맞춤형 무기체계 제안과 산업 협력을 연계한 포괄적 방산 외교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단순 판매를 넘어, 조립·정비·교육·MRO를 포함한 토탈 패키지 전략으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 ‘방산 외교’의 전략화를 통해 국가 차원의 수출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방산은 단순무역이 아닌 안보정책과 외교전략이 결합된 영역인 만큼, 대통령실, 국방부, 외교부, 방위사업청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수출지원 외교 네트워크’를 공식화하고, 주요 수출 프로젝트에는 고위급 특사 파견, 정부보증(PGG) 제공, 금융지원 등을 결합한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종합상사형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으로서 향후 활동 계획은 무엇입니까?
“저는 2011년부터 약 14년간 학회 회장직을 맡아 왔습니다. 이 기간에 한국방위산업학회를 단순한 학술단체의 틀을 넘어, 정책과 산업을 아우르는 실천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학회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민·관·군·산·학·연이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 온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학회 이사장으로서 제 역할은 단순한 학술 활동에 그치지 않고, 산·학·연·군이 함께하는 방산 생태계의 발전과 방산수출 증대를 위한 글로벌 협력을 설계하고 견인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채 이사장은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크게 3가지로 설명했다.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연구 및 정책 제언 강화입니다. 급변하는 국제 안보 환경과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방산이 단순 생산국을 넘어 전략산업국으로 도약하려면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방위산업 미래전략연구회’와 같은 산하 조직을 구축하고, 국내외 연계 정책포럼을 정례화해 실행 가능한 협력 중심의 연구를 추진하겠습니다.”
“방산 인식 제고와 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대국민 소통입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방산을 폐쇄적이고 특수한 분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방산인TV’를 더욱 활성화하고 학회 주관으로 방산문화강좌, K-방산 대토론회, 청년 대상 방위산업 캠프 등을 기획하여 방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신뢰 기반을 넓히는 활동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차세대 인재 양성과 여성·청년 기업의 방산 진출 지원입니다. 방산은 더 이상 남성 중심의 군 출신 전유물이 아닙니다. AI, 우주, 사이버, 드론 등으로 확장되는 21세기 방산은 여성, 청년, 스타트업이 함께하는 융합 생태계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회 차원에서 방산 스타트업 컨퍼런스, 여성 리더십 포럼, 대학 협력 AI 무기체계 세미나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채 이사장은 “학회가 단순한 논문 발표의 장을 넘어, 방산 정책 플랫폼이자 인재 양성 기관, 국민 참여 기반을 갖춘 공공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다”면서 “한국 방산의 미래가 더 넓은 지평에서 설계될 수 있도록 끝까지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