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이인호 교수 “국회 의결 없는 권한쟁의심판청구 각하돼야”

정승상
2025년 02월 04일 오후 4:48 업데이트: 2025년 02월 04일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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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지난 3일로 예정됐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인지에 대한 권한쟁의 헌법심판 선고’를 전격 연기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선고 2시간 전에 선고를 취소한 배경과 그 이유를 짚어 봄으로써 이번 ‘졸속 재판’의 심각성을 확인하고자 한다”며 이번 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헌법재판소의 오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중앙대 제공

특히 이 교수는 “국회 의결이 없는 국회의장의 권한쟁의심판청구는 각하돼야 한다”고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달 31일에도 페이스북에 “권한쟁의심판에 심각한 절차적 흠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의결이 없는 국회의장의 권한쟁의심판청구는 각하돼야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권한쟁의심판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이 사건의 청구인이 누구냐’ 하는 점이다. 그는 “헌법이 명시하고 있듯이, 헌법재판관 3인의 선출 권한은 ‘국회’가 가진다. 선출권을 침해당한 자도 당연히 합의제 기관인‘국회’다. 따라서 ‘국회의장’이나 ‘국회의원’은 청구인이 될 수 없다.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장은 ‘국회’의 의결 과정에 참여해서 ‘심의·표결권’ 혹은 ‘가결선포권’을 가질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회가 자신의 권한 침해를 다투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합의제 기관으로서 ‘심판청구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즉 본회의에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그 안건에 대해 심의 표결 절차에 따라 의결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교수는 또 “헌법재판소는 선고를 하기에 앞서 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리하여 만일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이 임의로 청구한 것이라면,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침해당한 당사자(국회)가 청구하지도 않은 가상의 사건을 변론하고 심리한 것이 된다. 따라서 명백히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교수 페이스북 캡처

“헌재, 사실관계 확인 안 하고 집필”

이 교수는 이번 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헌법재판소의 오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2일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해 한 차례 변론(80분) 후 이틀 뒤인 24일, 선고일을 2월 3일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 헌법재판소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해서 변론을 해 놓고는 바로 선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어떤 사건은 1년 혹은 2년 후에도 선고한다. 이런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건에서는 변론하고 다음 날 평의에서 결론을 내리고 몇 일안에 선고하겠다고 발표를 했던 것이다. 아마 헌법재판소 역사에서 초유의 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심각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1월 31일, 피청구인(대통령 권한대행) 측에 ‘당시 여야 양당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추천서 제출 경위’에 대한 상세 내용을 서면으로 ‘바로 당일 내’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었던 점”이라고 지적했다.

헌재가 사실관계 확인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집필에 들어갔고, 이 점을 우려한 최 권한대행 측이 1월 24일 변론 재개를 신청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는 것이다.

“10일 변론서도 ‘청구인 적격’ 쟁점 될 것”

이랬던 헌법재판소가 2월 3일 선고를 2시간 앞두고 갑자기 선고를 취소하고 일주일 후 변론을 다시 열겠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재판에서 변론을 재개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 헌재의 경우는 전후 사정을 봤을 때 매우 이례적이다.

이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일정을 왜 갑작스레 변경했는지 의문으로 남는다”며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그 이유에 대해서 최소한 해명을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해명은 달리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주장과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보류로 인해 ‘국회의 선출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자는 헌법상 ‘국회’이고, 따라서 권한 침해를 다투는 심판을 청구하려면 그 의사를 표시하는 ‘국회 의결’이 있어야 하는데, 국회의장이 임의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청구인이 아닌 자’가 청구한 것이어서 각하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청구인 적격’에 관한 논점은 기본적인 소송 요건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는 사항이다. 아마 헌법재판소는 결정문 초안을 집필하는 1월 31일까지도 이 논점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2월 1일 피청구인 대리인이 이 논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자, 선고일 당일 2월 3일 오전에 재판관 평의를 긴급히 열고 이 논점을 비로소 다룬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도 재판관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고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덧붙여 “2월 10일 다시 열리는 변론에서도 ‘청구인 적격’ 문제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청구인(국회) 측 대리인은 국회의장이 ‘국회의 대표자’로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봤다. 즉, 국회의장은 국회의 대표자로서 국회의 권한 침해를 대신해서 다투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는 “타인의 권한 혹은 기본권 침해를 대신해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오고 있다”고 썼다.

이인호 교수는 중앙대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헌법재판소 연구관보와 법무부 인권정책자문위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하고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 한국언론법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