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유가족들 만나 위로
“숭고한 희생에 윤리적 도리 다해야“
6·25전쟁에서 전사 또는 실종된 미국 참전용사의 유족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국가보훈부(장관 강정애)는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실종된 미국 참전용사의 유족들을 정부 차원에서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방한 행사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지난 26일 전사 장병 2명의 유족 3명, 실종 장병 7명의 유족 13명 등 16명이 한국을 찾았다.
유족들은 입국 다음 날인 27일, 첫 일정으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전사자 명비에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28일) 오전에는 유해발굴감식단의 브리핑을 받은 후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다.
이 곳에선 시민단체 ‘리멤버투게더 7697(회장 한정윤)’ 회원들이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리멤버투게더(remember together) 7697’은 6·25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만든 단체다. 7697은 단체가 결성된 2018년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실종된 6·25 참전 미군 병사의 숫자를 가리킨다.
이날 6·25 참전 용사와 6·25 전쟁둥이, 어린이 등 10명의 회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기수단을 배경으로 실종 미군들과 그 가족들의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 노래를 부른 뒤 꽃과 함께 ‘우정의 액자’를 증정했다.
이 단체는 2022년부터 미군 실종자 가족들에게 ‘한국은 결코 잊지 않는다(Korea never forgets)’는 의미로 ‘우정의 액자’를 제작해서 보내고 있다. 가로 60cm의 액자 왼쪽에는 성조기 바탕에 참전 당시 미군 사진을, 오른쪽에는 ‘대한민국은 영웅과 그 가족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문구와 함께 액자를 기부한 사람의 이름도 넣었다.
1952년 10월 실종된 미 공군 모리스 핀리 톰슨 대위의 딸 주디스 왓슨(79세)도 딸과 함께 방한했다. 실종 당시 34세였던 톰슨 대위는 김포 공군기지에서 일본으로 수송 임무를 수행하던 중 악천후로 부산 남서쪽 인근 상공에서 실종됐다. 그의 아들도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으로 미군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1951년 2월, 원주에서 철수 도중 포로로 잡혀 압록강 인근 포로수용소에서 전사했으나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바비 에반츠 중사의 동생 토미 에반츠도 아내와 함께 방한했다.
한정윤 회장은 “한국을 구해주고 돌아오겠다는 마지막 말을 잊지 않고 70년 이상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가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위안을 받는다”며 “우리는 은혜와 감사를 잊지 않고 윤리적 도리를 다해야 하고, 특히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저녁 강정애 장관이 주재하는 위로 만찬에 참석했다. 이들은 29일에는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을 방문하고, 30일엔 유해 발굴 현장(강원도 인제군)을 찾는 것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뒤 31일 출국한다.
한편, 미국은 6·25전쟁 당시 178만 9천여 명이 참전해 3만 6570여 명이 전사했고, 3730여 명이 실종됐다. 이에 국가보훈부는 지난 2015년부터 전사·실종장병 유족 초청행사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방한 행사를 일시 중단했다가 올해 재개했다.