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각국 반덤핑 조사까지…中 철강 수출 하락세

세계 곳곳에서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급증세를 보여왔던 중국의 철강 수출이 한풀 꺾일 전망이다. 여기에 자국 내 생산량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며, 수출과 내수 양 측면 모두에서 압박이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철강 수출이 지난해 1억1100만 톤으로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3% 감소하고 2026년에는 30% 가까이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철강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세계 각국의 반덤핑 조사”라며, 무역장벽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철강 생산량도 줄고 있다. 올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하고 내년에는 추가로 3% 감소한 연간 9억4600만 톤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최고치 대비 10% 이상 낮은 수치다.
중국 내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주된 요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다. 중국 선물회사인 갤럭시퓨처스(Galaxy Futures)는 “건설 및 부동산 산업의 장기 침체가 철강 수요를 크게 짓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이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집값은 평균 5%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중국의 철강 내수 소비량 역시 올해보다 2% 감소한 8억39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써 중국의 철강 소비는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만으로는 부동산 부진에 따른 수요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 능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 철강 투자에서도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량을 기반으로 중국 철강은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이제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평가다. 이 회사는 “세계 철강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철강 가격 하락도 중국 철강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27일 오전 10시 17분 기준, 상하이 철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 하락한 톤당 3010위안으로,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거래소의 기준 철광석 가격도 0.8% 하락한 톤당 97.30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다롄상품거래소(DCE)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9월 인도 철광석 선물도 2.15% 하락한 톤당 707위안(약 98.56달러)으로 내려앉았으며, 장중 한때 704위안까지 떨어져 이달 1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철강산업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미국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 제한 조치도 확대했다.
중국 철강을 수입해온 주요 수입국들도 비슷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중국이 과잉생산한 철강을 저가로 덤핑 수출한다는 논란이 이어지자, 베트남·인도·한국·유럽연합(EU)·콜롬비아·대만 등 각국은 잇따라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를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중국산 철강 반덤핑 조사 대열에 합류했다. 우크라이나 국제무역부처 간 위원회(ICIT)는 최근 중국산 무봉 열간압연 강관에 대한 반덤핑 조치의 재심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현지 강관업체 인터파이프 니코튜브(Interpipe Niko Tube LLC)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경제부는 “기존 조치를 철회할 경우, 중국산 제품의 덤핑이 재개되고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재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크라이나는 2020년부터 부과 중인 반덤핑 관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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