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사법리스크로부터 자유의 몸이 됐다. 향후 삼성의 미래 투자 행보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뒤따른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합병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 쟁점 사항을 차례로 판단한 후 검찰의 앞선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인‘ 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시간이 흘러 1심 재판부는 3년 5개월이라는 심리 끝에 지난해 2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계에선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삼성의 미래 투자 계획인 ‘뉴삼성 전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직면했던 시기, 삼성전자의 경영 위기는 가속화됐다. 특히 자사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부진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4분기 연속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경쟁 업체인 SK하이닉스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추월당하기도 했다.
이를 연결고리로 삼성의 신기술 개발 및 미래 투자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 3나노 1세대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오는 2027년앤 세계 최초 1.4나노 양산을 계획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재판이 끝난 후 직접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단, 변호인 등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재용 회장 등)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