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반도체 산업 ‘최악의 시기’…상장사 48곳 실적 급감·적자 전환

2025년 05월 09일 오후 5:02

‘미·중 갈등’ ‘내수 부진’ 겹악재에 핵심 기업도 흔들
中정부 지원에도 구조적 한계…“기술 봉쇄가 뿌리째 흔들어”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중국 내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중국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상장 반도체 기업 48곳이 순이익 감소 또는 적자를 기록했고, 그중 13곳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업계 1위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와 인공지능 칩 기업 한무지(寒武紀) 등 핵심 업체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일 발표된 화훙(華虹)반도체의 2025년 1분기 실적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7% 감소한 2276만 위안(약 45억원)에 그쳤고, 비경상손익을 제외한 순이익은 92.3%나 급감했다. 화훙은 중국 국유기업 화훙그룹 산하의 핵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실적도 부진했다. 2024년 순이익은 58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9.2%나 줄었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심각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유기업 화훙반도체, 1분기 순익 90% 급감…핵심 반도체 기업도 실적 쇼크

시장조사업체 Wind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A주 반도체 기업 가운데 무려 48곳이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 중 명웨이전자(明微電子), 리양칩(利揚芯片), 투징테크(拓荊科技) 등 3곳은 순이익이 1000% 이상 급감하며 ‘폭망’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명웨이전자는 “1분기 경쟁 심화로 제품 가격이 지속 하락했고, 일부 품목은 생산원가가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해 대규모 재고 자산 평가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찬신(燦芯股份)도 “수요 부진 탓에 매출이 59.2% 감소했다”고 실적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도 실적 하락을 피해 가지 못했다. 중신궈지는 2024년 순이익 37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3.3% 감소했으며, 중싱통신(ZTE)도 순이익 84억 2500만 위안으로 9.7% 감소를 기록했다.

쯔광궈웨이(紫光國微)는 순이익 11억 7900만 위안(53.4% 감소), 산안광뎬(三安光電)은 순이익 2억 5300만 위안(31% 감소), 베이징쥔정(北京君正)은 순이익 3억 6600만 위안(31.8% 감소), 중잉전자(中穎電子)는 순이익 1억 3400만 위안(28% 감소)을 기록했다.

적자로 돌아서거나 적자 폭이 확대된 기업도 있었다. 한무지와 징자웨이(景嘉微)는 각각 순손실 4억 5200만 위안(누적 54억 위안), 1억 6000만 위안(376.7% 감소)의 실적을 거뒀다.

소재·장비 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징루이(晶瑞電子)는 1.8억 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즈춘테크(至純科技)는 순익이 93.8% 급감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 신위안웨이(芯源微)와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후실산예(滬矽產業)도 각각 19.1%의 순익 감소와 9.7억 위안 규모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기술봉쇄·수출통제로 ‘사면초가’…中정부 지원에도 구조적 한계 뚜렷

업계에서는 미국의 기술 봉쇄와 수출 제한 조치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첨단 장비와 재료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이는 중국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가전, 서버 등 연관 산업의 수요 위축이 맞물리며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재고 자산 감액 손실을 반영하면서 대규모 적자 전환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자립을 위한 투자와 정책 지원을 강화해 왔지만, 단기적으로는 외부 압박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훙그룹 등 국유기업은 자금과 인력 면에서는 강점을 지니고 있으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탈미국화’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첨단 공정 및 장비 분야에서는 글로벌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외부 압력에만 기댄 반사이익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기술력과 원천 특허 확보 없이는 구조적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