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트럼프, 취임 100일 만에 對中 전략 재편…중국 전방위 압박

2025년 05월 01일 오전 10: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1월 시작된 집권 2기 첫 3개월 동안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심지어 자신의 1기 행정부 정책과도 다른 대중(對中) 강경노선을 채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미국의 대중 협력 기조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중국이란 공산주의 국가 내 정치 개혁을 유도하려는 접근 방식을 취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실효성 없다는 판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아 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수출 통제는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유사한 접근을 유지하며 특정 산업과 품목에 대한 통제를 확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임기에서 한층 더 강경한 행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중국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체스판 자체를 재배치하고 있다”고 영국에 소재한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의 크리스토퍼 볼딩 선임연구원은 평가했다.

볼딩 선임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이용해 급진적 변화를 위한 문을 열고 있으며 중국에 맞서는 동맹국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무역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전략은 더 이상 첨단 기술 수출 통제나 군사 관련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관세 인하를 대가로 다른 국가들에게 중국과의 무역 및 경제 관계를 축소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휴스턴 소재 세인트토머스대학 국제학과 예야오위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조치가 단순한 무역 불균형 시정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관세와 무역 정책을 통해 중국 공산당(CCP)의 글로벌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CP는 전례 없는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중 간의 관세 갈등을 “국운을 건 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

수십 년간 중국에서 외국 투자자와 무역업자들의 자문역으로 활동해 온 미국 거주 사업가 마이크 선(가명)에 따르면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 정권은 미국에 대해 반복적으로 보복 관세를 인상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되고 있다. 사업가인 그는 중국 정권의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현재 미국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전기차(EV)나 주사기 등 일부 품목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에 이미 적용된 관세로 인해 최고 245%까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반면 미국산 제품은 중국 수출 시 125%의 관세가 적용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4월 22일(이하 현지시간) 비공개 행사에서 양국 간 긴장이 “매우 가까운 시일 내에”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난 그는 “미국은 어떠한 일방적인 양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 측이 협상을 위해 접촉해 왔으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그는 양측이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부인했다.

2024년 3월 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이 열리기 전 대표단과 경호 인력이 강당 입구에 모인 가운데 국가 문장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베이징의 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중국 외교부는 무역 협상에 앞서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선에 따르면 CCP의 언어에서 이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浮上)과 발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의 관세 대치는 미·중 갈등이란 보다 큰 틀의 일부이며 그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중국 관계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에게 실질적인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본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 중에도 중국을 대상으로 한 압박을 멈출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일대일로(一帶一路)’ 겨냥

무역전쟁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CCP의 파나마 운하 지배력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연설에서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넘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파나마에 넘겼고 이제 그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 수로는 전략적 요충지로, 미군의 작전과 경제 활동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군함과 화물선의 주요 항로다.

마이크 선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파나마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권의 해상 실크로드(Maritime Silk Road)를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 실크로드는 베이징의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구성 요소로,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대표적인 외교 정책 프로젝트다. 그는 공산당 최고지도자로 집권한 첫해인 2013년 이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베이징은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전 세계 인프라 개발을 매개로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전 세계 유엔 회원국의 약 80%에 해당하는 152개국이 이 지정학적 플랫폼에 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상태다.

2017년 파나마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 몇 달 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Juan Carlos Varela) 당시 파나마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는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일대일로 협정을 체결하며 라틴아메리카 최초로 이 구상에 참여한 국가가 됐다.

중국은 파나마를 거점 삼아 남미,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의 12개국 이상으로 일대일로 플랫폼을 확장했다. 시진핑은 2018년 파나마 운하도 직접 방문했다.

마이클 슈브리지 호주 전략분석연구소(SAA) 소장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통한 영향력 확대에 주력해 왔으며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이 자국식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경로는 글로벌 사우스를 경제적으로 지배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후에는 안보, 전략, 정치적 파트너십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고 슈브리지는 말했다.

2017년 11월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에는 없음)과의 회담 중 당시 파나마 대통령인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가 발언하고 있다. 바렐라는 파나마가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지 5개월 만에 중국에 첫 대사관을 개설하고 그 다음 날 시 주석과 만났다. | Jason Lee/AFP via Getty Images/연합

지금은 CCP의 파나마에 대한 영향력이 흔들리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자신의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방문했다. 루비오와 회담한 후 파나마의 현 대통령 호세 라울 물리노는 자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협정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지난 2월 2일 “우리는 이 협정을 조기에 종료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에 이 협정은 1~2년 안에 갱신 시점이 도래한다”고 밝혔다.

파나마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국가였다가 탈퇴를 선언한 첫 국가가 될 예정이다.

홍콩 기업 ‘CK 허치슨(CK Hutchison)’은 파나마 운하 양단의 항만을 통제하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권이 특히 분쟁 발생 시 운하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미국의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하는 기업 컨소시엄은 CK 허치슨과 협상을 맺고 파나마 운하 양 끝에 위치한 항만 운영권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같은 달 28일, 중국 당국이 해당 거래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면서 사실상 계약이 중단됐다.

파나마 운하 외에도 미국 연방해사위원회(U.S. Federal Maritime Commission)는 전 세계의 해상 물류 병목 지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대상에는 북극해 항로, 도버 해협, 말라카 해협, 싱가포르 해협, 지브롤터 해협, 수에즈 운하 등이 포함됐다.

독일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에 따르면 세계 7대 해상 병목 지점 가운데 5곳에서 중국 국유기업 또는 중국계 기업이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해 항로에서는 중국이 직접 항만을 운영하진 않지만 영국 해협 및 북해 지역 전반에서 대규모 항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육상에서도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국빈 방미 기간 중 백악관은 양국 간 상업 및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을 발표했다. 이에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의 인프라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Corridor)’에 대한 추가 투자가 포함돼 있다.

이 회랑은 인도에서 출발해 이스라엘,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경유해 키프로스와 그리스에 이르는 노선으로, 현재의 수에즈 운하 경로와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2월 브라이바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전략에서 “공세적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네 번째)이 2025년 2월 2일 파나마시티의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시찰하는 동안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파나마 운하청장(맨 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루비오는 국무장관으로서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방문했다. | Mark Schiefelbein/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우리가 가던 방향 그대로 나아갔다면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중국이 서반구에 해군 기지를 세우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을 것이다. 우리 주변국들과의 주요 무역 파트너가 중국이 되어버린 것도 마찬가지로 어느 날 깨닫게 됐을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모든 흐름을 되돌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중국 문제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볼딩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시진핑을 이미 방어적인 태세로 몰아넣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영 언론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난 4월 초 공산당 정치국과 이틀간 회의를 열고 “주변 국가들과 운명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최고위 당 간부들과 함께 아시아 각국 및 유엔 주재 중국 대사들이 직접 참석했다.

이와 같은 형식의 회의는 시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출범시킨 직후인 12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시진핑은 또한 올해 4월 중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순방하며 철도, 항만, 인공지능(AI) 등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를 진전시키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3시간짜리 영화의 30초 지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이 ‘위험과 도전’을 동반한다고 지적한다. 세계 각국이 미국 또는 중국 중 어느 쪽에 동조하느냐에 따라 향후 글로벌 리더십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슈브리지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1기 당시 관세 정책이 효과적인 조치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임기 들어 동맹국들에게도 일괄적으로 부과되고 있는 관세는 미국과 동맹국 간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 컨설팅 회사 ‘킬로 알파 스트래티지스(Kilo Alpha Strategies)’의 공동 창립자인 에이미 K. 미첼은 “미국이 지금 어떻게 전략을 펼치느냐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자연스러운 동맹국들을 멀어지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결국 누가 진짜 적인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유럽연합(EU)에 접근하고 스페인 총리를 초청하는 등 미국의 동맹국들을 베이징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예야오위안 교수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경제와 안보에 대한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해 왔다고 분석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025년 4월 11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회담 이후, 중국 당국은 중국–스페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베이징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노력의 일환이다. | Andres Martinez Casares/POOL/AFP via Getty Images/연합

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예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첫 100일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각국에 상호 배타적인 선택의 기초를 마련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어느 나라도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문제 전문가 고든 창(Gordon Chang)은 이 싸움의 중대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건 존재 자체를 건 싸움”이라고 창은 4월 에포크TV의 ‘아메리칸 솟 리더스(American Thought Leaders)’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단순한 무역 전쟁도, 단순한 관세 전쟁도 아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에 동조할지를 두고 동맹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일이다.

미첼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첫 100일 동안 국방 인사를 꾸리는 데 주력해 왔기 때문에 대중(對中) 정책은 안보 측면보다 경제 분야에서 더 구체화돼 있는 상태다.

미 해군 인도·태평양 사령부(SPACOM) 사령관 사무엘 파파로 제독은 지난 4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 정권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300%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권의 대만 인근 군사 활동은 더 이상 훈련이 아니라 “실전 리허설”이라고 경고했다.

2025년 4월 2일 대만 신주 공군기지에서 대만 공군의 미라주 2000 전투기 4대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날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새로운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 I-Hwa Cheng/AFP via Getty Images/연합

중국은 미국에 대해 희토류 전 품목 수출 통제를 단행했으며 미국산 영화의 수입 허용량을 줄이고 중국 내 미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세계 1위와 2위 경제 대국 간 정면충돌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크리스토퍼 볼딩은 말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이제 막 3시간짜리 영화의 30초 지점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그를 평가하려면 아마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 5년쯤 지나야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